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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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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3표 차로 이겼다

14화. 가까이서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시간까지 두 시간이 남았다.

선배가 모래사장으로 걸었다. 방파제가 아니라. 물가 쪽으로. 나는 카메라를 들고 따라갔다. 파도가 밀려오는 선까지 선배가 갔다. 운동화를 벗었다. 트레이닝복 바지를 걷었다. 그리고 발목까지 물에 들어갔다.

"…수술 전엔 무리하지 말라면서요."

"발목은 무리 아니야. 규칙 둘. 발 닿는 데까지."

10월 바다에 발목을 담근 선배가 나를 돌아봤다. 웃지 않았다. 추워서인지, 아니면.

"너도."

나는 운동화를 벗었다. 발목까지. 차가웠다. 여름보다 훨씬. 파도가 왔다 갔다. 우리는 나란히 서 있었다. 발목까지 담근 채로. 여름에 나 혼자 3시간 서 있던 자리에, 가을에 둘이.

"싫어하는 채로 보는 바다는 어때요."

"…똑같아. 싫어."

"근데 왜 들어와요."

선배가 바다를 봤다. 파도가 두 번 왔다 갔다. 그리고 짧게, 조용하게.

"네가 서 있으니까."

셀프타이머는 10초였다.

카메라를 방파제 돌 위에 올려놓고 각도를 맞췄다. 바다가 뒤에 나오게. 선배가 그 앞에 섰다. 나는 뛰어가서 옆에 섰다. 팔 하나 폭.

"웃어야 돼요?"

"…아니."

선배가 말했다. 카메라를 보면서.

"이 얼굴로 찍어. 안 웃는 얼굴. 네 앞에서만 있는 얼굴이니까."

셔터가 터졌다. 한 번. 나는 그 순간 카메라가 아니라 선배를 보고 있었고, 그래서 사진 속의 나는 옆을 보고 있었다. 선배는 정면이었다. 안 웃는 얼굴로. 바다를 등지고. 4년 전 4번 레인의 열여덟 살과 같은 얼굴인데, 그때와 다른 게 있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안 보는 얼굴이었고, 지금은 —

카메라를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하면 이 순간이 사진이 될 것 같아서. 선배도 확인하자고 안 했다.

버스는 4시 반이었다.

창측이 선배, 통로측이 나. 선배는 출발하자마자 잠들었다. 새벽 5시부터 준비운동을 하던 사람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온 거였다. 창문에 기댄 머리, 오른어깨가 창에 닿은 채로. 나는 그 어깨를 보다가, 선배 가방이 좌석 사이로 기울어진 걸 봤다. 지퍼가 반쯤 열려 있었다. 종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밀어 넣으려고 손을 댔다. 그런데 종이 맨 위가 보였다.

「한별대학교 수영 동아리 '물살' — 가입 신청서」

내 글씨였다. 복사본. 이름: 박도하. 학번. 취미: 바다 사진 찍기. 특기: (공란).

나는 손을 뗐다. 밀어 넣지 않았다. 밀어 넣으면 만진 게 되고, 안 넣으면 본 것만 된다. 본 것만 되는 쪽을 골랐다. 그런데 뗀 손이 종이 하단을 스쳤고, 거기에 스탬프가 있었다.

접수일. 날짜.

동아리 면접은 3월 둘째 주 토요일이었다. 나는 그 날짜를 안다. 처음 지유 선배를 본 날이니까. 면접관 자리에 앉아서 "특기란 비운 사람 처음 본다"고 하던 사람. 그런데 스탬프의 날짜는 —

면접 3일 전이었다.

접수일 3일 전에 이미 복사본이 만들어져서, 저 사람 가방에 들어 있었다. 반년 넘게. 접힌 자국이 여러 번이었다. 여러 번 폈다 접은 종이의 자국.

선배가 잠결에 뒤척였다. 오른어깨를 창에서 뗐다. 나는 가방 지퍼를 닫았다. 종이는 그대로 두고. 만지지 않고.

"…터널이야?"

선배가 눈을 감은 채로 물었다.

"아니요. 아직."

"…깨워. 터널 나오면."

선배는 다시 잠들었다. 나는 터널이 나올 때까지 창밖을 봤다. 논이 지나갔다. 규칙적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았다. 통계적으로.

서울 도착. 터미널. 선배가 캐리어 없는 가방을 메고 나를 봤다.

"내기, 내가 이겼지. 찍히는 쪽."

"네."

"그럼 상은."

"…사진이요?"

"아니. 사진은 네 거야." 선배가 가방끈을 고쳐 멨다. 왼손으로. "상은 나중에 받을게. 수술하고."

"뭘 받는데요."

선배가 3초 침묵했다. 그리고 딴청 없이.

"…그것도 나중에. 신청서 얘기랑 같이."

내가 종이를 본 걸 저 사람이 안다는 뜻이었다. 잠든 척이었는지, 아니면 관찰자여서인지 — 이 사람은 그냥 정확한 사람이다.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아는.

"수술 D-3에 할게. 그 얘기."

"…왜 D-3이에요."

"D-1엔 무서워서 못 하고, D-2엔 병원 가야 되고." 선배가 걸었다. 지하철역 쪽으로. "D-3이 제일 멀쩡한 날이야. 계산해 봤어."

이 사람이 계산이라는 말을 쓰는 건 처음 들었다. 내기만 하던 사람이 계산을 한다는 건, 지고 이기는 것 말고 다른 걸 세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 1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