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반복되면
9화. 다녀왔다는 것만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일요일,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상」 같은 걸 보내지 않았고, 점심에도, 오후에도. 폰을 가방 안쪽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잠갔다. 혜진하고 영화를 봤고, 늦은 점심을 먹었고, 서점에 갔다. 평범한 일요일이었다. 10년 동안 누구한테도 알리지 않고 살아온 종류의 하루.
혜진이 물었다.
"오늘은 근태 보고 안 해?"
"안 해."
"싸웠어?"
"아니. 실험."
"무슨."
"안 보내면 내가 어떤지."
혜진은 팝콘을 씹으며 나를 봤다.
"그 사람이 어떤지가 아니라?"
"…응."
저녁이 되니까 알았다. 나는 괜찮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손이 폰으로 가려는 걸 세 번 참았지만, 네 번째부터는 참는 것도 아니었다.
괜찮은 게 이상했다. 일주일 동안 하루 네 번 보내던 것을 하루 종일 안 보냈는데, 무너지는 것이 없었다. 습관은 습관이었지 필요가 아니었다.
그런데 밤 10시가 되자 다른 것이 왔다.
그는 어떨까.
작업실 골목으로 갔다. 큰길로 돌아가는 대신.
창에 불이 켜져 있었다. 일요일 밤 10시 반. 손님이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나는 문을 밀었다.
도하는 빈 벽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 없이. 폰도 손에 없이. 그냥 앉아 있었다. 정류장 벤치에서 봤던 것과 같은 모습으로.
"…뭐 해."
"앉아 있어."
"왜."
"불 켜 놓으려고."
나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문자 안 보냈는데."
"응."
"어디 갔었는지 안 물어?"
"안 물어."
그는 그것을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온화한 쪽으로.
"잘 다녀왔으면 됐어."
"…화 안 나?"
"화날 일이 뭐가 있어. 네 하루잖아."
나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 그의 맞은편, 아까 손님들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왼쪽 자리가 아니었다. 그냥 맞은편.
"실험했어."
"뭘."
"안 보내면 어떤지."
"어땠어."
"괜찮았어. 아무 일도 없었어."
"다행이다."
"…너는."
그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리고 벽을 봤다. 사진이 걸린 쪽 벽이 아니라 빈 벽을.
"나도 괜찮았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진짜?"
"진짜. …다만."
거기서 그의 문장이 짧아졌다. 온도가 한 눈금 내려갔다. 다정한 말의 끝이었다.
"다녀왔다는 건 알려 줘. 어디 갔는지 말고. 그거 하나만."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들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만 알려 달라던 정류장의 말이, 지금은 다녀왔다는 것만으로 줄어 있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요구하는 것이 한 달 사이에 절반이 됐다. 나는 그걸 요구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몰랐다. 10년 동안 답장을 못 받은 사람이 부탁하는 것치고는, 그것은 너무 작았다.
"알겠어."
내가 말했다.
"근데 그것도 네가 시켜서 하는 거 아니야. 내가 하는 거야."
"응. 알아."
"어떻게 알아."
"네가 시킨 대로 하는 사람이면, 오늘 안 왔을 테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더 할 말이 없었고, 할 말이 없는 채로 잠깐 더 앉아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엄마한테서 문자가 왔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찾았다. 다음 주 토요일에 서울 갈게.」
그리고 잠시 뒤 한 통이 더.
「세 통 다 있어. 안 뜯었어.」
나는 골목 끝에서 멈춰 섰다. 뒤를 돌아봤다. 작업실 창의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
「다녀왔어.」
내가 보냈다. 그가 답했다.
「응.」
— 1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