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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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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반복되면

10화. 상자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엄마는 토요일 오후 2시에 왔다.

종이 상자 하나를 들고. 신발 상자만 한 크기였고, 모서리가 눌려 있었다. 엄마는 그것을 식탁에 놓고 앉지 않았다. 서서, 상자를 보고, 나를 보고, 다시 상자를 봤다.

"앉아, 엄마."

"…응."

엄마가 앉았다. 상자는 열지 않았다.

"뭐부터 말해야 되나."

"편지."

"그래. 편지."

10년 전 3월이었다고 했다. 이사하고 한 달쯤 됐을 때. 학교에서 온 봉투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전 학교 담임 이름으로 온 봉투 안에, 다른 봉투가 하나 더. 이도하. 열다섯의 글씨로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뜯어 봤어?"

"아니. 그건 안 뜯었어. 네 거니까."

"근데 왜 안 줬어."

엄마는 오래 말이 없었다. 리모컨 없이도 텔레비전 소리를 줄이는 사람처럼.

"네가 그때 밥을 안 먹었어."

"…응?"

"이사 오고 한 달 동안. 학교 갔다 오면 방에 들어가서 안 나왔어. 밥 안 먹고, 말 안 하고. 새 학교 애들 이름을 하나도 안 외웠어. 엄마는 그게 그 애 때문인 줄 알았어. 두고 온 애 때문에 새 데를 안 보는 거라고."

나는 그 한 달을 기억하지 못했다. 열네 살의 3월. 기억에 없는 것은 없던 것이 아니라 너무 아파서 지운 것일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서른 가까이 돼서야 알았다.

"편지를 주면 더 못 나올 것 같았어. 그래서 서랍에 넣었어. 나중에 주자, 나중에 적응하면 주자. 그러다가 두 번째가 오고, 세 번째가 오고."

"…그리고 안 왔지."

"응. 세 통에서 끝났어. 그리고 너는 4월부터 밥을 먹었어. 친구도 생겼고. 그래서 엄마는 — 잘했다고 생각했어. 10년 동안."

나는 화를 내려고 했다. 그럴 자격이 있었다. 10년이었다. 열다섯 살짜리가 세 번 쓴 편지가 서랍에서 10년을 잤고, 그 사이 그 애는 답이 없어서 안 갔고, 안 가는 대신 내 자리를 찍었다.

그런데 엄마를 보니까, 엄마도 10년 동안 이 상자를 들고 있었다는 것이 보였다. 버리지 않았다. 뜯지도 않았다. 이사를 두 번 더 하면서도 이걸 가지고 다녔다.

"왜 안 버렸어."

"…네 거니까."

"그럼 왜 안 줬어."

"주면, 내가 잘못한 게 되니까."

그것이 10년이었다. 잘못이 되는 게 무서워서 잘못을 10년 들고 다닌 사람. 어디서 들어 본 문법이었다.

엄마는 그 말을 하고 처음으로 상자에 손을 올렸다.

"미안하다. 서하야."

나는 화를 내지 못했다. 대신 상자를 열었다.

봉투 세 개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전부 같은 크기. 전부 같은 글씨. 날짜 순서대로. 첫 번째 봉투의 모서리가 제일 닳아 있었다. 제일 오래 서랍 맨 앞에 있었던 것이다.

「서하에게」

열다섯의 이도하가 쓴 내 이름을 나는 처음 봤다. 사진 속의 그 웃는 얼굴이 쓴 글씨였다. 획이 급했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급하게 쓴 글씨.

"읽을 거니?"

"…엄마 가고 나서."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문 앞에서 돌아봤다.

"그 애, 잘 지내니."

"응."

"…아직도 너를."

"응."

엄마가 문을 닫았다. 나는 첫 번째 봉투를 들었다. 10년 동안 아무도 열지 않은 봉투는 종이가 아니라 약간 나무 같았다.

봉투를 뜯기 전에 문자를 하나 보냈다.

「집. 엄마 왔다 갔어.」

「응. 괜찮아?」

「모르겠어. 내일 갈게. 작업실.」

「응. 불 켜 놓을게.」

나는 봉투를 뜯었다.

— 1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