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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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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반복되면

11화. 열다섯의 글씨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첫 번째 편지는 한 장이었다.

「서하에게.

월요일에 학교 갔는데 네 책상이 없었어. 책상이 없는 게 아니라 네가 없는 건데, 선생님이 책상을 치워서 책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 전학 갔대. 어디로 갔는지 선생님도 잘 모른대.

나 화 안 났어. 근데 라디오 주파수를 못 잡겠어. 88.1인데. 손이 자꾸 딴 데로 가.

옥상은 그대로야. 네 자리는 비워 놨어. 아무도 안 앉게. 근데 거기 앉을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비워 놓는 것도 이상해.

어디 있는지만 알려 줘. 가지 말라는 건 아니야. 그냥 어디 있는지만.

이도하.」

나는 마지막 줄을 세 번 읽었다. 정류장 벤치에서 들었던 문장이 거기 있었다. 10년 전에 이미 있었다. 이 사람은 스물여덟에 그 말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열다섯에 만들어서 10년 동안 같은 문장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편지는 두 장이었다. 한 달 뒤.

「답이 없어서 한 번 더 써. 안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 받았는데 답을 안 쓰는 거면 그것도 괜찮아. 그냥 한 번 더.

카메라 고쳤어. 삼촌 거 셔터가 자꾸 걸려서, 내 돈으로. 옥상에서 네 자리 찍었어. 사진은 이상하게 나왔어. 사람이 없는데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와.

선생님이 네 새 학교 이름을 알려 줬어. 근데 학교 이름만 알고 동네를 몰라. 찾아가 볼까 생각했는데 안 갔어. 갔다가 네가 나를 모르는 척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안 가면 그런 일은 안 생기니까.

이거 이상한 거 알아. 근데 지금은 이게 제일 안 이상한 방법이야.

88.1은 다시 잡았어. 혼자 듣는데 재미없어.」

안 가면 그런 일은 안 생기니까.

나는 편지를 내려놓고 천장을 봤다. 현상하지 않은 필름과 같은 논리였다. 현상하면 끝나니까 안 한다. 가면 거절당하니까 안 간다. 열다섯의 이 사람은 이미 그 문법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법으로 10년을 살았다.

세 번째 편지는 반 장이었다.

「마지막으로 쓸게. 세 번 썼는데 답이 없으면 그건 답이야. 알아.

괜찮아. 진짜야. 네가 잘 지내면 돼. 나는 옥상에 있을게. 여기 있으면 네가 어디 있는지 몰라도 되니까. 네가 알면 되니까. 내가 어디 있는지.

사진은 계속 찍을 거야. 이건 답 안 해도 되는 거라서.

이도하.」

그것이 다였다.

세 번 썼는데 답이 없으면 그건 답이야. 열다섯이 그렇게 결론을 냈다. 그리고 그 결론을 10년 동안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하면 가야 하고, 가면 잃으니까.

나는 세 통을 식탁에 나란히 놓았다. 서른다섯 장의 사진 옆에.

순서가 보였다. 편지 세 통, 답 없음, 카메라, 사진. 답 안 해도 되는 것. 이 사람의 10년은 답을 못 받은 사람이 답이 필요 없는 방식을 발명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답은 서랍에 있었다. 뜯지도 않은 채로. 아무도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엄마는 밥 안 먹는 딸을 살리려 했고, 열다섯은 거절당하지 않으려 했고, 열네 살은 아무것도 몰랐다.

밤 1시였다. 나는 편지를 봉투에 도로 넣었다. 뜯은 자국이 남았다. 10년 만에 처음 생긴 자국.

잠이 오지 않아서 나는 세 통을 가방에 넣고 밖으로 나갔다.

작업실 골목. 창에 불이 켜져 있었다. 밤 1시 반. 불 켜 놓을게, 라고 했으니까 켜 놓은 것이다. 내일 온다고 했는데.

나는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창 너머로 그가 보였다. 빈 벽 앞 의자에서 잠들어 있었다. 앉은 채로. 불을 끄지 않으려고 안 누운 사람처럼.

나는 문 앞 계단에 앉았다. 가방을 무릎에 올리고. 세 통의 편지와 함께.

이 사람한테 이걸 어떻게 주지.

— 1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