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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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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반복되면

12화. 거절당한 적 없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새벽에 문이 열렸다.

"…서하야?"

그가 계단에 앉은 나를 내려다봤다. 잠에서 방금 깬 얼굴. 반 박자가 아니라 두 박자쯤 늦은 얼굴. 그가 놀라는 것을 나는 이제 세 번째 봤다.

"언제부터 있었어."

"1시 반."

"지금 5시야."

"응."

"…왜 안 들어왔어."

"자길래."

그는 계단을 내려와 내 옆에 앉았다. 새벽의 골목은 회색이었다. 우리는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그가 내 가방을 봤다. 무릎 위에서 네 시간 동안 꼭 쥐고 있던 것을.

"뭐야, 그거."

나는 세 통을 꺼냈다.

그는 봉투를 보고, 글씨를 보고, 자기 글씨라는 것을 알았다. 손을 내밀지 않았다.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그의 무릎에 세 통을 올려놓았다.

"안 뜯었었어. 10년 동안. 엄마 서랍에."

"…."

"엄마가 안 줬어. 내가 밥을 안 먹어서. 편지 주면 더 안 나올 것 같아서. 나중에 주자고 하다가 — 10년."

그는 봉투를 보고 있었다. 첫 번째 봉투. 모서리가 제일 닳은 것.

"내가 어제 뜯었어. 세 통 다 읽었어."

"…."

"안 갔던 거, 답이 없어서였잖아. 답이 없었던 게 아니야. 답이 못 간 거야. 나는 몰랐어. 한 통도."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의 문장이 짧아지는 것을 여러 번 봤지만, 문장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조용해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함 자체가 됐다.

그리고 그의 손이 봉투 위에 내려앉았다. 그 손이 떨렸다. 이 사람이 떨리는 것을 나는 처음 봤다.

"…안 온 게 아니었구나."

아주 낮게. 스물여덟이 아니라 열다섯의 목소리로.

새벽 골목에서 그는 오래 그렇게 있었다.

화를 내지 않았다. 엄마를 탓하지 않았다. 나한테 왜 몰랐냐고 하지 않았다. 그냥 봉투 위에 손을 얹고, 골목 끝을 보고 있었다. 10년짜리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도하야."

"응."

"너 거절당한 적 없어."

그가 나를 봤다.

"세 번 썼는데 답이 없으면 그건 답이라고 썼잖아. 그거 틀렸어. 답이 아니었어. 아무도 너한테 답을 안 한 게 아니야. 아무도 네 편지를 못 읽은 거야."

"…."

"그러니까 가도 됐어. 10년 전에. 가도 아무도 모르는 척 안 했어."

그가 웃었다. 우는 것처럼. 아니, 웃는 것처럼 울었다. 나는 어느 쪽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10년 동안."

"응."

"안 가도 되는 이유를 만들면서 살았는데."

"응."

"이유가 없었네."

나는 그 문장을 받았다. 10년 치 이유가 새벽 골목에서 없어지는 소리는 아주 작았다.

해가 떴다. 골목에 빛이 들어왔다. 그는 봉투 세 통을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빈 봉투를 넣었던 그 자리에.

"들어가자. 춥잖아."

그가 먼저 일어섰다. 그리고 문 앞에서 돌아섰다. 온화한 얼굴이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얼굴이 아니라 자세가. 반 박자 앞서 있던 사람이 처음으로 같은 박자에 서 있었다.

"서하야. 나 하나 부탁해도 돼?"

"뭐."

그는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늘 쓰던 것. 그리고 그것을 나한테 내밀었다.

"네가 찍어. 오늘부터."

"…뭘."

"뭐든. 나든, 골목이든. 네가 보는 거."

"나 못 찍어. 열네 살 때도 초점 못 맞췄잖아."

"알아. 그래도."

그는 카메라를 내 손에 쥐여 줬다. 무거웠다. 10년의 무게였다.

"10년 동안 내가 남기는 쪽이었잖아. 이제 —"

그가 말을 골랐다. 그리고 그 다정한 부탁의 끝에서, 온도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이제 네가 남겨. 나는 남는 쪽 해 볼게. …그거 처음이라, 못하면 말해 줘."

— 1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