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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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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반복되면

8화. 옆에 있는 사람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오늘 촬영 있어. 볼래?"

토요일 아침에 온 문자였다. 나는 갈 이유를 세 개 셌다. 이번에는 안 갈 이유를 세지 않았다.

손님은 일흔이 넘은 부부였다. 결혼 50주년 사진.

작업실의 빈 벽 앞에 의자가 두 개 놓였다. 할머니가 먼저 앉았고, 할아버지는 서 있겠다고 했다. 도하는 아무 말 없이 의자를 하나 치웠다.

"어르신, 이쪽 손 잠깐만."

그는 할아버지의 손을 할머니의 어깨 위로 옮겨 놓았다. 그게 다였다. 그런데 그 손이 어깨에 닿는 순간 할머니의 얼굴이 달라졌다. 나는 벽 옆에 서서 그걸 봤다. 사람이 이렇게 웃을 때는 카메라 앞에 누가 있는 거라고 했던 말을.

셔터 소리는 조용했다. 도하는 말을 거의 안 했다. "네, 좋아요." "조금만 더." "…네." 손님이 웃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웃음이 정점을 지나기 반 박자 전에 눌렀다. 나는 그 반 박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나한테 늘 앞서 있던 그 박자였다.

부부가 돌아간 뒤 나는 모니터의 사진들을 봤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깨 위의 손. 그리고 — 구도가 이상했다. 두 사람이 프레임 오른쪽으로 조금 치우쳐 있었다. 왼쪽이 비어 있었다.

"이거 일부러야?"

"뭐가."

"왼쪽. 비잖아."

도하가 모니터를 봤다. 잠깐. 그리고 웃었는데, 들킨 사람의 웃음이었다.

"…버릇이야."

"무슨 버릇."

"자리 남기는 거."

나는 전시장의 열두 점을 떠올렸다. 사람 없는 풍경. 전부 내가 방금 나간 자리. 그 앵글이 손님 사진에도 있었다. 이 사람은 10년 동안 누구를 찍든 왼쪽에 자리를 비워 놓고 있었다.

"누구 자리인데."

물으면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르겠어. 그냥 비워 놓게 돼."

그는 모른다고 했다. 이 사람이 모른다고 하면 정말 모르는 것이다.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이것은 의도가 아니라 몸이었다. 10년이 손에 남은 것.

"나 앉아 볼까."

내가 말했다. 나도 놀랐다.

"…어디에."

"왼쪽에."

그는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내가 빈 벽 앞 의자에 앉는 것을 그냥 봤다. 나는 앉았다. 그가 늘 비워 놓던 자리에. 어색했다. 손을 어디 둬야 할지 몰랐다.

"찍어 봐."

"안 찍어."

"왜."

"지금 찍으면 —" 그가 말을 골랐다. "지금 찍으면 네가 있는 사진이 되잖아. 그럼 나는 그거 갖고 또 10년 살 수 있어. 그러면 안 되지."

"…그러면 안 돼?"

"응. 사진 말고 사람으로 살아야지. 뽑고 나면 살 데가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 그게 여기야. 사진 안이 아니라."

그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눈높이가 같아졌다. 10년 동안 먼 데서만 보던 사람이 한 걸음 거리에 있었다.

"그러니까 앉아 있어. 안 찍을게."

그 다정한 말의 끝에서, 그가 아주 작게 덧붙였다.

"…근데 일어날 때는 말해 줘. 내가 못 보는 사이에 일어나지는 말고."

돌아가는 길에 문자를 보냈다.

「집」

「응.」

그리고 잠시 뒤에 하나가 더 왔다. 답장이 아니라, 그가 먼저 꺼낸 문장이었다.

「오늘 왼쪽 자리 고마웠어.」

나는 답을 쓰지 않았다. 대신 폰을 가슴에 얹고 천장을 봤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일은 문자를 안 보내 보기로. 시험이었다. 그가 아니라 나를 향한.

— 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