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우연이 반복되면

7화. 퇴근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엄마는 그날 밤 더 말하지 않았다.

"얼굴 보고 얘기하자. 전화로 할 얘기가 아니야."

"언제."

"…정리 좀 하고. 엄마도 찾아봐야 돼."

찾아봐야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묻지 않았다. 버렸다면 찾을 게 없다. 찾아야 한다는 건,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었다.

도하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편지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의 10년을 다시 쓰는 일이었다. 답이 없어서 안 갔다는 사람에게, 답이 못 간 거였다고 말하려면 편지를 손에 들고 말해야 했다. 말로만 하면 그건 또 하나의 소문이 된다.

대신 나는 다른 것을 시작했다.

「퇴근」

밤 9시 40분, 회사 로비를 나오면서 보낸 두 글자였다. 보내 놓고 스스로 이상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한 번도 알려 달라고 조른 적이 없다. 어디로 가는지만 알려 달라는 말을 정류장에서 한 번 했을 뿐이다.

답장은 1분 안에 왔다.

「응. 오늘은 큰길?」

「골목.」

「그럼 불 켜 놓을게.」

골목에 들어서니 작업실 창이 밝았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지나가면서 창 너머로 손을 한 번 들었고, 안에서 그가 손을 들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이 평소보다 짧았다.

「집」

「응.」

「출근」

「응. 비 온대.」

「점심」

「뭐 먹어?」

「국수.」

「…시럽 없는 국수.」

「그건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맛있게 먹어.」

일주일 만에 이것은 습관이 됐다. 하루 네 번. 두 글자에서 다섯 글자 사이. 그는 한 번도 먼저 묻지 않았다. 내가 보내면 답했고, 안 보내면 — 안 보낸 날은 아직 없었다.

혜진이 내 폰 화면을 보고 말했다.

"그거 뭐야. 근태 보고야?"

"…아니."

"'퇴근' '집' '출근'. 이거 상사한테 보내는 거 아니면 뭔데."

"알려 주는 거야. 어디 있는지."

혜진은 국수를 한 젓가락 먹고, 씹고, 삼키고 나서 말했다.

"서하야. 그거 좀 이상하지 않아?"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이상하지 않다고 말하려는데, 이상하지 않은 이유가 '그 사람이 무서워하니까'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건 이상하지 않은 이유가 아니라 이상한 이유였다.

"…이상해."

"그런데 왜 해."

"그 사람이 시킨 게 아니라서. 내가 하는 거라서."

혜진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게 제일 이상한 거야."

나는 국수를 마저 먹었다. 이상한 이유를 가진 채로, 이상하지 않은 얼굴로.

금요일 밤, 작업실에 들렀다. 처음으로 창 너머가 아니라 문 안으로.

그는 사진을 고르고 있었다. 바닥에 늘어놓은 인화지 수십 장. 손님 얼굴들. 웃는 얼굴, 안 웃는 얼굴, 아이, 노인. 이 사람이 남을 찍는 것을 나는 처음 봤다. 아니, 남을 찍은 것을.

"골라 줄래? 이 분 프로필용."

여자 얼굴 네 장이었다. 나는 하나를 골랐다. 그가 웃었다.

"나도 그거."

"왜 나한테 물어?"

"네가 고르면 틀린 게 없어서."

나는 사진을 내려놓고 그를 봤다.

"도하야. 나 요즘 너한테 문자 보내잖아. 퇴근, 집, 그런 거."

"응."

"그거 — 네가 원한 거야?"

그는 인화지를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온화하게 대답했다.

"아니."

"…아니야?"

"안 보내도 돼. 나 그거 없어도 괜찮아."

"괜찮다고?"

"응."

그는 사진 한 장을 집어서 나한테 보여 줬다. 방금 내가 고른 것.

"이거 봐. 이 사람 웃는 거. 사람이 이렇게 웃을 때는 카메라 앞에 누가 있는 거야. 찍는 사람 말고. 이 분 옆에 남편이 서 있었어."

"…그게 무슨."

"나는 그걸 보는 사람이야. 누가 옆에 있는지."

그리고 그 온화한 설명의 끝에서,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니까 안 알려 줘도 알아. 네가 어디 있는지가 아니라, 네가 괜찮은지는."

— 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