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반복되면
6화. 세 통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편지?"
"세 통. 네가 전학 가고 나서."
그는 골목 끝에 서 있었다. 가로등 빛이 거기까지 닿지 않아서 얼굴이 반쯤 어두웠다. 그런데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이 사람은 무거운 것을 늘 이렇게 말한다.
"주소를 몰랐으니까 담임한테 부탁했어. 전학 간 학교로 보내 달라고. 선생님이 부쳐 줬어. 세 번."
"…나는."
"답이 없었어."
나는 그 자리에 서서 10년 전을 뒤졌다. 편지. 새 학교. 새 동네. 초록 대문. 나는 편지를 받은 적이 없다. 확실했다. 열네 살의 내가 소꿉친구한테서 편지를 받았다면, 그걸 잊었을 리가 없다. 나는 그 애 반찬 뺏기던 것도 기억하는 사람이다.
"안 왔어."
내가 말했다.
"편지. 나한테 안 왔어. 한 통도."
도하가 나를 봤다. 어두운 반쪽 얼굴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길었다. 그가 무언가를 다시 계산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10년짜리 계산.
"…그랬구나."
그것이 다였다. 그랬구나. 그는 화를 내지도, 누구 탓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다정하게 웃었다.
"다행이다."
"뭐가."
"네가 안 읽고 버린 게 아니라서."
그 다정한 말의 끝에서, 그가 낮게 덧붙였다.
"…10년 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래서 안 갔어. 답이 없는 데는."
집에 와서 나는 서른다섯 장을 식탁에 늘어놓았다.
내가 나간 자리들. 옥상, 정류장, 교실, 난간의 재킷. 그리고 코트 안주머니에서 한 장을 더 꺼냈다. 뺏겨도 좋은 얼굴.
열다섯의 이도하는 편지를 세 통 썼다. 답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편지를 그만두고 사진을 시작했다. 답이 필요 없는 기록으로. 나는 그 순서를 이제야 알았다. 사진이 먼저가 아니었다. 편지가 먼저였고, 편지가 실패해서 사진이 됐다. 이 사람의 성의는 두 번째 방식이었다. 첫 번째는 어디선가 사라졌다.
무섭다고 생각했던 열두 점의 풍경은, 답장을 못 받은 사람이 답장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을 10년 한 것이었다.
다음 날 회사에서 혜진이 내 얼굴을 보고 물었다.
"어제 뭐 있었어? 얼굴이 이상해."
"어떻게 이상한데."
"운 것 같기도 하고, 좋은 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둘 다면 큰일인데."
"둘 다야."
혜진은 커피를 마시다가 멈췄다.
"…그 사진작가?"
나는 혜진한테 전시 얘기를 했었다. 무섭다고. 풍경이 전부 내 자리였다고. 혜진은 그때 "도망쳐"라고 했었다. 정확한 조언이었다.
"응."
"도망치라고 했잖아."
"도망쳤어. 2주. 근데 그 사람은 안 따라왔어. 안 따라오니까 내가 갔어."
혜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오래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거 제일 위험한 종류야. 알지?"
"알아."
"아는 사람 얼굴이 아닌데."
퇴근길에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10년 전 이사는 아버지의 발령이었다. 일주일 만에 결정됐고, 엄마는 그때 이삿짐과 전학 서류와 새 집 계약을 혼자 처리했다. 나는 중2였고,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엄마."
"어, 이 시간에 웬일이야."
"물어볼 게 있어서."
나는 골목을 걸으며 말했다. 작업실 골목이 아니라 큰길. 아직 큰길이었다.
"10년 전에. 이사하고 나서. 나한테 온 편지 있었어?"
전화 너머가 조용해졌다.
"…편지?"
"응. 전 학교에서 온 거. 친구가 보낸 거."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텔레비전 소리가 작아졌다. 엄마가 리모컨을 든 것이다. 그것은 엄마가 뭔가를 말하기 전에 하는 버릇이었다.
"서하야."
"…있었구나."
"그게."
엄마의 침묵이 길었다. 나는 큰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비켜 갔다.
"…있었어."
— 7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