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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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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반복되면

5화. 없는 사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옥상 바닥의 금이 먼저 보였다.

그다음 라디오. 안테나가 반쯤 접힌 낡은 라디오가 시멘트 바닥에 놓여 있고, 그 옆에 도시락 뚜껑이 뒤집혀 있었다. 사람은 없었다. 있던 자리만 있었다.

두 번째 장. 정류장. 기둥 아래 낙서. 세 번째. 교실 창가, 빈 책상. 네 번째. 옥상 난간에 걸린 교복 재킷 — 내 것이었다. 더워서 벗어 놓은.

"…나는 없네."

"있어."

도하가 옆에서 말했다. 사진을 보는 게 아니라 나를 보고 있었다.

"어디에."

"전부 다. 네가 방금 나간 자리야."

그렇게 들으니 그렇게 보였다. 라디오 옆의 빈 바닥은 내가 앉았던 자리였다. 뒤집힌 도시락 뚜껑은 내가 반찬을 뺏긴 흔적이었다. 빈 책상은 내 자리. 열네 살의 도하는 나를 찍지 않고 내가 있던 자리를 찍었다. 그때부터 그랬다. 이 사람의 앵글은 10년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다.

"왜 나를 안 찍었어?"

"찍으면 네가 알잖아. 알면 …" 그는 잠깐 말을 골랐다. "알면 이상하게 볼 것 같았어. 열다섯이 매일 카메라 들이대면."

"열다섯이 매일 자리만 찍는 것도 이상해."

"응. 근데 그건 네가 몰랐으니까."

스무 장을 넘기면서 나는 세는 걸 그만뒀다. 전부 같은 것이었다. 내가 방금 나간 자리들. 그 주의 옥상, 그 주의 정류장, 그 주의 교실. 그리고 사진은 전부 조금씩 흔들려 있었다. 열다섯의 손으로 찍은 것이니까.

"흔들렸네."

"응. 그때는 기다리는 걸 몰랐어. 숨을 참고 찍는 거. 그건 나중에 배웠어."

"뭘 기다리는데."

"네가 자리를 뜨는 순간."

나는 사진을 넘기던 손을 멈췄다. 그가 말한 것은 촬영 기술이었는데, 문장이 촬영 기술로 들리지 않았다.

서른다섯 장을 넘겼다.

서른여섯 번째 장은 봉투 맨 뒤에 따로 접혀 있었다. 현상소 주인이 따로 챙긴 모양이었다. 뭔가 달라서.

나는 그것을 꺼냈다.

열다섯의 이도하가 웃고 있었다.

옥상 난간에 기대서, 교복 넥타이가 비뚤어진 채로, 카메라를 뺏긴 사람의 얼굴로 웃고 있었다. 초점이 안 맞았다. 하늘이 반, 얼굴이 반이었다. 열네 살이 찍은 사진이 그렇지 뭐. 그런데 그 흔들린 사진 속에서, 이 사람은 지금까지 내가 본 어떤 얼굴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런 얼굴이었네."

"어떤 얼굴."

"뺏겨도 좋은 얼굴."

도하가 사진을 봤다. 오래. 자기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가 아주 조용히 말했다.

"내 사진이 없어."

"응?"

"10년 동안. 내 사진이 한 장도 없어. 찍는 사람이라서. …그게 있었네."

나는 그 문장을 천천히 받았다. 인물 사진작가. 남의 얼굴을 10년 찍은 사람. 자기 사진은 열네 살짜리가 초점도 못 맞추고 찍은 이 한 장이 전부라는 것.

"이거 내가 가질게."

내가 말했다. 서른여섯 번째 장을 봉투에 다시 넣지 않고.

도하가 나를 봤다. 반 박자. 이번에는 그가 어긋난 박자였다.

"…왜."

"내가 찍었으니까. 관세야."

그는 웃었다. 열다섯의 얼굴이 스물여덟의 얼굴 위에 겹쳤다. 사진 속의 그 웃음과 같은 각도였다.

"그럼 나머지 서른다섯 장은."

"그건 네 거지. 네가 찍었잖아."

"…아니."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네 자리들이야. 네가 가져."

"그러면 너한테 남는 게 없잖아."

"있어."

그가 나를 봤다. 온화하게. 그리고 그 온화함의 끝에서 온도가 한 눈금 내려갔다.

"자리 말고, 사람이 있잖아. 지금은."

그 문장을 무서워해야 하는지 나는 몰랐다. 모르는 채로, 좋았다.

우리는 가로등 아래서 사진을 나눴다. 서른다섯 장은 내 가방으로, 한 장은 내 코트 안주머니로. 그는 빈 봉투를 받았다.

"봉투만 남았네."

"봉투도 그 주 거야."

그가 빈 봉투를 접어 재킷 안에 넣었다. 그리고 걸어가다가, 골목 끝에서 멈췄다.

"서하야. 하나 더 있어. 그 주에."

"뭐가."

"편지."

— 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