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반복되면
28화. 같이 뽑는 것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필름 열두 통을 작업실 바닥에 한 줄로 세웠다.
6개월. 한 달에 두 통. 나는 마지막 두 통을 파견 마지막 주에 다 썼다. 서른여섯 컷씩, 432장. 현상하지 않은 채로.
"같이 뽑는다며."
"응."
"현상소 가자."
그는 필름 통을 하나 집어서 라벨을 봤다. 내 글씨로 날짜가 적혀 있었다. 첫 번째 통. 파견 첫날.
"…이거 뽑으면 그 달 끝나는 거 아니야?"
"끝나. 근데 다음 달이 있잖아. 열한 통."
"열한 통 다 뽑으면."
"그러면 6개월이 끝나고, 내가 여기 있지."
그는 웃었다. 그리고 필름 열두 통을 상자에 담았다. 자기 손으로.
현상소 주인은 열두 통을 보고 안경을 고쳐 썼다.
"…한꺼번에요?"
"네."
"일주일 걸려요."
"괜찮아요."
이번에는 도하가 대답했다. 나보다 먼저. 그가 먼저 대답한 것은 이 현상소에서 처음이었다.
일주일 동안 강 실장이 두 번 왔다.
"작가님. 두 번째 전시 얘기를 해야죠. 첫 전시 전작 매입이면 다음이 있어야 돼요. 그쪽에서도 기다리고."
"…압니다."
"뭘 걸 건데요. 벽이 비었잖아요."
그는 빈 벽을 봤다. 작은 액자 하나. 『먼저 온 사람』. 그리고 지도. 파란 핀.
"실장님. 이번엔 제 사진이 아닐 수도 있어요."
"…무슨 뜻이에요."
"제가 찍은 게 아닐 수도 있다고요."
강 실장이 나를 봤다. 그리고 한참 뒤에 물었다.
"…두 분 공동전이에요?"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제 사진이 아니에요. 제가 찍은 건 사진이 아니라 필름이에요. 아직."
필름은 목요일에 나왔다. 432장. 현상소 주인이 봉투 열두 개를 내주며 말했다.
"전부 다 왼쪽이 비어 있네요. 일부러 그런 거예요?"
"…네."
"특이하네."
우리는 봉투 열두 개를 작업실 바닥에 늘어놓았다. 그리고 한 통씩 열었다. 첫 번째 달. 물류센터 지붕. 원룸 책상. 빈 의자. 정류장. 사거리.
"…이거 내가 10년 한 거네."
"응. 6개월로 압축했어."
"압축이 되는 거였구나."
"되더라. 옆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사진을 넘겼다. 한 장, 한 장. 그리고 어느 순간 손이 멈췄다. 세 번째 달. 식당 사진이었다. 4인 테이블. 나 혼자 앉았던 자리에서 찍은 맞은편 빈 의자.
"…이거 왼쪽이 아니네."
"응. 맞은편이야."
"왜."
"그때부터 바뀌었어. 옆이 아니라 맞은편이 비더라. 왜인지는 몰라."
그는 그 사진을 오래 봤다. 그리고 말했다.
"…알 것 같아. 옆은 같이 보는 자리고, 맞은편은 서로 보는 자리야."
6개월 동안 내가 몰랐던 것을 이 사람은 사진 한 장으로 알아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뭘 보는지 아는 사람이니까.
432장을 다 본 것은 새벽이었다. 그는 바닥에 앉은 채로 말했다.
"이거 걸자."
"…432장을?"
"아니. 골라서. 열두 장. 한 달에 두 장."
"그건 네 전시잖아."
"아니야. 네 사진이야. 네가 찍은 거. 내 벽에 거는 거지."
"…사진작가 전시에 사진작가 사진이 한 장도 없으면 어떡해."
"있어."
그는 일어나서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한 장을 꺼냈다. 내가 찍은 것. 이 사람의 정면. 렌즈 위의 눈. 열네 살이 아니라 스물여덟의 나가 찍은 유일한 사진.
"이거. 내 전시에 내 사진 한 장."
"…걸어도 돼? 그거 걸면 자리가 된다며."
그는 사진을 봤다. 그리고 웃었다. 다정하게. 그리고 그 다정함의 끝에서, 온도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응. 걸어. 걸어 놓고, 없어지나 안 없어지나 보게."
— 2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