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반복되면
27화. 예고 없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파견 마지막 주. 나는 4일 일찍 올라갔다.
말하지 않았다. 문자는 평소대로 보냈다. 「출근. 보고 싶어.」 — 물류센터가 아니라 고속버스 안에서. 거짓말은 아니었다. 출근하는 중이었으니까. 서울로.
이건 시험이 아니었다. 실험도 아니었다. 그냥 알고 싶었다. 예고 없이 오는 것이 이 사람한테 뭐가 되는지. 10년 전의 반대. 예고 없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예고 없이 나타나는 것.
그리고 하나 더. 나는 이 사람이 나 없는 6개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준비 안 된 얼굴로 보고 싶었다.
오후 2시, 작업실 골목.
캐리어를 끌고 골목에 들어섰다. 창을 봤다.
불이 꺼져 있었다.
나는 멈춰 섰다. 이 골목에서 그 창이 꺼져 있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밤에도 켜 놓는 사람인데. 낮 2시에.
문을 밀었다. 잠겨 있었다.
나는 문 앞 계단에 앉았다.
세 통의 편지를 무릎에 올리고 있던 자리. 그가 옥상에 올라갔을 때 앉아 있던 자리. 캐리어를 옆에 세우고, 폰을 봤다.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 「어디야.」 세 글자면 됐다. 이 사람은 5분 안에 답한다.
보내지 않았다.
이것이었다. 예고 없이 왔는데 상대가 없는 것.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 문을 두드릴 수 없는 것. 나는 계단에 앉아서 그것을 처음 겪었다. 이 사람이 10년 전 월요일에 겪은 것을, 나는 오후 2시 골목에서 30분째 겪고 있었다.
무서웠다.
그런데 그 무서움 안에서 나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나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찾아다니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여기 있고 싶었다. 이 사람이 돌아올 자리에. 이 사람이 10년 동안 옥상에 있었던 것처럼.
아, 이거구나.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리를 지키는 것. 이 사람은 나를 기다린 게 아니었다. 내가 돌아올 자리를 10년 동안 비워 놓은 거였다. 왼쪽을.
한 시간 반 뒤, 골목 끝에서 발소리가 났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발소리로 알았다. 반 박자 앞서 걷다가, 골목 중간에서 멈춘 발소리.
"…서하야?"
고개를 들었다. 그가 서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낡은 필름 카메라. 열다섯 살 것. 그리고 그의 얼굴은 — 정류장에서 봤던 그 얼굴이었다. 진짜 우연을 만난 사람의 얼굴. 두 박자 늦은 얼굴.
"…왜 여기 있어. 다음 주 아니야?"
"4일 일찍."
"…말 안 하고?"
"응."
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골목 중간에서. 캐리어와 나와 잠긴 문을 보면서. 그리고 그의 얼굴에서 뭔가가 무너졌는데,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열린 것이었다.
"…얼마나 있었어."
"두 시간."
"…문 잠겨 있었지."
"응."
"…무서웠어?"
"응."
그가 걸어왔다. 반 박자가 아니라 뛰는 박자로. 그리고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계단 아래서. 눈높이보다 낮게.
"미안. 몰랐어. 알았으면 —"
"알았으면 예고 있는 거잖아. 예고 없이 온 거야. 일부러."
"…왜."
"네가 10년 전에 겪은 거, 두 시간만 겪어 보려고."
그는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봤다. 자기 손에 든 것.
"어디 갔었어?"
내가 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옛 동네."
"옥상?"
"아니. 정류장. 벤치."
"뭐 하러."
"…찍으러. 안 찍은 지 오래돼서, 손이 근질거려서. 근데 —"
그는 카메라를 들어 보였다.
"안 찍었어. 벤치 앉아서 한 시간 있다가, 안 찍고 왔어. 자리를 찍을 필요가 없더라. 네가 어디 있는지 아니까. 다음 주에 온다고 했으니까."
"…근데 내가 지금 여기 있었네."
"응."
그가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다섯 번째였다. 정류장의 당황과 옥상의 네 번째 웃음이 섞인, 처음 보는 것.
"…예고 없이 오는 것도 있구나."
"응. 있어."
"10년 동안 몰랐어. 예고 없는 건 가는 것뿐인 줄 알았어."
10년짜리 오해가 골목 계단에서 풀리는 데는 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나는 그 두 시간을 이 사람한테 준 것이 아니라 받은 것 같았다.
그는 일어섰다. 열쇠를 꺼냈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창의 불을 켰다. 그리고 돌아서서, 다정한 말의 끝처럼, 아주 낮게 말했다.
"…다음에 예고 없이 올 때는, 문 안 잠글게. 열어 놓을게. 언제든."
"그건 예고잖아."
"…응. 그러네."
— 2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