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반복되면
24화. 없던 걸로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파견 확답 마감은 금요일이었다.
목요일까지 그는 한 번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문자는 평소대로였다. 「응」 「불 켜 놓을게」 「비 온대」. 그의 온화함은 완벽했고, 나는 그 완벽함이 옥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일 밤 안 잡히는 주파수를 돌리면서.
목요일 저녁, 나는 작업실에 갔다. 결정을 말하러.
"갈게."
내가 말했다. 문 앞에서.
그는 손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기가 손님이 되는 자리. 그는 고개를 들었다. 온화하게. 그리고 끄덕였다.
"…응."
"6개월. 다음 달 1일에 내려가."
"응."
"주말에 올라올게. 격주로."
"응."
"문자는 —"
"안 해도 돼."
"할 거야."
"…응."
나는 그를 봤다. 응. 응. 응. 이 사람은 지금 열다섯의 문장을 지키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서. 손이 무릎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열다섯의 봉투 세 통 위에서 떨렸던 그 손이, 지금은 떨리지도 않았다. 떨리는 것까지 참고 있었다.
나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 그의 맞은편이 아니라, 옆에 섰다. 손님 의자 옆에.
"도하야."
"응."
"한 번만 해 봐."
"…뭘."
"가지 말라고. 한 번만. 안 간다고 안 할게. 그냥 듣기만 할게."
그는 오래 말이 없었다.
작업실이 조용했다. 빈 벽. 작은 액자. 지도. 파란 핀. 못 자국 열두 개. 그 모든 것 앞에서 그는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두 번.
세 번째에.
"…가지 마."
아주 작았다. 열다섯의 목소리보다 더 작았다. 편지에도 쓰지 못한 문장이었다. 10년 넘게 한 번도 밖으로 나온 적 없는 것.
나는 들었다. 듣기만 했다. 약속한 대로.
그리고 그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방금 건 없던 걸로 해."
"안 돼."
"…서하야."
"없던 거 아니야. 들었어. 들은 건 없던 걸로 안 돼."
그가 나를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 이 작업실에서 처음으로 — 온화한 얼굴이 무너졌다. 서툰 쪽도 아니고, 찍히는 사람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무너진 얼굴이었다. 스물여덟이 아니라 열다섯이 10년을 건너와서 앉아 있는 얼굴.
"…10년 동안 한 번도 안 했어. 그 말."
"알아."
"하면 네가 떠날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어."
"알아. 근데 도하야, 그건 떠날 이유가 아니야. 그건 —"
나는 말을 골랐다. 이 사람 방식으로.
"그건 돌아올 자리야."
그는 그날 밤 옥상에 올라가지 않았다.
우리는 작업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가 그 말을 한 뒤로 한 시간쯤. 아무것도 안 하고. 그가 물었다.
"…그래도 가?"
"가."
"응."
"근데 다르게 가."
"뭐가 달라."
"네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가는 거야. 안 했는데 가는 거랑 달라."
그는 그것을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웃었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올라온 웃음이었다. 네 번째 웃음. 옥상에서 봤던, 내가 이름을 못 붙인 것.
"…그거, 알겠어. 그 차이."
"응."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가는 사람은 — 돌아올 자리가 있는 사람이네."
"응."
그는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빈 벽으로 갔다. 작은 액자 아래. 그리고 못 자국 하나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6개월 뒤에 여기 뭐 걸지 정했어."
"뭐."
"네가 찍어 오는 거."
"…나 못 찍는데."
"알아. 그래도."
그는 돌아서서 나를 봤다. 온화한 얼굴이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그 온화함은 이제 옥상에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갈게. 대신 —"
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문장을 자를 차례였다.
"대신?"
"대신 매일 알려 줄 거야. 어디 있는지가 아니라, 다녀왔다는 것도 아니라 —"
"그럼 뭘."
"네가 보고 싶다는 거."
— 2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