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반복되면
22화. 말할까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6개월.
나는 인사팀 회의실에서 나와 복도에 서 있었다. 파견. 지방. 다음 달부터. 거절할 수 있는 종류의 제안이었다. 승진 트랙이었고, 거절하면 트랙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혜진이 복도 끝에서 나를 봤다.
"들었어?"
"응."
"갈 거야?"
"…모르겠어."
"그 사람한테는."
"…아직."
사흘 동안 말하지 않았다.
문자는 보냈다. 「퇴근」 「집」 「출근」. 그리고 매번 그 두 글자 뒤에 여섯 글자가 더 있었는데 보내지 못했다. 파견. 6개월. 다음 달.
말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람 앞에서는 거짓말과 같은 무게였다. 예고 없는 상실을 10년 견딘 사람한테, 예고를 사흘 미루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알면서 미뤘다.
왜 미루는지도 알았다. 말하면, 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보게 되니까. 그리고 그걸 보고 나면, 내가 어떻게 될지도.
나흘째, 작업실. 그는 손님을 찍고 있었다. 젊은 남자. 이력서 사진. 그는 늘 그렇듯 말이 적었고, 남자가 웃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웃음이 정점에 오기 반 박자 전에 눌렀다.
손님이 가고, 그가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응?"
"사흘째 얼굴이 그래."
"어떤데."
"뭘 안 말하는 얼굴."
나는 웃으려고 했다. 실패했다. 이 사람은 사람이 웃을 때 옆에 누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다. 웃지 못하는 사람 옆에 뭐가 있는지도 알 것이다.
"물어봐도 돼?"
"…응."
"안 물어볼게."
"…응?"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해. 나는 알려 달라고만 했지, 언제 알려 달라고는 안 했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모니터를 봤다. 손님 사진을 골랐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알았다. 이 사람은 지금 무서워하고 있다. 사흘째 무서워하고 있는데 안 묻는다. 물어볼 자격을 자기한테 안 줬으니까.
혜진과 점심을 먹으며 나는 물었다.
"너 같으면 어떻게 할 거야."
"뭘. 파견을? 아니면 말하는 거를?"
"둘 다."
혜진은 국수를 먹다가 젓가락을 세웠다.
"파견은 가. 6개월이야. 2년도 아니고. 그리고 그 사람은 —"
"그 사람은?"
"10년 기다린 사람이 6개월을 못 기다리겠어?"
"…그게 아니야. 기다리는 건 그 사람이 제일 잘해. 문제는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그 사람이 기다리는 동안 또 옥상에 올라갈까 봐. 내려왔거든, 겨우."
혜진은 오래 나를 봤다.
"서하야. 그건 네가 정할 게 아니야. 그 사람이 정할 거야. 너는 알려 주기만 해. 그게 너희 둘 약속이라며."
그날 저녁 나는 작업실 문을 밀었다.
그는 빈 벽 앞에 있었다. 작은 액자 아래. 『먼저 온 사람』. 카메라도 없이, 그냥 서서.
"도하야."
"응."
"말할 게 있어."
그가 돌아섰다. 온화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 온화함이 얼마나 힘을 들여서 유지되는 것인지 나는 이제 알았다.
"…들을게."
나는 숨을 골랐다. 10년 전 이 사람이 못 받은 것을, 지금 주려는 것이었다. 예고.
"파견. 지방. 6개월. 다음 달부터."
— 2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