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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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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반복되면

19화. 파는 것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안 팔아."

그는 다음 날 아침에 그렇게 말했다. 강 실장한테가 아니라 나한테. 작업실 바닥에 열두 점이 늘어놓여 있었다. 전시에서 돌아온 뒤 벽에 걸려 있던 것들. 정류장, 골목, 횡단보도.

"왜."

"네 자리잖아."

"내 자리를 왜 네가 못 팔아."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열두 점을 봤다. 10년. 이 사람이 답이 없는 데 가지 않는 대신 찍은 것들. 이걸 파는 것은 10년을 파는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느낀다는 걸 알았다.

"얼마래."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얼마냐고."

그가 말했다. 나는 숫자를 듣고 잠깐 말을 잃었다. 이 사람이 골목에 작업실을 내고 손님 프로필을 찍어서 버는 것의 몇 년 치였다.

"그 돈이면 너 손님 안 받아도 되잖아."

"손님 받는 거 좋아해."

"그럼 그 돈으로 뭐든 하면 되잖아. 그런데도 안 팔아?"

"응."

강 실장이 오후에 직접 왔다. 50대. 말이 빠르고 정확한 사람.

"작가님. 이거 기회예요. 첫 개인전 전작 매입은 흔한 일이 아니에요. 그쪽에서 작가님 다음 작업까지 보고 싶어 해요."

"압니다."

"그런데 왜."

"…이건 파는 게 아니에요."

강 실장이 나를 봤다.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눈으로 봤다가, 뭔가를 알아챈 눈으로 바뀌었다. 열두 점의 공통점을 아는 사람은 이 방에 이제 셋이었다.

"이분이 —"

"네."

강 실장은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나한테 물었다. 도하가 아니라 나한테.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사진들."

나는 열두 점을 다시 봤다. 처음 전시장에서 봤을 때 무서웠던 것들. 이제는 무섭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이 보였다. 이것들이 전부 지나간 자리라는 것. 방금 나간 자리. 이제 나는 그 자리에 없다. 나는 파란 핀에 있다.

"팔아."

내가 말했다.

도하가 나를 봤다.

"…서하야."

"팔아. 이건 내 자리가 아니라 내가 나간 자리야. 지금 나는 여기 있잖아. 이건 네가 나 없이 산 10년이야. 그거 벽에 걸어 놓고 계속 볼 필요 없어."

"…."

"네가 그랬잖아. 사진은 늘었는데 사람이 안 왔다고. 이제 왔잖아. 그러면 사진은 보내도 돼."

그는 열두 점을 봤다. 오래. 강 실장은 기다렸다. 나도 기다렸다. 이건 이 사람이 자기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필름을 현상하는 것처럼.

"…한 장은 안 팔아요."

그가 강 실장한테 말했다.

"어떤 거요."

"뒷모습이요. 제일 작은 거."

"그건 애초에 목록에 없었어요. 열두 점만."

"네. 그럼 열두 점. …보낼게요."

강 실장이 돌아가고 우리는 바닥에 앉았다. 열두 점 사이에.

"괜찮아?"

"…모르겠어."

"솔직하네."

"거짓말 안 하니까."

그는 정류장 사진을 들었다. 학교 앞. 전시의 세 번째 사진. 그가 카메라도 없이 벤치에 앉아 있던 그 정류장.

"이거 보내면 나 그 정류장 다시 안 가도 되나."

"가도 돼. 근데 안 찍어도 돼."

"…그 차이를 잘 모르겠어."

"배우면 돼. 남는 쪽 배우는 것처럼."

그는 사진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의 끝에서, 온도가 내려갔다.

"…팔고 나면 벽이 비어. 빈 벽 앞에 서 있는 거, 나 잘 못해."

— 2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