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반복되면
15화. 너 여기 온 적 있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현상소 주인이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이번엔 잘 나왔어요. 필름이 새 거라서."
두 통. 일흔두 장. 도하는 이번에도 자기 손으로 열지 않았다. 나한테 넘겼다. 나는 작업실 바닥에 앉아서 한 장씩 늘어놓았다. 그는 맞은편에 앉았다.
정류장. 도로. 편의점 벤치. 물류센터 옥상에서 찍은 지방 도시의 지붕들. 호텔 창문. 컨베이어 벨트.
"…왼쪽이 비었네."
그가 먼저 말했다. 세 번째 장에서.
"응."
"이것도. 이것도."
"응. 전부."
그는 사진을 한 장 들어서 가까이 봤다. 정류장 벤치. 왼쪽이 빈 벤치.
"…옮았어?"
"옮았어."
그는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지금까지 본 어떤 웃음과도 달랐다. 뺏겨도 좋은 얼굴도 아니고, 서툰 쪽도 아니었다. 자기 것을 처음으로 남한테서 본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거 이상한 거 알지."
"알아. 네가 10년 한 거잖아."
"내가 하는 건 이상하고, 네가 하는 건 —"
"똑같이 이상해. 근데 둘이 하니까 덜 이상해."
마흔 장쯤 넘겼을 때였다.
그의 손이 멈췄다. 한 장 위에서.
정류장이었다. 물류센터에서 큰길로 나가는 사거리의 정류장. 낡은 표지판, 기울어진 벤치, 뒤로 보이는 3층 건물.
"…이거."
"왜."
그는 대답하지 않고 일어섰다. 벽으로 갔다. 사진이 걸린 쪽 벽. 전시가 끝나고 돌아온 열두 점 중에서 한 장을 뗐다. 그리고 바닥에, 내 사진 옆에 놓았다.
같은 정류장이었다.
각도가 달랐다. 그의 것은 건너편에서, 먼 데서 찍은 것이었다. 내 것은 바로 앞에서. 그런데 같은 표지판, 같은 벤치, 같은 3층 건물.
나는 그의 사진을 들었다. 뒷면에 연필로 날짜가 있었다. 6년 전.
"…너 여기 온 적 있어?"
그는 서 있었다. 바닥의 두 장을 내려다보면서. 온화한 얼굴이 아니었다. 들킨 얼굴도 아니었다. 그냥 — 오래된 것을 꺼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응."
"언제."
"네가 대학 다닐 때."
나는 그 도시에서 대학을 다녔다. 4년. 물류센터가 있는 도시가 아니라, 그 옆 도시였다. 출장 갔던 사거리는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였다. 나는 그것을 출장 가서도 몰랐다. 6년 만에 가는 동네였고, 정류장은 다 비슷하니까.
그런데 이 사람은 6년 전에 그 정류장을 찍었다.
"어떻게 알았어. 내가 거기 있는 거."
"…네 계정."
"내 계정?"
"대학 때. 공개 계정이었잖아. 학교 앞 사진, 정류장 사진. 네가 올린 거."
나는 기억했다. 스무 살의 나는 모든 것을 올렸다. 학교 앞 카페, 정류장, 벚꽃, 시험 기간 도서관. 아무나 볼 수 있는 계정이었다. 아무나.
"그래서 갔어?"
"한 번. 6년 전 봄에. 버스 타고 가서 정류장 건너편에 서 있다가, 찍고, 돌아왔어."
"…나 안 만나고?"
"응."
"왜."
그는 사진 두 장을 봤다. 6년 전의 것과 사흘 전의 것.
"편지 답이 없는 사람한테 가면 안 되니까. 그때는 그렇게 알았으니까."
나는 무서워해야 했다. 6년 전, 스무 살의 나를 이 사람이 정류장 건너편에서 보고 있었다.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고 그 도시까지 와서. 머리는 그것이 무서운 일이라고 정확하게 말했다.
그런데 심장은, 매번 그렇듯이, 다른 문장에 먼저 반응했다. 그 정류장 건너편에 서서 이 사람은 나한테 오지 않았다. 한 번 더 거절당할까 봐. 그리고 답이 서랍에 있었다는 것을 6년 뒤에야 알았다.
"도하야."
"응."
"그때 건너왔으면 나 모르는 척 안 했어."
"…알아. 지금은."
"그때는 몰랐고."
"응."
그 '응' 하나에 6년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서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나는 두 장의 사진을 겹쳐 놓았다. 먼 것과 가까운 것.
"또 있어? 이런 거. 내가 모르는 자리."
그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리고 온화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의 끝에서, 온도가 내려갔다.
"…있어. 전부 보여 줄게. 근데 보고 나서, 도망치면 어디로 가는지만 알려 줘."
— 1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