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반복되면
1화. 우연이 시작되는 곳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밤 10시 반의 카페는 마감 준비 중이었다.
야근이 끝나면 여기서 디카페인 한 잔. 그게 내 하루의 마침표다. 진동벨을 기다리며 멍하니 서 있는 10분이, 어떤 날은 하루 중 유일하게 내 것인 시간이었다.
"서하야."
진동벨이 아니라 목소리가 먼저 왔다.
내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회사에 없다. 성을 떼고, 받침을 부드럽게 뭉개면서, 끝을 살짝 올리는 그 호명은 — 아주 오래된 것이었다.
돌아봤다.
창가 자리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나는 그를 3초 만에 알아봤고, 알아본 것이 스스로 이상했다. 마지막 기억이 중학교 2학년 교복이니까. 10년 전이니까.
"…도하?"
"잘 지냈어?"
이도하가 웃었다. 열다섯의 얼굴이 스물여덟이 되어 있는데, 웃는 각도만 그대로였다.
테이블 위에는 라떼가 두 잔 놓여 있었다. 한 잔이 내 앞으로 밀려 왔다.
"시럽 없이. 맞지?"
맞았다. 나는 주문한 적이 없었다.
대화는 이상할 만큼 부드러웠다.
"야근 많지, 요즘. 이 시간에 나오더라."
"어, 프로젝트가 겹쳐서…" 나는 컵을 쥐다가 멈췄다. "이 시간에 나오는 건 어떻게 알아?"
"동네가 좁잖아."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고, 나는 그 대답이 대답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넘어갔다. 10년 만에 만난 소꿉친구를 상대로 심문을 할 수는 없으니까.
"회사 옮겼다며. 작년에."
"…그건 또 어떻게."
"소문이 돌아. 우리 옛 동네까지."
그럴 리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웃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위화감은 분명히 쌓이는데, 그 위에 쌓이는 다른 것이 더 빨랐다.
"기억나? 옥상 도시락."
"네가 반찬 뺏어 먹던 거."
"뺏어 먹은 게 아니라 관세야. 옥상 자리 내가 맡았잖아."
"라디오도 기억나? 주파수 잡는다고 한 시간을…"
"88.1." 우리가 동시에 말했다.
10년이 없던 것처럼 웃었다. 열다섯 살의 언어가 하나도 녹슬지 않고 그대로 작동했다. 이 사람 앞에서만 쓰던 말들. 이 사람하고만 웃던 방식.
"너 하나도 안 변했다."
내가 말하자, 도하가 잠깐 멈췄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 조용했다.
"너는 변했어."
그리고 낮게 덧붙였다.
"…더 보고 싶은 쪽으로."
"작업실이 이 근처라고 했지? 어디?"
도하는 대답 대신 창밖을 가리켰다. 골목 하나. 내가 매일 아침 지나는 길. 회사 정문에서 도보 3분.
"우연이네."
"그러게." 그가 웃었다. "우연이네."
같은 단어를 주고받았는데, 그의 것만 무게가 달랐다. 나는 그 무게를 재는 대신 컵을 비웠다. 디카페인이었는데 심장이 빨랐다.
"이제 가 봐야겠다. 막차."
"응. 조심히 가."
그가 잡지 않았다. 가지 말라는 말도, 더 있자는 말도 없었다. 잡히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마음에 남으려는 참에, 봉투 하나가 테이블 위로 미끄러져 왔다. 두꺼운 종이. 전시 초대장.
"첫 개인전이야. 와 줄래?"
"사진전? 잘됐다, 진짜…"
"아까 잘 지냈냐고 물었잖아."
도하가 말했다. 온화한 얼굴 그대로였다.
"…아니다. 그건 내가 더 잘 알겠다."
무슨 뜻이냐고 묻기 전에 그는 웃으며 일어섰고, 나는 봉투를 열었다.
전시 제목이 인쇄되어 있었다.
『소행성 B-17』
열네 살의 우리가 만든 암호였다. 옥상을 부르던 이름. 세상에서 두 사람만 아는.
나는 10년 동안, 그 말을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