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사람은 안 죽는다
1화. D+3, 옥탑의 이상한 애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생수가 반 병 남았다.
나는 그것을 식탁 위에 세워 두고 오래 바라봤다. 사흘 전에 세상이 멈췄고, 어제 오후에 전화가 죽었다. 통신사 세 곳이 같은 날 침묵하면, 그건 통신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복도에서 소리가 났다.
발소리가 아니다. 신음도 아니다. 부스럭거림 — 시작됐다가, 멈췄다가, 다시 시작되는. 뉴스가 끊기기 전에 그들을 부르던 이름이 몇 개 있었는데, 나는 관리사무소 방송이 쓰던 말이 제일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멈춘 사람들.
그들은 완전히 움직이는 것도, 완전히 멈춘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사흘째, 나는 3층의 이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노크 소리가 난 것은 그때였다.
세 번, 그리고 짧게 두 번. 리듬이 있는 노크였다. 멈춘 사람들은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두드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3층 아저씨. 살아 있죠? 숨소리 들려요."
여자 목소리였다. 그리고 — 밝았다. 이 상황에, 이 건물에서, 밝은 목소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소리 자체보다 더 비현실적이었다.
문구멍으로 내다봤다. 방독면을 이마 위에 올려 쓰고, 주머니가 잔뜩 달린 카키색 자켓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본 적 있다. 옥탑에 사는, 택배 상자가 유난히 많이 오던.
"…누구세요."
"옥탑이요. 탁해솔. 아저씨, 물 떨어졌죠? 사흘이면 그럴 때 됐는데."
나는 대답 대신 문을 열었다. 살면서 한 결정 중에 제일 빠른 결정이었다.
"싸우는 거 아니에요."
복도로 나서기 전에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는 갑자기 반 톤 낮아져 있었다.
"우린 조용히, 빠르게, 위로. 제 손 보고요. 주먹 쥐면 정지. 두 손가락이면 이동. 알았죠?"
계단참에 멈춘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림자가 먼저 보였다. 해솔은 주먹을 쥐었고, 우리는 벽에 붙어 숨을 죽였고, 부스럭거림이 계단 아래로 멀어질 때까지 그녀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그리고 두 손가락.
옥탑까지 두 층 반. 나는 그 두 층 반 동안, 이 이상한 애가 이 건물에서 제일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옥탑방 문이 열렸을 때,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벽면 가득 철제 선반. 생수 묶음, 라벨이 붙은 통조림 상자들, 부탄가스, 구급함, 라디오 두 대. 창가에는 태양광 패널이 기울어 있고, 옥상으로 나가는 문 옆에는 빗물을 받는 정수 장치가 있었다.
"이게 다…"
"6년이요."
그녀가 방독면을 벗어 걸며 말했다.
"편의점 알바비로 6년. 다들 그 돈으로 여행 가라고 했는데."
그리고 그녀는 이 말을 하려고 6년을 기다린 사람처럼 씩 웃었다.
"거봐요. 준비한 사람 안 죽죠."
계약은 그날 저녁에 체결됐다.
"파트너 규칙 3개예요. 하나, 아침 브리핑 참석. 둘, 물자는 공동관리 — 제 물자에 아저씨 몫 라벨 새로 붙일 거예요. 셋, 단독행동 금지. 나갈 땐 무조건 둘이."
"…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요?"
"둘이면 생존율이 오르거든요. 망보기, 짐, 그리고." 그녀는 잠깐 생각했다. "말상대요. 정부 발표는 100일이면 정리된다고 했어요. 100일 동안 혼자 브리핑하면 그건 좀, 이상한 사람이잖아요."
"이미 충분히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6년간 종말을 준비했는데."
"이상한 사람." 그녀는 그 말을 굴려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근데 아저씨, 지금 이상한 사람 옥탑방에서 이상한 사람 생수 마시고 있잖아요. 그럼 뭐다?"
"…파트너다."
"오, 학습 빠르네."
200일치를 준비한 사람이 100일을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악수 대신 주먹을 내밀었다. 우리는 그렇게 파트너가 됐다.
저녁은 라면 두 개였다. 그녀는 물을 계량컵으로 쟀다.
"내일 아침 7시, 첫 브리핑입니다. 지각하면 배식 순서 뒤로 감."
"파트너도 예외 없어요?"
"파트너라서 예외 없음."
나는 이 세계에 온 뒤 처음으로 웃을 뻔했다.
새벽에 목이 말라 깼다.
물통 앞에서, 옥상으로 난 문이 반쯤 열려 있는 것을 봤다. 난간 앞에 해솔이 서 있었다. 손에 작은 수첩. 뭔가를 적고 있었다.
부르려다가 그만두었다.
어깨의 각도 때문이었다. 낮 동안의 그 어깨가 아니었다. 시위를 놓은 활처럼, 반쯤 풀려 있었다.
그녀는 한 줄을 적고, 오래 서 있다가, 수첩을 덮었다.
무엇을 적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