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4화. 백한 번째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나—"
거기서 목소리가 한 번 갈라졌다. 2년 동안 안 쓴 근육을 쓰면 그렇게 된다.
"나도 좋아해."
말하고 나서 알았다. 이게 백한 번째의 크기였다. 하봄이 백 번을 하는 동안 나는 매번 듣는 쪽이었고, 듣는 쪽은 이게 이렇게 무거운 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어. 2년 전부터였으면 좋겠는데, 그건 거짓말 같고. 확실한 건 일주일 전부터야. 흡연 부스 앞에서 재민이가 손가락을 접던 날부터. 폴더 이름이 바뀐 날."
"…일주일."
"근데 그 일주일이 2년보다 길었어."
바람이 지나갔다. 하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하봄은 말이 없는 애가 아니다. 셔츠 하나에도 세 문장을 쓰는 애다. 그런데 지금 하봄은 난간을 잡고, 나를 보고, 입을 조금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봄아?"
"잠깐만."
하봄이 손바닥을 들었다.
"지금 나 처음이야."
"뭐가."
"받는 거."
하봄이 캔커피를 다시 집어 들었다. 손이 조금 떨렸다. 2년 동안 한 번도 못 본 것을 오늘 두 개째 보는 중이었다.
"2년 동안 나는 던지는 쪽이었거든. 던지는 건 연습이 돼. 백 번 하면 백 번 다 돼. 근데 받는 건 —"
하봄이 벽시계를 찾듯이 옥상을 둘러봤다. 옥상에는 시계가 없었다.
"…아 나 회의—"
"밤 11시야."
"…없던 회의가 안 생기네."
하봄이 웃었다. 귀까지 빨간 채로. 도망갈 데가 없어서 웃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 얼굴을 분류하지 않았다. 폴더를 만들지 않았다. 그냥 봤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하봄이 말했다.
"너 근데 말 되게 못한다."
"알아."
"나도 좋아해, 가 다야? 2년 기다렸는데?"
"백한 번째잖아. 첫 번째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 말은 좀 했다."
12층에서 1층까지, 하봄은 세 번 더 나를 보고 세 번 다 먼저 시선을 피했다. 2년 동안 그 방향은 늘 반대였다.
다음 날 아침 엘리베이터.
인사팀 정 대리님이 먼저 타 있었다. 하봄이 탔고, 내가 탔다. 문이 닫혔다. 어제까지의 순서였다.
"좋은 아침."
하봄이 말했다. 평소 텐션이었다. 셔츠 얘기가 나올 차례였다.
그런데 셔츠 얘기가 안 나왔다. 하봄이 나를 힐끔 보고, 층수 표시를 보고, 다시 나를 봤다. 던질 게 없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백 번을 다 써 버린 사람.
그래서 내가 했다.
"좋은 아침, 봄아."
정 대리님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하봄이 굳었다. 2년 동안 하봄은 나한테 '하봄'이었다. '야'였고, '하봄 씨'였고, 급할 때는 '하봄아'였다. 봄아, 는 없었다.
4층. 5층. 6층.
"…그거."
하봄이 말했다. 층수 표시를 보면서.
"반칙이야. 회사에서 하면."
"뭐가."
"…이유는 안 알려줌."
문이 열렸다. 하봄이 먼저 내렸다. 뒷모습의 귀가 빨갰다. 정 대리님이 나를 보고, 아무 말 없이 엄지를 하나 들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회사에서 제일 둔한 사람이 아니었다.
— 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