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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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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29화. 백 번째 전날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세 보았다. 95번. 다섯 개 남았다.

백한 번째를 옥상에서 한 날부터 석 달. 한강의 1번, 회식의 7번, 회의실의 30번, 캠프파이어의 70번. 다섯 개를 어디에 쓸지 나는 오래 생각했다. 하봄이 셔츠 얘기를 2년 동안 한 것처럼 아무 데나 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다섯 개는 그럴 수 없었다.

96번은 내일 아침에 쓸 것이다. 하봄이 말하기 전에.

그리고 100번은 —

100번은 아껴야 했다. 백한 번째보다 더.

다음 날 아침 엘리베이터. 정 대리님이 먼저 타 있었다. 하봄이 탔고, 내가 탔다. 문이 닫혔다. 2년 동안의 순서.

"좋은 아침."

하봄이 말했다. 그리고 셔츠 얘기가 나올 차례였다. 나오지 않았다. 대신 하봄이 나를 봤다. 던지려는 얼굴. 그런데 던지기 전에 내가 했다.

"봄아."

"…응."

"너 어제 3시 회의 끝나고 손 든 거. 그거 3일 동안 카페에서 든 손이랑 같은 손이었어. 그때는 '나 여기 있어'였고, 어제는 '나 정했어'였어. 같은 손인데 뜻이 달라서, 나는 그거 하나 알아보는 데 석 달 걸렸어. 96번."

4층. 5층.

정 대리님이 숨을 들이켰다. 하봄은 층수 표시를 안 봤다. 나를 봤다. 도망갈 데를 안 찾았다.

"…나 말할 거였는데."

"알아. 말해."

6층. 7층.

"부산 가."

하봄이 말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정 대리님 앞에서.

"다음 달부터. 6개월. 리드. 팀장님한테 어제 3시에 말했어."

"…응."

"근데 조건이 있어. 팀장님한테 건 조건."

"뭔데."

"격주 금요일 서울 출장. 보고 명목으로. 그거 넣어 달라고 했어. 팀장님이 '보고는 화상으로 되는데' 하길래 '화상으로 안 되는 보고가 있습니다' 했어."

"…뭐가 안 돼."

"이유는 안 알려드림, 했어. 팀장님한테."

12층. 문이 열렸다. 정 대리님이 안 내렸다. 정 대리님은 8층 사람이었다. 8층을 지나쳤다.

"…정 대리님 8층 아니에요?"

"아, 맞다." 정 대리님이 닫힘 버튼을 눌렀다. "내려갈게요. 두 분 먼저."

점심시간 옥상 벤치. 김밥이 돌아왔다. 회의 주재자도.

"내기 계산했어."

하봄이 말했다.

"26주. 격주 금요일 서울 출장이면 내가 13번. 네가 부산 오는 게 주말이니까 26번 가능. 근데 내가 출장 온 주는 네가 안 와도 되니까 — 아니, 와도 되지. 그럼 네가 26번, 내가 13번. 내가 져."

"…계산이 왜 그렇게 돼."

"회사 출장은 내 거로 안 쳐. 그건 회사가 보낸 거잖아. 내가 가는 건 따로 세야지."

"…그럼 너 주말에 서울 올 거야?"

"당연하지. 지기 싫으니까."

하봄이 김밥을 씹었다. 저울 얼굴이 없었다. 이긴 얼굴도 아니었다. 뭔가를 정한 사람이 정한 것을 먹는 얼굴.

"…봄아."

"응."

"97번."

"뭐가."

"당연하지, 지기 싫으니까. 그거. 네가 한 말인데 이월."

"…그건 내가 세야지. 서로 이월이잖아."

"그러네. 그럼 네 쪽도 세. 안 도망친 거."

하봄이 손가락을 접었다. 회의실, 옥상, 어제 역 앞, 오늘 엘리베이터.

"…7번. 23번 중에."

"16번 남았네."

"백 번 채우기 전에 16번 안 도망치면 내가 이기는 거잖아."

"응."

"너 백 번 언제 채워."

"…모르겠어."

"아끼는 거 알아. 98, 99, 100. 세 개 남았잖아."

퇴근길 15분. 하봄이 물었다.

"백 번째 어디에 쓸 거야."

"…"

"말해. 나 계산해야 돼. 내가 이길 수 있는지."

"안 말해."

"왜."

"백 번째는."

나는 역 앞에서 멈췄다. 결정 전에 멈추는 사람은 하봄이었는데, 오늘은 내가 멈췄다.

"네가 안 도망칠 때 쓸 거야. 네가 벽시계 안 보고, 회의실 안 찾고, 산책도 안 가고, 그냥 서 있을 때. 그때 쓸 거야. 그러니까 네가 정하는 거야. 언제 백 번째인지."

하봄이 오래 나를 봤다. 역 앞 조명 아래서. 산속 조명 아래서처럼.

"…그거 98번이야."

"…"

"방금 그거. 네가 정하는 거야, 그거. 98번째야."

"…그러네."

"그럼 두 개 남았네."

두 개를 어디에 쓸지는 이제 내가 아니라 이 사람이 정하는 것이었다. 그게 백 번의 마지막 규칙이었다.

하봄이 돌아섰다. 지하철로. 그런데 계단 앞에서 돌아봤다. 2년 전 탕비실 문 앞에서 돌아봤던 것처럼.

"내일 아침 엘리베이터."

"뭘."

"…셔츠. 내일 그 셔츠 입고 와. 옥상에서 입었던 거. 이유는 안 알려줌."

— 3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