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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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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28화. 결정 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하봄은 셔츠 얘기를 안 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봄아."

"…응."

정 대리님이 뒤에 있었는데 엄지가 안 올라왔다. 정 대리님도 뭔가를 읽는 사람이었다. 4층. 5층. 6층. 하봄이 층수 표시를 보고 있었다. 저울을 보는 눈이었다.

"팀장님한테 뭐라고 했어."

"…아직."

"오늘까지라며."

"오늘 6시까지야. 아직 9시간 남았어."

하봄은 9시간을 정확히 세고 있었다. 승부욕이 있는 사람은 마감을 초 단위로 안다.

점심시간 옥상 벤치에서 하봄은 김밥을 안 먹었다. 노트북도 안 폈다. 회의 주재자 얼굴도, 던지는 얼굴도 아니었다. 저울 얼굴.

"수빈이가 뭐랬는지 알아?"

"뭐래."

"'가. 6개월이잖아. 걔 KTX 26번 탄대잖아. 그럼 너 서울 27번 오면 이기는 거잖아.' 그러더라."

"…수빈이도 내기 조건을 아네."

"재민이가 전 직원한테 퍼뜨렸어. 이제 새 내기판 열린대. '누가 더 많이 가나'. 벌써 열두 명 걸었대."

"…"

"나한테 건 사람이 아홉 명이야. 너한테 건 사람이 셋이고."

"…내가 불리하네."

"응. 너 둔하니까. 사람들이 아직 그렇게 알아."

하봄이 처음으로 웃었다. 저울 얼굴 안에서.

"재민이는 뭐래."

"재민이는 — '너 2년 동안 이길 수 없는 싸움 한 번 했잖아. 그거 이겼으면 이것도 이겨.' 그러더라. 걔 요즘 눈치 말고 다른 걸로 말해."

오후 3시, 나는 개발팀 자리에서 시계를 봤다. 3시. 없던 회의가 생기는 시각이었다. 2년 동안.

하봄 자리가 비어 있었다.

3시 10분. 20분. 나는 회의실 B를 봤다. 비어 있었다. 옥상? 탕비실? 화장실?

3시 30분에 하봄이 돌아왔다. 노 팀장님 방에서.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모니터를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개발팀 자리까지, 사무실 반대편.

하봄이 손을 들었다. 작게. 3일 동안 카페에서 들었던 그 손.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손으로는 안 보였다. 그런데 손을 든 것 자체가 답의 절반이라는 걸, 퇴근길에 알았다.

퇴근길 15분.

"6시 지났어."

내가 말했다.

"응."

"팀장님한테 뭐라고 했어."

하봄이 발을 안 멈췄다. 걸으면서 말했다. 이게 하봄이 뭔가를 결정했다는 뜻이었다. 이 사람은 결정 전에는 멈추고 결정 후에는 걷는다.

"3시에 회의 있었어."

"…"

"진짜로. 팀장님이랑. 없던 회의 아니고."

"…그래서."

"그래서 —"

하봄이 나를 봤다. 걸으면서. 옆에서.

"내일 말할게."

"…왜 내일이야."

"오늘은 네가 나한테 뭐 하나 해야 하는 날이야. 95번. 네가 아끼고 있는 거 나 알아. 90번에서 95번까지 2주 걸렸잖아. 오늘 하나 해. 그러면 내일 내가 말해."

이 사람은 내 쪽 숫자를 나보다 정확히 세고 있었다. 회계 담당이 둘이면 감사도 둘이었다.

"…95번."

"응."

나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역까지 7분 남은 자리였다.

"너 결정할 때 걷는 거."

"…뭐?"

"결정 전엔 멈추고 결정 후엔 걸어. 2년 동안 봤어. 볼링 내기 걸 때도, 베팅지 쓸 때도 아마 그랬을 거야. 지금 걷고 있으니까 — 너 이미 정했어. 그거 내가 알아. 그게 95번."

하봄이 발을 멈췄다. 결정 후에 걷는 사람이 멈춘 것이었다.

"…나 방금 멈췄는데."

"응."

"네가 정면으로 해서 멈춘 거야. 결정이 바뀐 게 아니라."

"알아."

"…95번 맞아. 아꼈다더니 큰 거 했네."

하봄이 다시 걸었다. 역까지. 그리고 역 앞에서.

"내일 아침 엘리베이터. 거기서 할게."

"뭘."

"…이유는 안 알려줌."

— 2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