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27화. 가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내기 조건은 내가 걸어."

하봄이 난간에서 돌아섰다.

"2년 동안 내기는 내가 걸었어. 조건도 내가 정했고. 네가 거는 건 처음이야."

"알아. 그래서 거는 거야."

"…말해 봐."

나는 캔커피를 난간에 내려놓았다. 백한 번째를 하던 밤에 놓았던 자리. 그날은 손이 떨렸고 오늘은 안 떨렸다. 88번을 하는 동안 근육이 생긴 것이었다.

"부산 6개월 동안, 누가 더 많이 가는지."

"…뭐?"

"네가 서울 오는 횟수랑 내가 부산 가는 횟수. 26주야. 더 많이 간 사람이 이기는 거."

하봄이 나를 봤다. 조건을 계산하는 얼굴. 승부욕이 있는 사람이 조건을 들으면 제일 먼저 하는 것.

"…그거 나한테 유리한 조건이야?"

"응."

"왜."

"네가 이기면 네가 서울에 더 많이 온 거잖아. 그러면 네가 나 보러 온 게 더 많은 거고. 네가 지면 내가 부산에 더 많이 간 거고. 그러면 내가 너 보러 간 게 더 많은 거고."

"…그거 둘 다 좋은 거잖아."

"응. 네가 2년 동안 건 내기 조건이 다 그랬잖아. 이기든 지든 너 좋은 거. 그거 배운 거야."

하봄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받아칠 말이 없는 하봄. 이제 이 얼굴은 드문 얼굴이 아니었는데, 오늘 것은 조건이 좋아서 못 받아치는 얼굴이었다.

"…나 진짜 가?"

한참 뒤에 하봄이 물었다. 난간에 기대서. 야경을 보면서.

"네가 정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나는."

여기서 내가 말을 고른 것이 오래 걸렸다. '가'는 안 하기로 했고 '가지 마'도 안 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봄은 지금 그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세 번째를 묻고 있었다.

"나는 네가 리드 다는 거 보고 싶어. 2년 동안 하고 싶어 했던 거잖아. 그리고 그거 하는 동안 내가 옆에 있는 것도 보고 싶어. 부산이든 서울이든. 그러니까 —"

숨을 쉬었다.

"가. 근데 이건 '가'가 아니야. '가, 나도 갈게'야. 둔한 사람의 '가'랑 다른 거야. 그건 네가 구분할 수 있잖아. 2년 동안 내 어깨 보고 야근이랑 장애 구분한 사람이니까."

하봄이 나를 봤다. 오래.

"…그거 몇 번이야."

"안 세."

"세."

"…90번."

"…88에서 90까지 2주 걸렸네."

"아꼈어. 이거 하려고."

하봄이 난간에서 등을 뗐다. 그리고 세 걸음 거리에서, 두 걸음, 한 걸음. 하봄이 왔다. 이제 이건 예외가 아니었다. 이 사람의 방식이 됐다.

"나 포장 없는 거 3번."

"…응."

"무서웠어. 2년 동안. 네가 '가' 할까 봐."

"…"

"근데 지금 안 무서워. 네가 '가, 나도 갈게' 해서. 그거 되게 이상한 문장인데 — 내가 2년 동안 듣고 싶었던 문장이야. 그걸 몰랐어. 오늘 알았어."

포장이 없었다. 이유는 안 알려줌도, 손이 미끄러졌네도. 그냥 그 문장이 왔고, 나는 받았다. 받는 것도 근육이었다.

"…그럼 가는 거야?"

내가 물었다.

하봄이 웃었다. 이기는 웃음이 아니었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찾은 사람의 웃음도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것.

"…아직 대답 안 했어."

"뭐?"

"나 진짜로 갈지. 그건 아직이야."

"…아직은 안 쓴다며. 회식에서."

"…그러네. 근데 이건 미래가 있는 아직이니까 써도 돼."

하봄이 캔커피를 들었다. 마시지는 않았다.

"월요일까지야. 팀장님한테 답하는 거. 그동안 내가 정할게. 네가 내기 조건 걸어 줬으니까 — 이제 내가 정하는 거야. 내가 이기는 쪽으로."

"…어느 쪽이 이기는 쪽인데."

"이유는 안 알려줌."

포장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포장 안에 뭐가 들었는지 하봄도 몰라서 포장인 것이었다.

주말 동안 하봄한테서 메시지가 하나 왔다. 토요일 밤 11시.

「저울 재는 중」

「뭐랑 뭐」

「리드랑 15분」

「둘 다 하면 되잖아」

「그게 되나 보는 중. 방해하지 마. 내기 조건 계산 중이야」

— 2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