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23화. 적중자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회의실 B에 43명이 다 들어오지는 못했다. 30명쯤. 나머지는 문 밖에 서 있었다. 재민이가 앞에 섰다. 손에는 자물쇠 서랍의 종이.
"내기판 최종 정산."
재민이는 이 말을 2년 기다린 사람의 얼굴이었다.
"규칙 재확인. 항목: 하봄·태오가 사귀기 시작한 날. 정의: 당사자 중 한 명이 사귄다고 말한 날. 워크숍 캠프파이어, 태오가 80명 앞에서 '네'. 그게 정답 날짜."
"옥상은?"
누가 물었다. 재민이가 고개를 저었다.
"옥상은 둘이서 한 거고, 정의는 '말한 날'이야. 회사한테 말한 날. 그러니까 워크숍."
"그럼 날짜 맞힌 사람이 있어?"
"날짜로는 없어."
회의실이 웅성거렸다. 노 팀장님이 팔짱을 꼈다.
"그런데 날짜가 아닌 베팅이 하나 있어. 당사자 참가 금지 규칙 전에 들어온 거라 유효."
재민이가 종이를 폈다. A4를 넷으로 접은 것. 모서리가 닳은 것.
"'태오가 먼저 말하는 날. 기한 없음.'"
정적.
"베팅자 — 하봄."
30명이 하봄을 봤다. 문 밖의 13명도.
하봄은 내 옆에 서 있었다. 회사에서는 봄아. 옆이었다. 하봄의 얼굴은 —
빨갛지 않았다. 이게 이상했다. 하봄은 이 순간 귀가 빨개져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하봄은 종이를 보고 있었다. 자기 글씨. 1년 전. 입사 1주년.
"…그거 내가 쓴 거 맞아."
하봄이 말했다. 30명한테.
"1년 던졌는데 안 되길래. 나머지는 기다리기로 하고, 기다리는 걸 못 하니까 내기에 넣은 거야. 내기면 지기 싫어서라도 기다리니까."
30명이 조용했다. 회의실 B에서 이렇게 조용한 적은 상무님 회의 때도 없었다.
"…그래서 이겼네."
재민이가 말했다. 눈치 빠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판돈 전액 하봄."
하봄은 판돈을 안 받았다.
정확히는, 받아서 그 자리에서 다시 냈다. "회식. 43명 전원. 오늘. 삼겹살집. 참가 안 한 37명도." 재민이가 계산했다. 판돈으로 80명 삼겹살이 됐다. 2년 치 만 원의 무게가 그 정도였다.
"안 아까워?"
회의실을 나오면서 내가 물었다.
"뭐가."
"판돈. 네 거잖아."
"내 거 아니야. 43명이 2년 동안 나 기다려 준 값이야. 그건 내가 갖는 게 아니라 되돌려 주는 거지."
되돌려 주는 것. 산속에서 내가 쓴 단어였다. 하봄이 그걸 회의실 B에서 썼다.
"…77번."
"뭐가."
"그거 내가 만든 단어인데 네가 썼으니까 이월."
"이월은 네가 한 말을 내가 세는 거지, 내 말을 네가 세는 게 아니잖아."
"규칙 개정. 서로 이월."
하봄이 웃었다. 그리고 복도에서, 30명이 나오는 회의실 문 앞에서, 반 걸음 왔다.
"…그럼 나도 개정. 서로 이월이면 나도 네 거 세."
회식은 삼겹살집이었다. 그 집. 그 끝 테이블이 아니라 전체. 80명이 가게를 통째로 썼다.
소주 두 병째에 누가 물었다. 같은 사람. 같은 타이밍. 이제는 전통이었다.
"근데 너네 둘, 사귀는 거 맞아?"
테이블이 웃었다. 답을 다 아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하봄이 잔을 들었다. 석 달 전 "아직"을 했던 그 자세로.
"네."
한 글자. 내가 캠프파이어에서 한 그것.
"…아직, 아니야?"
누가 물었다. 하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끝났어. 그 단어 이제 안 써."
하봄이 나를 봤다. 잔을 든 채로.
"아직은 미래가 있는 단어였고, 지금은 미래 말고 지금이니까."
두 달 전 자정까지 해석하던 단어의 시제가, 오늘 삼겹살집에서 끝났다.
나는 잔으로 얼굴을 안 가렸다. 그리고 세지 않았다. 이건 이월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들었다.
집에 가는 길, 하봄이 물었다.
"너 요즘 나한테 정면으로 하는 거 몇 번이야."
"77번."
"내가 도망친 건 몇 번이야."
"…안 셌어. 그건 네 내기잖아."
"세 봐."
나는 셌다. 옥상, 한강, 회식, 회의실, 산속. 그리고 작은 것들.
"…열한 번."
"77번 중에 열한 번."
하봄이 발을 멈췄다.
"그럼 66번은 안 도망쳤네."
"…그러네."
"근데 왜 그걸 아무도 안 세."
하봄이 나를 봤다. 분한 얼굴. 진심으로.
"내 내기잖아. 백 번 동안 한 번도 안 도망치면 내가 이기는 거. 열한 번 도망쳤으니까 진 거네."
"…그렇게 되나."
"돼. 근데 다시 걸래."
— 2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