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22화. 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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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다음 주 월요일, 회사는 다른 회사였다.
정확히는 같은 회사였는데 나를 보는 눈이 달랐다. 엘리베이터에서 총무팀 과장님이 "축하해요"를 했다. 탕비실에서 모르는 사람이 "80명 앞에서 그거 멋있었어요"를 했다. 나는 2년 동안 이 회사에서 제일 눈에 안 띄는 사람이었다. 월요일 오전에 그게 끝났다.
"회사에서는 봄아."
엘리베이터에서 하봄이 말했다. 복창이었다. 규칙이 바뀌었으니 복창도 바뀌었다.
"알아."
"…해 봐."
"봄아."
정 대리님이 뒤에 타 있었다. 이번엔 엄지가 아니라 서류철을 들었다.
"사내연애 신고서예요."
정 대리님이 내 책상에 서류철을 놓았다. 오전 10시, 개발팀 전체가 보는 앞에서.
"…그런 게 있어요?"
"없어요."
"…네?"
"없는데 만들었어요. 워크숍 다녀와서. 태오 씨가 1호예요."
서류는 두 장이었다. 항목이 있었다. 교제 시작일, 교제 상대 소속, 사내 공개 여부, 그리고 마지막 항목 — '회사에 끼친 영향'.
"이거 마지막 항목은 뭐예요."
"내기판 판돈 총액 쓰시면 돼요."
정 대리님은 진지했다. 진지한데 즐거웠다. 이 회사 사람들은 다 그랬다.
"참고로 하봄 씨는 오전 9시에 이미 냈어요. 교제 시작일에 '옥상. 밤 11시. 캔커피 두 개'라고 썼더라고요. 날짜 대신."
노 팀장님은 점심 전에 하봄과 나를 같이 불렀다. 회의실 C. 작은 방.
"둘이 앉아."
앉았다. 노 팀장님이 팔짱을 꼈다.
"축하는 워크숍에서 했고. 오늘은 팀장으로서."
"…네."
"회사에서는 동기."
하봄이 나를 봤다. 그 문장을 자기가 만들었다가 없앴는데 팀장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이상한 얼굴이었다.
"업무는 업무. 기획이 개발 봐주는 거 없고 개발이 기획 봐주는 거 없고. 하봄 씨 기획안 반려되면 태오 씨가 상무님 방에 따라 들어가는 거 아니고. 알겠지?"
"…네."
"그리고."
노 팀장님이 팔짱을 풀었다.
"'올해 안'이 맞아서 내가 판돈을 받는 게 아니라, 적중자가 따로 있다며. 그건 좀 아쉬운데 — 하여간 맞았으니까 됐어."
"…팀장님 그거 날짜 아니라서 원래 무효라고 —"
"회의 끝."
장 팀장님은 오후에 개발팀 자리로 왔다. 내 자리 옆에 서서, 개발팀 전체가 들으라는 목소리로.
"개발팀 사위 났다."
"…팀장님."
"사위 맞잖아. 기획팀에서 우리 팀으로 시집 — 아니, 우리 팀에서 기획팀으로 — 하여간 났어."
"둘 다 아닌데요."
"내 '승진하면'은 무효라며. 그럼 이거라도 해야지."
팀장님이 내 어깨를 두 번 쳤다. 3일 밤샘 때 한 번도 안 친 어깨였다.
"김밥 40줄. 그거 잊지 마. 내가 이 회사에서 제일 눈치 있는 사람이 기획팀에 있다고 했지. 계산까지 하는 사람이야."
퇴근길 15분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오늘은 회사 정문에서부터 같이 나왔다. 2년 동안 정문에서 5분은 따로 나오고 골목에서 만났다. 그것도 규칙이었는데, 없어진 규칙이었다.
"이상하다."
하봄이 말했다.
"뭐가."
"정문에서 같이 나오는 거. 2년 동안 안 해 봐서."
"…나도."
"신고서 냈어?"
"냈어. '회사에 끼친 영향'에 뭐 썼어?"
"…판돈 총액."
"나도."
하봄이 웃었다. 그리고 발을 멈췄다. 골목 입구. 2년 동안 만나던 그 자리.
"근데 있잖아."
"응."
"적중자 말이야. 점심에 공개한다더니 안 했잖아. 재민이가."
"…그러네."
"재민이가 나한테 '내일 점심에 회의실 B로 와' 했어. 너도 오래."
하봄이 나를 봤다. 아침 식당에서 김을 씹다가 멈췄던 그 얼굴이 다시 왔다.
"…나 그거 뭔지 알 것 같은데."
— 2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