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21화. 네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산책로는 어두웠다. 리조트 조명이 20미터마다 하나. 하봄은 세 번째 조명 아래 있었다.

"…따라오지 마."

"산속이야."

"알아."

"곰 나와."

"강원도에 곰 없어."

"있어. 뉴스에 나왔어."

하봄이 조명 아래서 나를 봤다. 귀는 여전히 빨갰고, 그런데 얼굴은 화난 게 아니었다. 뭔가가 넘친 얼굴.

"너 방금 80명 앞에서 했어."

"응."

"석 달 됐다고. 옥상에서 네가 먼저 말했다고. 내가 2년 동안 백 번 했다고. 그거 다 했어."

"응."

"…나 그거 받는 연습 안 됐는데."

하봄이 조명 기둥에 등을 기댔다.

"던지는 건 2년 했는데, 받는 건 두 달이야. 그것도 너한테만. 80명은 — 그건 연습 안 했어."

"나도 안 했어."

"…"

"2년 동안 '없습니다'만 했어. 80명 앞에서 '네'는 오늘이 처음이야. 연습 없이 한 거야. 그러니까 너도 연습 없이 받아."

바람이 지나갔다. 산 바람은 옥상 바람보다 컸다.

"…왜 했어."

하봄이 물었다. 조명 기둥에 기댄 채로.

"노래 못 하니까."

"진짜 이유."

"…"

"이유는 안 알려줌, 은 내 거야. 너는 알려줘."

나는 세 걸음 앞에서 두 걸음으로 갔다. 산속이었고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두 걸음이었다.

"네가 일주일 동안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걸 한 거. 그거 갚으려고. 아니, 갚는 거 아니라 — 되돌려 주려고. 네가 나 부끄러울까 봐 숨겼으면, 나는 네가 안 숨겨도 되게 안 부끄러워지면 되잖아. 그게 제일 빠르잖아."

"…"

"그리고 하나 더."

"뭐."

"베팅지. 태오가 먼저 말하는 날. 그거 옥상은 너한테 말한 날이고, 오늘은 회사한테 말한 날이야. 그러니까 오늘이 진짜 날짜야. 네 내기, 오늘 이긴 거야."

하봄이 오래 나를 봤다. 조명이 위에 있어서 눈이 그늘이었다. 그런데 그늘 안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몇 번이야."

"안 세."

"세."

"…70번."

"뭐가 이렇게 많이 뛰었어."

"80명 앞이었잖아. 관객 열 명 넘으면 다섯 배. 네가 만든 규칙이야."

하봄이 웃었다. 넘친 얼굴에서 웃는 얼굴로. 그리고 —

하봄이 조명 기둥에서 등을 뗐다. 두 걸음이 한 걸음이 됐다. 하봄이 온 것이었다.

"…나 지금 포장 없는 거 2번 할게."

"…응."

"고마워. 80명 앞에서 부끄러운 쪽 해 줘서."

포장 없는 문장은 아껴서 한다고 했다. 그걸 산속 조명 아래서 쓴 것이 이 사람의 결정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하봄이 말했다.

"내일 회사 가면 어떡하지."

"뭐가."

"회사에서는 동기, 없어졌잖아. 규칙. 내가 만든 건데 네가 없앴어."

"그럼 새로 만들어."

"…뭘로."

"회사에서는 —"

나는 잠깐 생각했다.

"— 회사에서는 봄아."

하봄이 발을 멈췄다. 어두워서 얼굴이 안 보였다. 그런데 안 보여도 알았다.

"…그건 규칙이 아니라 그냥 호칭이잖아."

"규칙이야. 회사에서도 봄아. 엘리베이터에서만 말고."

"…정 대리님 있어도?"

"정 대리님 양손 엄지 들었어. 있어도 돼."

다음 날 아침 7시, 리조트 식당. 사내 메신저 전체 공지가 떴다. 발신자 재민.

「내기판 종료 안내. 정답 날짜: 어제(전사 워크숍 캠프파이어). 참가자 43명 중 적중자 1명. 판돈 전액 적중자에게. 적중자는 점심에 공개.」

식당이 술렁였다. 노 팀장님이 '올해 안'을 봤다. 날짜가 아니라서 아니었다. 장 팀장님의 '승진하면'도 아니었다. 43명이 서로를 봤다.

하봄이 내 옆에 앉았다. 옆 옆이 아니라 옆에. 식판을 들고.

"…적중자 누구지."

"몰라."

"날짜를 정확히 어제로 쓴 사람이 있다고? 2년 전에?"

하봄이 김을 씹다가 멈췄다. 뭔가가 생각난 얼굴이었다.

"…아니, 잠깐만."

— 2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