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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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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18화. 통과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이겼다!"

하봄의 목소리가 12층을 가로질렀다. 상무님 방에서 나오자마자. 문도 안 닫고.

기획팀이 고개를 들었다. 개발팀이 고개를 들었다. 노 팀장님이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강 상무님이 방에서 나와서, 복도에 서 있는 하봄의 뒤통수를 보고, 나를 봤다.

"…개발 쪽에서 봐 줬다며."

"네."

"실시간을 일 단위로 바꾼 거."

"네."

"그건 이유 알려줄 수 있나."

"…결제 모듈 구조 때문입니다."

"됐어. 그건 알아."

상무님이 방으로 들어가며 덧붙였다.

"저번엔 이유를 안 알려줘서 반려한 게 아니야. 시기상조는 진짜였어. 근데 개발이 붙으니까 시기가 됐네. 노 팀장 '올해 안'도 시기가 된 것 같고."

점심은 파스타집이었다. 볼링 내기 때의 그 집.

"내기 조건."

하봄이 메뉴판을 펴며 말했다.

"뭔 내기."

"기획안 통과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밥 먹는 거."

"그런 내기 안 했는데."

"지금 했어. 소급."

"…소급도 회계 용어야?"

"몰라. 좋은 단어잖아."

하봄은 메뉴판을 넘기다가, 넘기지 않았다. 손이 멈췄다. 알리오 올리오 페이지였다.

"…있잖아."

"응."

"고마워."

메뉴판 너머였다. 얼굴이 안 보였다.

나는 잠깐 기다렸다. 이 문장 뒤에는 늘 뭐가 붙었다. 이유는 안 알려줌. 손이 미끄러졌네. 동기니까. 2년 동안 하봄의 문장 뒤에는 늘 포장이 있었다.

포장이 안 왔다.

"…고마워, 가 다야?"

내가 물었다. 옥상에서 하봄이 나한테 했던 문장 그대로.

하봄이 메뉴판을 내렸다. 귀가 빨갰다. 눈은 정면이었다. 던지는 얼굴이 아니고 도망치는 얼굴도 아닌, 부끄러운 걸 부끄러운 채로 하는 얼굴.

"다야. 포장 없이 한 거야. 처음으로."

"…"

"네가 3일 동안 '안 돼' 해 줘서. 그거 없었으면 또 시기상조였어. 그래서 고마워. 이유 알려준 거야. 지금."

나는 메뉴판을 세웠다. 얼굴을 가릴 게 그것밖에 없어서. 2년 동안 부끄러운 쪽은 늘 나였고, 오늘은 둘 다였다. 메뉴판이 두 개였다.

"…그거 몇 번이야."

메뉴판 너머에서 하봄이 물었다.

"네가 한 건데."

"이월."

"…54번."

"뭐가 이렇게 조금 늘었어."

"포장 없는 건 하나로만 세."

퇴근길 15분에 하봄이 물었다.

"나 오늘 포장 없이 한 거, 너한테 처음이야?"

"응."

"…2년 동안 백 번 했는데 포장 없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응. 다 포장이었어. 셔츠도 커피도 아직도."

하봄이 발을 멈췄다.

"그럼 나 백 번 한 거 아니네."

"…"

"포장 없는 걸로 세면 한 번이야. 오늘."

하봄이 나를 봤다. 그 얼굴이 뭔가를 결정하는 중이었다. 베팅지를 쓸 때의 얼굴이 이랬을 것이다.

"…그럼 나도 새로 셀래. 포장 없는 거. 1번."

"백 번 채우려고?"

"아니. 이건 백 번 안 해. 아껴서 할 거야. 포장 없는 건 많이 하면 포장이 되니까."

다음 날 아침, 사내 메신저 전체 공지.

「전사 워크숍 안내 — 강원도 1박 2일. 프로그램: 팀 대항 체육대회, 캠프파이어, 랜덤 짝 커플 게임(추첨).」

'랜덤 짝'에 밑줄이 있었다. 공지를 올린 사람은 총무팀이었는데, 밑줄은 총무팀 스타일이 아니었다.

재민이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추첨 프로그램 내가 짰음. 랜덤임. 진짜 랜덤임. (43명이 지켜보는 랜덤)」

괄호를 쓰는 사람이 회사에 둘이 됐다.

— 1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