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17화. 백 번 진 사람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다음 날 하봄은 정시에 출근했다.
"왔냐. 오늘 그 셔츠 별로다. 어제 것이 나았어. 이유는 안 알려줌."
세 문장. 돌아온 것이었다. 벤치의 얼굴은 없었다. 대신 눈 밑이 조금 어두웠고, 그건 컵라면 두 개를 먹은 사람이 아니라 밤새 뭔가를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밤샜어?"
"2차 기획안. 다시 썼어. 반려 사유가 시기상조면 시기를 바꾸면 되잖아."
분한 사람이 하룻밤 만에 이기려는 사람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게 하봄이었다.
점심시간 옥상 벤치, 하봄이 노트북을 폈다.
"봐 줘."
"내가?"
"개발 관점. 상무님이 시기상조라고 한 건 기획이 아니라 구현이 안 될 것 같아서야. 그러니까 개발이 된다고 하면 돼."
나는 기획안을 봤다. 3일 동안 카페에서 쓴 것에 하룻밤이 더 붙어 있었다. 확장 기능 넷. 그중 둘은 지금 코드로 되고, 하나는 두 달이면 되고, 하나는 —
"이건 안 돼."
"…뭐가."
"네 번째. 실시간 추천. 결제 모듈이 이걸 못 받아. 우리가 3일 동안 잡은 게 시간대였는데, 이건 시간대가 아니라 구조야."
하봄이 나를 봤다. 분한 얼굴이 올라오려다가 멈췄다.
"…그럼 셋으로 줄여."
"줄이면 상무님이 또 시기상조라고 할 거야. 확장안인데 확장이 줄었으니까."
"그럼 어떡해."
"네 번째를 바꾸자. 실시간이 아니라 일 단위. 그건 지금 구조로 돼. 상무님은 '실시간'이라는 단어 때문에 겁먹은 거지 추천 자체는 좋아했을 거야."
하봄이 오래 화면을 봤다. 그리고 노트북을 내 쪽으로 반 돌렸다.
"…같이 쓰자."
우리는 일주일 동안 점심시간마다 옥상에서 기획안을 썼다. 하봄이 문장을 쓰고 내가 구조를 고쳤다. 2년 동안 회의실에서 하봄이 내 편을 들고 내가 "없습니다"를 하던 것과 정반대였다. 하봄이 쓰고, 내가 "이건 안 돼"를 했다.
"너 요즘 '안 돼' 되게 잘 한다."
"2년 동안 안 한 거 몰아서 하는 거야."
"…그것도 세?"
"세지."
수요일에 나는 50번이 됐다. 옥상 벤치에서, 기획안 네 번째 항목을 같이 고치다가.
"너 왼쪽 눈 감는 거 말고 하나 더 있어."
"뭐."
"문장 쓸 때 입술 깨물어. 기획안 쓸 때마다. 2년 동안 회의 자료 여백에서 봤어. 그거 보면 지금 이 문장은 진짜라는 뜻이야."
하봄이 입술을 뗐다. 방금까지 깨물고 있었다.
"…50번."
"응. 반 왔다."
"…반 왔다는 말 하지 마. 그거 너무."
"너무 뭐."
"…이유는 안 알려줌."
목요일 밤, 기획안이 끝났다. 옥상. 노트북을 덮고 하봄이 난간에 기댔다.
"나 너한테 물어볼 거 있어."
"응."
"너 2년 동안 나한테 진 적 있어?"
이상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하봄은 진지했다. 벤치의 얼굴이 조금 섞인 얼굴.
"…백 번."
"뭐?"
"백 번. 볼링도, 점심 내기도, 회식에서 잔으로 얼굴 가린 것도. 네가 던질 때마다 나는 졌어. 받아칠 말이 없었으니까. 2년 동안 백 번. 그거 다 진 거야."
하봄이 나를 봤다.
"근데 지는 얼굴 안 보여 줬잖아. 잔으로 가렸잖아."
"…그러네."
"그러니까 너도 나랑 같은 거네. 지는 얼굴 안 보여 준 거."
하봄이 웃었다. 이기는 웃음이 아니었다. 같은 걸 찾은 사람의 웃음.
"백 번 진 사람이 백 번 갚는 거였네. 지금 이거. 갚는 게 아니라 되돌려 주는 거."
"…그렇게 되나."
"돼. 이월."
금요일 오전 10시, 하봄이 강 상무님 방으로 들어갔다. 2차 기획안 재제출.
나는 개발팀 자리에서 시계를 봤다. 10시 10분. 20분. 30분. 반려는 5분이면 나온다. 30분은 반려가 아니었다.
10시 41분에 문이 열렸다.
— 1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