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16화. 지는 얼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하봄은 전화를 안 받았다.
세 번 걸었다. 메시지 두 개. 「어디야」 「반려됐다며」. 읽음 표시는 떴는데 답장이 없었다. 2년 동안 하봄의 답장 최장 지연은 22분이었다. 볼링 대회 결승 중이었을 때. 오늘은 3시간째였다.
수빈이한테 물었다.
"쟤 집에 갔을 거예요. 근데 집에 가면 안 나와요. 우울해서가 아니라 —"
"분해서."
"…알아요?"
"볼링에서 졌을 때 봤어요. 아홉 개 쓰러뜨렸을 때. 그때도 30분 동안 아무 말 안 했어요."
수빈이가 나를 오래 봤다. 그리고 주소를 알려 줬다. 동네만. "집은 저도 몰라요. 근데 걔 분하면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있어요. 컵라면 들고. 그건 알아요."
하봄의 동네는 회사에서 지하철로 40분이었다. 반대 방향. 2년 동안 15분을 같이 걷고 역에서 헤어진 뒤의 40분을 나는 오늘 처음 탔다.
편의점은 역에서 도보 5분, 벤치는 편의점 앞에 있었고, 벤치에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컵라면. 젓가락은 안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세 걸음 앞에서 멈췄다.
하봄이 나를 봤다. 놀라지 않았다. 놀랄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놀라는 데 쓸 힘을 다른 데 다 쓴 얼굴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수빈이."
"그 자식."
"컵라면 들고 벤치에 있을 거라고."
"…"
하봄이 라면을 봤다. 불어 있었다. 산 지 오래된 라면이었다.
"가."
"…"
"보지 마. 이 얼굴."
나는 안 갔다. 대신 옆에 앉았다. 벤치 끝. 한 사람 거리.
"지는 거 싫어."
하봄이 라면을 보면서 말했다. 낮게. 화난 목소리가 아니었다. 분한 목소리는 화난 목소리보다 작다.
"2년 동안 볼링·점심·업무 다 이겼어. 지면 30분 동안 말 안 하고, 그러고 다시 이겼어. 그런데 이건 —"
"…"
"3일 동안 썼어. 카페에서. 네 창문 보면서. 런칭 성공하면 이거 바로 내려고. 근데 상무님이 전면 반려. 이유는 '시기상조'. 그게 다야. 시기상조. 네 글자."
"…"
"나 이런 얼굴 너한테 안 보여 주고 싶었어. 2년 동안 안 보여 줬어. 지는 얼굴. 너 앞에서는 늘 이기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전화 안 받았어."
하봄이 처음으로 나를 봤다.
"지는 거 싫어. 근데 너한테 지는 얼굴 보이는 게 더 싫어. 그게 오늘 알게 된 거야."
나는 오래 대답을 못 했다. 그 문장은 폴더에도, 세는 목록에도 없었다.
대신 편의점에 들어가서 컵라면 하나를 샀다. 새것. 뜨거운 물. 벤치로 돌아와서 하봄 옆에 놓았다. 불은 것 옆에.
"…뭐야."
"불었잖아. 그거."
"…"
"지는 얼굴 보여 주기 싫으면 안 봐도 돼. 나 라면 볼게."
하봄이 새 라면을 봤다. 김이 났다. 그리고 아주 작게, 분한 웃음이 나왔다.
"…너 이거 몇 번이야."
"안 세."
"세."
"…오늘은 안 세. 세면 네가 진 날에 내가 점수 딴 게 되잖아."
하봄이 젓가락을 들었다. 새 라면 쪽으로.
"…그건 좀 좋은데."
라면을 먹으면서 하봄이 왼쪽 눈을 먼저 감았다. 뜨거워서. 나는 그걸 봤고, 세지 않았고, 그냥 봤다.
40분 지하철을 돌아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2년 동안 하봄이 나한테 이기는 얼굴만 보여 준 것은 성격이 아니었다. 그것도 결정이었다. 베팅지처럼. 던지는 사람은 던지는 동안 지는 얼굴을 할 수 없다.
그러면 2년 동안 하봄이 진 적이 정말 없었을까.
없을 리가 없었다. 보여 주지 않았을 뿐이다. 그 목록은 어디 있는지 몰랐고, 그래서 처음으로, 세지 않는 것을 세고 싶어졌다. 오늘 벤치의 얼굴이 그 목록의 첫 장이었다.
— 17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