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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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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12화. 없던 화장실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TF 후속 회의는 신제품 런칭 일주일 전에 잡혔다.

기획·개발·마케팅 합동. 노 팀장님, 장 팀장님, 강 상무님까지. 회의실 B의 긴 테이블에 열두 명. 하봄은 기획 발표, 나는 개발 현황.

"회사에서는 동기."

들어가기 전 복도에서 하봄이 복창했다. 이제 이 복창은 주문 같은 것이 됐다. 효과는 없는데 안 하면 불안한.

"알아."

"내 발표 때 자료 떨어뜨리지 마."

"그건 네가 하는 거잖아."

"…오늘은 안 해."

하봄은 안 했다. 발표는 완벽했다. 2년 동안 회의에서 본 하봄 중 제일 조용하고 제일 정확한 하봄이었다. 강 상무님이 두 번 고개를 끄덕였다. 노 팀장님은 뒤에서 팔짱을 풀었다. 그건 노 팀장님 기준으로 기립 박수였다.

발표가 끝났다. 질문 시간. 장 팀장님이 개발 일정을 물었고 내가 답했다. 마케팅에서 두 개, 상무님이 하나.

그리고 상무님이 말했다.

"개발 쪽에서 기획에 대해 코멘트 있으면."

회의실이 나를 봤다. 열한 명.

2년 동안 이 순간에 나는 "없습니다"를 했다. 회식에서 잔으로 얼굴을 가리듯이, 회의에서는 "없습니다"로 가렸다. 하봄이 내 편을 들어 주면 그 뒤에 숨었다.

오늘 하봄은 내 편을 안 들었다. 규칙 때문에. 숨기느라.

그래서 오늘은, 내 차례였다.

"있습니다."

하봄이 자료를 잡았다.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하봄 씨 기획 좋습니다."

열한 명이 조용해졌다. 개발이 기획을 칭찬하는 건 이 회사에서 드문 일이다. 드문 일은 보통 무슨 일이다.

"단계별 오픈 구조가 개발 관점에서도 맞습니다. 결제 모듈 부하를 나눌 수 있어서요. 그리고 —"

나는 하봄을 봤다. 정면으로. 열한 명 앞에서.

"이유는 안 알려드림."

0.5초.

장 팀장님이 기침을 했다. 노 팀장님이 팔짱을 다시 꼈다. 강 상무님은 표정이 없었는데, 그게 제일 무서웠다. 마케팅 두 명이 서로를 봤다. 수빈이었다. 수빈이는 입을 손으로 막았다.

하봄은 —

하봄은 자료를 봤다. 자료에 뭐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벽시계를 봤다. 회의실에는 벽시계가 있었다.

"…아 나."

작게. 그런데 열두 명짜리 회의실에서 작은 소리는 작지 않다.

"회의 중이야."

내가 말했다. 나만 들릴 정도로.

하봄이 나를 봤다. 도망갈 데가 없는 사람의 얼굴. 옥상에서 봤고, 한강에서 봤고, 회식에서 봤는데, 회의실에서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이 결정을 내렸다.

"…없던 화장실이 생겼어."

하봄이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잠깐."

진짜로 나갔다. 회의실 문이 닫혔다. 2년 동안 하봄이 회의 중에 나간 적은 없었다. 강 상무님 앞에서는 더더욱.

노 팀장님이 나를 봤다. 장 팀장님이 나를 봤다. 강 상무님이 —

"…개발 코멘트는 그게 다인가?"

"네."

"이유를 안 알려주는 건 상무 앞에서는 곤란한데."

"…죄송합니다."

"기획은 좋았어. 그건 나도 이유 안 알려줘도 알겠고."

상무님이 자료를 덮었다. 회의는 끝났다. 그리고 상무님이 나가면서, 노 팀장님한테만 들리게 말한 것을 나는 들었다.

"노 팀장, 저거 자네 '올해 안'이지."

하봄은 회의실 밖 복도 끝에 있었다. 창문에 이마를 대고.

"…너 그거."

돌아보지도 않고 하봄이 말했다.

"30번."

"…"

"열한 명 앞에서 했으니까 30번으로 쳐. 한 번에 다섯 개."

"그런 규칙 없어."

"지금 만들자. 관객 열 명 넘으면 다섯 배."

하봄이 돌아섰다. 귀가 빨갰다. 그런데 눈은 웃고 있었다. 분한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나 회의 중에 나간 거 처음이야."

"알아."

"상무님 앞에서."

"알아."

"…근데 안 나갔으면 더 큰일 났어. 자료 떨어뜨리는 정도가 아니었을 거야."

런칭 D-1.

밤 9시에 장 팀장님이 개발팀 전체를 불렀다. 목소리가 낮았다.

"결제 모듈 죽었다. 런칭 환경에서. 전부 남아."

— 1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