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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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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10화. 판의 규칙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규칙은 간단해."

재민이가 흡연 부스 앞에서 말했다. 담배도 안 피우는 나를 또 여기로 불렀다. 여기가 재민이의 사무실이었다.

"항목은 하나. 하봄이랑 태오가 사귀기 시작한 날. 맞히면 판돈 다 가져감. 여러 명이면 나눔. 사귀기 시작한 날의 정의는 '당사자 중 한 명이 사귄다고 말한 날'. 판은 2년 전 연수원 끝나던 날에 열렸어."

"연수원?"

"너네 조 편성 첫날 하봄이 너한테 '셔츠 좋다' 한 거 다들 봤거든. 그날 저녁 누가 '쟤네 언제 사귈까' 했고, 내가 관리자 하겠다고 했고."

"…판돈은."

"1인 만 원. 43명. 근데 이게 2년 동안 판이 안 끝나니까 6개월마다 재베팅이 있었어. 누적 판돈이 —"

재민이가 숫자를 말했다. 나는 그 숫자를 듣고 잠깐 회사 전체의 생활 수준을 걱정했다.

"참가자에 팀장님 둘 포함이라며."

"노 팀장님이랑 장 팀장님. 노 팀장님은 '올해 안'에 걸었고 장 팀장님은 '태오 승진하면'에 걸었어. 그건 날짜가 아니라서 내가 무효 처리하려다가 팀장님이라 놔뒀어."

하봄한테 말한 것은 그날 점심이었다.

말하면서 나는 하봄의 반응을 두 가지로 예상했다. 화내거나, 웃거나. 하봄은 둘 다 아니었다.

"나도 걸래."

"…뭐?"

"내기판. 나도 걸래. 얼마야?"

"당사자는 안 되지."

"왜? 당사자가 제일 잘 알잖아."

"그러니까 안 되지. 네가 사귄다고 말하는 날이 정답인데 네가 걸면 네가 정하는 거잖아."

하봄이 젓가락을 든 채로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그럼 조작하자."

"…"

"내가 걸고, 그 날짜에 내가 말하면 되잖아. 판돈 다 우리 거."

"그거 사기야."

"내기에서 이기는 거지."

이 사람의 승부욕은 윤리를 이긴다. 2년 동안 볼링·점심·업무 내기에서 봤지만, 43명 판돈 앞에서도 그랬다. 나는 그것을 새 폴더에 넣지 않았다. 폴더는 이제 안 만든다. 그냥 하봄이었다.

"안 돼."

"왜."

"재민이가 당사자 참가 금지라고 했어. 2년 전 규칙에."

"…재민이가 2년 전에 나를 예상했다고?"

"'하봄이는 걸려고 할 거다'라고 규칙 밑에 써 놨대."

하봄이 젓가락을 내려놨다. 분한 얼굴. 진심으로 분한 얼굴이었다.

"…재민이 그 자식 눈치 진짜."

내기판을 알게 되자 회사가 다르게 보였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뽑는 총무팀 과장님이 나를 보고 눈인사를 했다. 저 사람은 얼마에 무슨 날짜를 걸었을까. 엘리베이터에서 정 대리님이 엄지를 든 건 응원이 아니라 자기 베팅 날짜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노 팀장님의 '올해 안'. 장 팀장님의 '승진하면'.

2년 동안 회사에서 나만 몰랐던 것이 호감 하나가 아니었다. 회사 전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 원씩 걸고.

"기분이 어때."

퇴근길 15분, 하봄이 물었다.

"…이상해. 2년 동안 43명이 나를 보고 있었다는 게."

"나는 안 이상한데."

"왜."

"나는 2년 동안 43명이 보는 앞에서 던졌으니까. 관객 있는 줄 알고 했어."

하봄이 나를 봤다.

"너만 관객 없는 줄 알았던 거야. 2년 동안."

"…16번?"

"그건 내가 한 말인데 왜 네가 세."

"네가 나한테 한 말은 네 백 번에 들어가잖아. 백 번 넘었으니까 이제 내 쪽으로 넘어와야지."

"…그런 규칙 없어."

"그럼 지금 만들자. 백 번 넘은 건 상대 쪽으로 이월."

하봄이 발을 멈췄다. 이월. 이 사람은 회계 용어를 좋아한다. 승부욕과 같은 부위에서 나오는 것이다. 43명이 만 원씩 걸고 2년을 기다린 판에서, 정작 제일 큰 판돈을 건 사람은 관객석에 없었다.

"…그건 좀 좋은데."

재민이한테서 메시지가 온 것은 그날 밤이었다.

「내기판 얘기 하봄이한테 했냐」

「했어」

「걸겠다고 하지」

「어떻게 알았어」

「2년 전에 예상함. 근데 그거 알아? 하봄이 이미 걸었어」

「???」

「2년 전에. 내 서랍에 베팅지 있음. 내일 보여 줌」

— 1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