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1화. 없던 회의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오늘 그 셔츠 좋다."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하봄이 말했다.
"어제도 좋았는데 오늘 게 더 좋아. 이유는 안 알려줌."
"어제랑 같은 셔츠인데."
"그러니까."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인사팀 대리님이 웃음을 참는 소리를 냈다.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쟤 원래 저렇다. 입사 첫날, 연수원 조 편성에서 만난 순간부터 저랬다. 2년째 저러면 그건 성격이지 다른 무엇이 아니다.
그게 내 분류였고, 나는 그 분류를 2년 동안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신제품 TF 명단이 떴다. 개발에서 나, 기획에서 하봄.
"운명이네?"
명단을 보며 하봄이 말했다.
"라고 하기엔 내가 팀장님한테 3번 졸랐지만."
"뭘 졸라?"
"TF. 너랑 하는 거."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API 정리해 둔 게 있으니까. 편하긴 하지."
하봄이 나를 3초쯤 봤다. 무슨 눈인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3초였다.
"…그래. 그거 때문이라고 하자."
TF는 바빴고, 하봄은 하봄이었다.
회의에서 내 의견이 까이면 제일 먼저 받아치는 게 하봄이었다. "그 지적은 저번 주 기획 리뷰 때 이미 반영됐는데요. 3페이지요." 내가 야근하는 날이면 책상에 커피가 놓여 있었다. "내가 마시고 싶어서 산 거임. 손이 미끄러졌네."
퇴근길 지하철은 방향이 반대인데, 회사에서 역까지 15분을 같이 걸었다. 매번. 나는 그것도 분류해 두었다. 동기 텐션. 원래 저런 애.
균열은 흡연 부스 앞에서 왔다.
담배도 안 피우는 내가 거기 있던 건 옆 팀 동기가 불러서였고, 그는 연기를 뱉으며 본론을 던졌다.
"너 하봄이랑 사귀냐?"
"뭐? 아니. 동기잖아."
"동기." 그가 나를 오래 봤다. "쟤가 너한테만 그러는 거, 진짜 모르냐?"
"뭘."
"커피. 회의. 퇴근. 셔츠." 그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야, 회사에서 너만 몰라."
그날 밤 나는 2년 치 기억을 다시 재생했다.
커피는 늘 내 자리에만 놓였다. 회의에서 하봄이 받아친 건 늘 내 의견이 까일 때였다. 15분의 동행은 하봄의 지하철과 반대 방향이었다. 셔츠. 3번 졸랐다는 TF. "그거 때문이라고 하자."
전부 '동기 텐션' 폴더에 들어 있던 파일들이었다. 폴더째 흔들리기 시작하니까, 파일 하나하나가 전부 다르게 읽혔다.
새벽 1시에 나는 천장을 보고 인정했다. 나는 2년 동안, 회사에서 제일 둔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 날 탕비실에서 하봄을 만났다.
"어, 왔냐. 커피? 오늘은 네가 사는 날—"
"하봄아."
계획에 없던 말이 얼떨결에 나왔다.
"너 나 좋아하냐?"
정적.
하봄이 눈을 크게 떴다. 2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눈을 똑바로 보고 직진하던 애가, 처음으로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고 있었다.
"어? 지금 그 질문은…"
하봄이 벽시계를 봤다.
"아 나 회의 있다. 3시에 없던 회의가 생겼어."
"지금 10시 반인데."
"미리 가는 거야. 준비성."
하봄은 머그컵을 든 채로 탕비실을 나갔다. 그리고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돌아본 얼굴은 귀까지 빨갰다.
"…내일 다시 물어봐. 도망 안 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