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9화. 특이사항 없음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둘이 뭐야?"
담배 연기가 젖은 공기 속으로 퍼졌다. 나는 대답을 골랐다. PT 후속 얘기 중이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저 애는 거짓말을 안 한다. 나도 저 애 앞에서는 안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을 말하면 — 사실이 뭔지 나도 몰랐다.
한여름이 먼저 대답했다.
3초 침묵 후, 정확한 한 마디로.
"특이사항 없습니다."
팀장님이 웃었다. "보고서 쓰냐?" 그리고 담배를 마저 피우며 PT 얘기를 했다. 클라이언트가 후속 미팅을 잡자고 했다는 것, 다음 주 화요일이라는 것, 둘이 또 같이 가라는 것. 우리는 "네"라고 했다. 팀장님이 먼저 내려갔다.
옥상에 둘이 남았다. 젖은 공기는 그대로였는데 저 애의 문장은 다시 짧아져 있었다.
"내려가시죠."
"…응."
특이사항 없습니다. 그 여섯 글자가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따라왔다. 저 애는 사실을 말하는 애다. 그러니까 저건 사실이다. 우리 사이에 특이사항은 없다. 보고서 특이사항 란에 열한 글자를 적은 애가, 옥상에서 다섯 문장을 말한 애가, 팀장님 앞에서는 없다고 했다.
그게 왜 아픈지, 계단 3층쯤에서 알았다. 나는 저 애가 그 칸에 뭔가를 쓰기를 바라고 있었던 거다. 특이사항 란에. 회사 공식 서류에.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읽을 수 있는 곳에.
주말은 길었다.
개인 메신저에 14글자짜리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내가 보내지 않았으니까. 보낼 문장을 서른 개쯤 만들었다 부쉈다. 「특이사항 없다는 거, 진심이야?」는 회사 안 문법이었고, 「옥상 얘기 마저 하자」는 저 애를 200미터 안으로 밀어 넣는 것 같았다. 결국 아무것도 안 보냈다.
월요일 아침, 한여름은 8시 50분에 자리에 있었다. 반듯한 등. "안녕하십니까." 세 글자 — 아니 여섯 글자. 나는 "응"이라고 했다. 이게 우리의 회사 안 문법이었고, 그 문법은 이번 주에도 그대로였다.
화요일 후속 미팅 준비로 회의실 B에 다시 들어갔다. 이번엔 낮이었다. 형광등, 창밖 햇빛, 문이 열린 회의실. 저 애는 데이터를 정리했고 나는 기획을 다듬었고, 문장은 짧았고, 회의실은 회사 안이었다. 어둠도, 젖은 공기도 없었다. 조건이 하나도 성립하지 않는 공간에서 우리는 정확하게 일만 했다.
"편차 다섯 개 중에 넷째, 근거 약합니다."
"…그거 네 제안서 여백에 적었던 말이잖아. 2년 전에."
한여름의 손이 멈췄다. 반 박자. 그리고 이어졌다.
"…네. 같은 말입니다."
"그때는 내 제안서였고, 지금은 내가 네 데이터에 하는 말이야."
"압니다.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순서가 바뀌었다. 저 애가 나를 읽던 사람에서, 내가 저 애를 읽는 사람으로. 그 말을 회사 안에서, 낮에, 문 열린 회의실에서 했다. 조건이 하나도 없는데. 나는 그걸 알아차렸고, 저 애는 데이터로 돌아갔다.
월요일 퇴근길, 회사 정문.
저 애가 먼저 나가 있었다. 정문 앞이 아니라 정문에서 딱 열 걸음쯤 떨어진 가로수 아래. 나를 보더니 손가락으로 발밑을 가리켰다. 보도블록 경계선.
"여기부터 회사 밖입니다."
"…경계선을 정한 거야?"
"정문 기준 10미터입니다. 오늘부로 개정했습니다. 300이 아니라."
규칙 개정. 출장 호텔에서 침대 규칙을 개정하던 그 문법이다. 나는 경계선을 넘어 저 애 옆에 섰다. 가로수 아래. 저녁 6시 반.
"특이사항 없다고 한 거."
한여름이 말했다. 내가 묻기 전에. 앞을 본 채로, 반 박자 늦게, 그러나 문장을 이어서.
"아직 보고할 만큼 정리가 안 돼서입니다. 없어서가 아니라요. 정리가 안 된 걸 보고하면 그건 특이사항이 아니라 오류입니다. 저는 오류를 보고하지 않습니다. 정리되면 제일 먼저 보고드리겠습니다."
한 박자.
"선배님께요. 팀장님 말고."
여섯 문장이었다. 회사 밖 10미터에서. 나는 그 여섯 문장을 다 듣고 나서야 계단 3층에서 아팠던 게 나았다는 걸 알았다. 없다가 아니라 아직이다. 저 애의 사전에서 그 둘은 다른 단어다.
"…정리는 언제 되는데."
"변수가 그만 추가되면요."
"내가 변수를 추가하고 있어?"
"매일이요."
저 애는 그렇게 말하고 지하철역 쪽으로 걸었다. 나는 옆에서 걸었다. 우산 하나 폭. 회사 밖 10미터부터는 그래도 되는 모양이었다.
화요일, 클라이언트 후속 미팅.
회의실에 들어갔더니 지난주 PT에는 없던 사람이 앉아 있었다. 서른 초반, 정장이 몸에 맞고, 명함을 두 손으로 주는 사람. 클라이언트 쪽 신임 담당 팀장이라고 했다. 리뉴얼 전국 확장 건을 총괄하게 됐다고.
그 사람은 내 명함을 받고, 한여름의 명함을 받고, 한여름의 명함을 반 박자 오래 봤다.
"한여름 님. 지난주 PT 자료, 편차 다섯 개 구조 — 그거 한여름 님 작업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저희 쪽에서 꼭 뵙고 싶었습니다."
한여름은 3초 침묵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네 글자. 회사 안이니까.
그런데 그 사람은 회사 안 문법을 몰랐다. 저 애의 네 글자를 겸손으로 읽었고, 그 겸손이 마음에 든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내 쪽은 보지 않은 채로.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됐다. 이번엔 내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변수는, 저 애의 회사 안 문법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 1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