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0화. 명함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윤재현. 명함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클라이언트사 리테일사업부 팀장. 서른 초반, 정장이 몸에 맞고, 말이 정중하고, 회의 중에 상대 이름을 정확히 불러 주는 사람. 우리 쪽 팀장님이 "저쪽 에이스래"라고 귀띔했다.
후속 미팅은 매끄러웠다. 지나치게. 윤 팀장은 우리 자료를 다 읽고 왔고, 다섯 개 편차 구조를 정확히 이해했고, 질문이 전부 좋았다. 좋은 질문은 답하는 사람을 길어지게 한다. 한여름이 회사 안에서 — 클라이언트 회의실이니까 회사 안이다 — 세 문장을 연달아 말하는 걸 나는 그날 두 번 봤다. 둘 다 윤 팀장의 질문 뒤였다.
기획 얘기. 조건 #1. 저 애의 문장은 상대가 누구든 기획 얘기면 길어진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세 번째 문장에서 볼펜을 놓쳤다.
미팅이 끝나고 윤 팀장이 명함을 한 장 더 꺼냈다.
"한여름 님, 편차 구조 관련해서 저희 쪽 데이터 몇 개 더 보내 드리고 싶은데요. 메일 주소를."
명함 교환은 이미 했다. 그러니까 이건 메일 주소를 다시 묻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말을 거는 방식이었다. 한여름은 3초 침묵하고 명함 뒷면을 가리켰다.
"여기 있습니다."
"아, 그렇네요. 실례했습니다."
윤 팀장이 웃었다. 실례한 사람의 웃음이 아니었다. 나는 자료를 챙기면서 그 웃음을 반 박자 오래 봤고, 저 애는 보지 않았다. 반듯한 등. 명함은 재킷 주머니로 갔다. 사탕 봉지가 들어 있는 그 주머니.
메일은 다음 날 왔다. 한여름 앞으로.
내가 그걸 아는 건 저 애가 참조에 나를 넣었기 때문이다. 업무 메일이니까. 윤 팀장의 메일은 정중했고, 데이터 파일이 세 개 붙어 있었고, 마지막 줄이 이랬다. 「가능하시면 이번 주 중 잠깐 커피라도 하며 설명드리겠습니다. 물론 업무 범위 안에서요.」
업무 범위 안에서. 그 다섯 글자가 붙어 있어서 이 메일은 업무 메일이었다. 한여름은 답장에도 나를 참조에 넣었다. 「목요일 오후 3시 가능합니다. 청우플래닝 앞 카페로 오시면 됩니다.」 세 문장. 업무니까.
나는 그 메일을 두 번 읽고 답장하지 않았다. 참조는 답장하는 자리가 아니다.
목요일 오후 2시 50분, 저 애가 재킷을 집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응. …자료 설명이지?"
"네."
회사 안 문법. 한 글자. 나는 "응"이라고 했다. 저 애가 나갔다. 사무실 창은 정문 앞 카페가 내려다보이는 위치였고, 나는 그걸 3년 동안 한 번도 의식한 적이 없었다.
3시 5분, 카페 창가에 두 사람이 앉았다. 6층에서 보면 사람이 작았다. 검은 재킷의 반듯한 등과, 그 맞은편의 정장. 정장이 노트북을 열었고, 반듯한 등이 화면 쪽으로 기울었다. 업무다. 데이터 설명이다. 내가 참조로 받은 메일 그대로다.
3시 40분, 정장이 노트북을 닫았다. 그런데 일어나지 않았다. 반듯한 등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노트북이 열려 있던 시간보다 길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창에서 눈을 뗐다. 보는 것과 지켜보는 것은 다르고, 후자는 저 애의 계산에 없는 항목이다. 도표 파일을 열었다. 3번 폴더. 도표 순서가 결론보다 뒤에 있었다. 저 애가 기차에서 지적했던 그 실수를 나는 오늘 처음으로 다시 했다.
4시 20분, 한여름이 자리로 돌아왔다. 반듯한 등. "다녀왔습니다." 나는 "응"이라고 했다. 물어볼 문장이 서른 개였는데 회사 안이었다.
퇴근길, 정문 앞 10미터. 보도블록 경계선. 저 애가 거기 서 있었다. 나는 경계선을 넘었다.
"자료 설명, 40분이면 되던데."
"네."
"1시간 15분이었어."
한여름이 3초 침묵했다. 회사 밖 10미터에서. 그리고 한 문장.
"…정리 중입니다."
— 1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