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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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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1화. 조건표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정리 중이라는 말은 사흘을 갔다.

사흘 동안 저 애는 회사 안 문법이었고, 회사 밖 10미터에서도 문장이 짧았다. 경계선을 넘어도 길어지지 않는 건 처음이었다. 조건이 전부 꺼진 것 같았다. 나는 그 사흘 동안 변수가 뭔지 알아내려고 했고, 알아내지 못했고, 대신 3번 폴더를 두 번 더 정리했다.

나흘째 저녁, 회사 밖 10미터에서 한여름이 말했다.

"보고드리겠습니다."

"…뭘."

"윤 팀장님 건이요. 정리됐습니다."

저 애는 가방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A4. 표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가로등 밑에서 그 표를 봤다.

이직 조건표.

행은 두 개였다. 청우플래닝, 그리고 클라이언트사. 열은 여섯 개. 연봉, 통근 거리, 업무 범위, 성장성, 팀 구성, 그리고 마지막 열의 제목이 '변수'였다.

"…이직 제안이었어?"

"네. 목요일에요. 40분은 데이터 설명이었고 35분은 제안이었습니다. 전국 확장 프로젝트 데이터 파트 전담. 계약직으로 시작해서 1년 뒤 정규직 전환. 연봉은 지금의 1.4배."

숫자가 정확했다. 저 애는 그 제안을 받은 자리에서 이미 표를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적어야 내일 안 적는 애니까.

나는 표의 숫자들을 봤다. 연봉 항목에서 클라이언트사가 이겼다. 통근 거리도 이겼다. 업무 범위, 성장성도. 팀 구성은 비겼다. 다섯 항목 중 네 개를 저쪽이 이겼다. 항목별 점수 합계가 맨 아래 있었다. 청우플래닝 62점. 클라이언트사 78점.

그런데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가중치 적용 총점. 청우플래닝 91점. 클라이언트사 78점.

"…가중치?"

"마지막 열이요."

변수. 그 열에 청우플래닝 쪽에만 값이 있었다. 점수가 아니라 글자였다.

「선배님. 가중치 60퍼센트.」

60. 어둠 속의 40에서, 정정한다던 그 수치가 여기 와 있었다. 이직 조건표라는 가장 건조한 서류의 마지막 열에.

나는 가로등 밑에서 그 다섯 글자를 오래 봤다. 이직 조건표에, 회사 이름과 연봉과 통근 거리 옆에, 나를 변수로 적어 놓고, 가중치를 60퍼센트로 잡아 놓은 것이다. 40퍼센트라고 했다가 정정한다고 했던 그 수치. 재보고하겠다고 했던 것. 이게 재보고인가. 이직 조건표의 형태로.

"한여름."

"네."

"이거 재보고야?"

"…아니요. 이건 이직 검토 자료입니다. 재보고는 별도입니다."

"근데 여기 내가 있잖아."

"변수로요. 이름은 익명 처리해야 하는데 선배님이 읽으실 거라 실명으로 했습니다."

내가 읽을 거라서 실명. 저 애의 논리는 늘 이렇게 앞뒤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서 어디서 웃어야 할지를 모르게 만든다. 나는 웃지 않았다. 대신 표를 저 애한테 돌려줬다. 저 애가 그걸 받아서,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서랍이 아니라 가방.

"그래서 결론은."

"아직요. 조건표는 됐는데 통보가 안 됐습니다."

"통보가 뭐가 어려워. 91대 78이잖아."

"…어렵습니다."

한여름은 3초 침묵했다. 회사 밖 10미터에서, 가로등 아래서, 처음으로 문장을 이어가지 못하는 얼굴로.

"윤 팀장님이 두 번째 제안을 하셨습니다. 어제요. 이번엔 업무 범위 밖으로요."

두 번째 제안은 저녁 식사였다.

업무 범위 밖으로, 라고 윤 팀장은 정확히 말했다고 한다. 정중하고 유능한 사람답게 선을 먼저 긋고 그 선을 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한여름은 그 자리에서 대답하지 않았다. "검토하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직 제안에 한 대답과 같은 대답을.

"검토할 게 있어?"

"…조건표를 하나 더 그려야 합니다."

"저녁 식사 조건표?"

"네. 그런데 열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이직은 열이 여섯 개인데 이건 몇 개인지 모르겠습니다. 변수 열만 있습니다."

변수 열만 있는 표.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저 애는 그 저녁 식사를 이미 거절하기로 했는데, 거절의 근거를 표로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근거가 표에 안 들어가는 종류라서.

"표 없이 거절하면 안 돼?"

"저는 근거 없이 거절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근거를 만들어."

"어떻게요."

"네가 만든 열. 변수. 거기 가중치가 60이잖아. 60이면 나머지 전부 합쳐도 못 이기는 숫자야. 그게 근거야."

한여름이 나를 봤다. 가로등 아래서. 반 박자, 한 박자. 그리고 저 애답지 않게, 아주 작게, 입꼬리가 움직였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고 아니라고 하기엔 분명한 것.

"…선배님이 근거를 만들어 주신 겁니까."

"네가 만든 걸 읽어 준 거야."

"그건 논리로 분류해도 됩니까."

"분류하지 말고 그냥 가."

저 애는 "네"라고 했다. 그리고 지하철역 쪽으로 걸었다. 우산 하나 폭. 나는 옆에서 걸으며 조건표의 마지막 열을 다시 떠올렸다. 선배님. 가중치 60퍼센트. 정정된 수치는 아직 재보고 전이라고 했다. 60이 그 수치인지, 아니면 60도 아직 계산 중인 숫자인지.

지하철역 입구에서 한여름이 멈췄다.

"통보는 내일 하겠습니다. 윤 팀장님께요."

"응."

"…선배님께도, 별도로."

— 1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