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2화. 데이터로 거절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통보는 카페에서 했다고 한다. 정문 앞, 지난주 그 창가 자리.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6층 창가에도 없었다. 일부러 회의실 B에 들어가 있었다. 저 애가 통보하는 동안 창밖을 보고 있으면 그건 감시고, 감시는 저 애의 계산에 없는 항목이다. 회의실에서 나는 다음 달 기획서를 썼다. 도표를 결론 아래 붙였다. 한 번에.
3시 40분, 한여름이 돌아왔다. 회사 안이니까 "다녀왔습니다" 하나. 그리고 자리에 앉았고, 키보드 소리가 제 박자로 났다. 반 박자 느리지 않은. 나는 그 소리로 결과를 알았다.
회사 밖 10미터에서 저 애가 보고했다. 통보 내용을. 저 애 문법 그대로 재현하면 이렇다.
"윤 팀장님. 두 가지 제안을 주셨습니다. 순서대로 답하겠습니다."
"첫째, 이직 제안. 검토 결과 귀사의 제안은 조건표 총점에서 2위입니다. 항목별로는 다섯 개 중 네 개를 이기셨습니다. 그런데 1위와의 차이는 변수 하나입니다. 그 변수는 이직 대상이 아니라서, 옮겨 갈 수가 없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둘째, 저녁 식사 제안. 이건 조건표를 못 그렸습니다. 열이 하나뿐이라서요. 그 열의 값이 첫째 답과 같습니다. 그래서 같은 답을 드립니다."
윤 팀장은 — 저 애 말로는 — 3초쯤 웃었다고 한다. 정중한 사람답게. "변수가 뭔지 물어봐도 됩니까"라고 했고, 한여름은 "데이터 보호 대상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윤 팀장은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하는 얼굴로 일어났고, 문 앞에서 한 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그 변수 분한테 전해 주세요. 가중치가 부럽다고."
"…그렇게 말했다고?"
"네. 정확히요."
가로등 아래서 나는 그 문장을 곱씹었다. 윤 팀장은 변수가 뭔지 몰랐다. 그런데 변수가 사람이라는 건 알았다. 가중치가 부럽다는 건 그런 뜻이다. 정중하고 유능한 사람은 표를 못 봐도 표의 구조를 읽는다.
"저쪽 프로젝트는 계속하는 거지? 클라이언트니까."
"네. 업무 범위 안에서요. 윤 팀장님도 그렇게 하시겠다고 했습니다. 좋은 분입니다."
좋은 분. 저 애는 거절한 사람을 그렇게 분류했다. 험담 없이, 정확하게. 나는 그게 저 애다워서 좋았고, 저 애다워서 조금 분했다. 그 사람이 좋은 분이라는 것과 저 애가 안 가는 것 사이에 내가 있다는 게, 표에는 있는데 말에는 없었다.
"그래서 별도 통보는."
한여름이 멈췄다. 가로등 밑. 회사 밖 10미터. 저 애는 앞을 봤다가, 발밑 보도블록 경계선을 봤다가, 나를 봤다.
결재 문법이 나올 차례였다. 보고서에 반영해 주십시오, 야근 수당 신청서, 재보고는 PT 끝나고. 긴장되거나 설레는 상황일수록 실무적으로 건조해지는 애. 나는 그 문법을 기다렸다. 어떤 서류가 나올지.
서류가 안 나왔다.
"저는, 안 갑니다."
그게 다였다. 아크의 온도차 원칙이 처음으로 작동하지 않은 문장 — 긴장이 최대였는데 서류가 안 나왔다. 조건표도, 가중치도, 검토 결과도 없이. 주어와 서술어와 쉼표 하나. 저 애가 회사 밖 10미터에서, 나한테,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 붙이고 한 문장이었다.
나는 그 문장을 받았다. 받아서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그냥 들고 있었다.
"…응. 알았어."
"네."
"근데 그거, 결재 문법 아니다?"
한여름이 3초 침묵했다. 그리고 반 박자 늦게, 아주 작게.
"…압니다. 표가 안 그려져서요."
표가 안 그려지는 문장. 저 애의 세계에서 근거 없이 나오는 첫 문장. 나는 그걸 재보고라고 부르고 싶었는데, 저 애가 아니라고 할 것 같아서 안 불렀다. 대신 지하철역까지 우산 하나 폭으로 걸었다. 저 애는 그 폭을 유지했다. 더 좁히지도 벌리지도 않고. 그 폭이 오늘은 어제보다 가까워 보였다. 실제 거리는 같았는데.
금요일 오후, 팀장님이 사무실 한가운데서 손뼉을 쳤다.
"다음 주 수요일 팀 회식! PT 이긴 거 축하 겸. 전원 참석. 서준 씨랑 한여름 씨는 특히. 출장 무용담 좀 들어 보자고. 방이 하나였다며?"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반 박자.
총무팀 예약 사고는 팀장님이 알았다. 팀장님이 알면 팀이 안다. 팀이 알면 — 그다음은 소문이다. 나는 세 자리 건너 한여름의 등을 봤다. 반듯했다.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키보드 소리가 멎어 있었다.
— 1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