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3화. 무용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회식은 삼겹살집이었다. 팀 열한 명, 테이블 세 개, 불판 여섯 개. 팀장님은 첫 잔부터 기분이 좋았고, 기분이 좋은 팀장님은 목소리가 크다.

"자, 오늘의 주인공. 서준 씨, 한여름 씨. PT 이긴 조."

박수. 나는 어색하게 잔을 들었고, 한여름은 사이다 잔을 들었다. 저 애는 회식에서도 안 마신다. "내일 출근합니다. 그래서 안 마십니다." 그 앞뒤 안 맞는 문장을 저 애는 회식 시작 5분 만에 팀 전체에게 통보했다. 물음표 아니고 마침표.

"근데 진짜 궁금한 거." 팀장님이 불판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출장 때 방이 하나였다며. 총무팀 사고. 어떻게 잤어?"

테이블 세 개가 조용해졌다. 반 박자. 열한 명 중 아홉 명의 시선이 나한테 왔다.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뭐라고 하나. 바닥에서 잤다고 하면 사실이고, 사실인데 왠지 변명처럼 들릴 거고, 아무 말 안 하면 —

"이불 여분이 2장이었습니다."

한여름이 말했다. 3초 침묵 후. 사이다 잔을 든 채로, 결재 서류를 읽는 얼굴로.

"프런트에서 추가로 받았습니다. 선배님은 바닥, 저는 침대. 가위바위보는 선배님이 이겼는데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23시 소등. 이상입니다."

정적. 그리고 팀 막내가 먼저 웃었다. "이상입니다래." 다음엔 옆 테이블이. 팀장님은 "역시 한여름 씨야" 하면서 소주를 따랐다. 웃음이 불판 위로 번졌고, 방 하나의 밤은 그렇게 무용담이 됐다. 이불 여분 2장짜리 무용담.

저 애가 전부 사실만 말했다는 걸, 그리고 사실 중에 가장 안전한 것만 골라 말했다는 걸, 그 자리에서 아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어둠 속의 40퍼센트도, 새벽의 목소리도, 저 애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건 거짓말이 아니다. 저 애 사전에서.

나는 잔을 비웠다. 고기가 탔다.

2차는 노래방이었다. 팀장님 취향.

한여름은 노래방에서도 안 마셨고, 노래도 안 했다. 구석 소파에 반듯하게 앉아 태블릿으로 뭔가를 봤다. 나는 그게 내일 자료라는 걸 안 봐도 알았다. 지금 적어야 내일 안 적는 애.

팀장님이 마이크를 들고 다가왔다. "한여름 씨, 한 곡 해." "안 합니다." "아니 왜." "노래는 계산이 안 됩니다." 팀장님이 웃으면서 물러났다. 저 애의 문장은 회식에서도 회사 안 문법이었다. 노래방은 회사 안인 모양이다.

11시, 3차 얘기가 나올 때 한여름이 일어났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내일 출근이라서요."

"오늘도 출근이었어." 누군가 말했고, 다들 웃었고, 저 애는 꾸벅 인사하고 나갔다. 나는 5분 뒤에 나갔다. 화장실 핑계로. 노래방 건물 앞, 저 애는 없었다. 지하철역 방향으로 50미터쯤 가서 찾았다. 가로등 밑에 서 있었다.

"…기다린 거야?"

"아니요. 정리 중이었습니다."

"뭘."

"회식에서 한 말이요. 이불 여분 2장. 사실만 말했는데 사실이 아닌 것처럼 들렸습니다. 왜 그런지 정리 중입니다."

회사 밖 50미터. 문장이 이어졌다. 나는 그 옆에 섰다.

"사실만 말했으니까. 사실 중에 제일 안전한 것만."

"…안전하지 않은 사실도 있습니까."

"있잖아. 네 보고서 특이사항 란에."

한여름이 3초 침묵했다. 가로등 아래서. 그리고 반 박자 늦게.

"그건 회식에서 말할 사실이 아닙니다. 그건 선배님께만 보고하는 사실입니다."

다음 날 아침, 사내 메신저에 알림이 떴다.

타 팀 동기가 보낸 메시지였다. 「야 너네 팀 출장 얘기 들었다ㅋㅋ 방 하나였다며. 이불 여분 2장 레전드」. 나는 그 메시지를 읽고 답하지 않았다. 30분 뒤 다른 팀에서 또 왔다. 「출장 커플 소문 진짜야?」

출장 커플. 회식에서는 없던 단어였다. 회식에서는 이불 여분이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단어가 바뀌어 있었다. 소문은 그렇게 자란다. 사실에서 출발해서 단어를 갈아 끼우면서.

세 자리 건너, 한여름은 8시 50분에 자리에 있었다. 반듯한 등. 저 애의 메신저에도 뭔가 왔을 것이다. 저 애는 답장을 안 했을 것이다. 4글자짜리도.

키보드 소리는 제 박자였다. 그런데 나는 그 박자가 어제보다 조금 크다는 걸, 3년 만에 처음으로 알아들었다.

— 1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