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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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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4화. 3초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소문은 사흘 만에 층을 넘었다.

6층에서 5층으로, 5층에서 탕비실로. 탕비실은 건물의 광장이다. 거기서 들은 말은 누구 것도 아니게 된다. 나는 목요일 오후에 그 광장에서 저 애를 봤다. 커피 머신 앞. 그리고 그 옆에 타 팀 과장. 목소리가 크고 말에 과장이 섞이는 분. 출장지 점장님과 비슷한 유형인데 악의가 조금 더 있었다.

"한여름 씨가 그 출장 주인공이라며? 요즘 애들은 출장을 그렇게 가나 봐.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했는데."

요즘 애들은. 저 애가 싫어하는 말이다. 자신을 규정하는 말들. 신입이니까, 요즘 애들은. 화내지 않고 3초 침묵 후 정확한 한 마디로 받아치는 게 저 애의 방식이라는 걸 나는 바이블처럼 알고 있었고, 그래서 탕비실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고 3초를 셌다.

하나. 둘. 셋.

"요즘 애들은, 이불 여분을 두 장 받습니다."

과장이 3초쯤 멈췄다. "…뭐?"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하셨으니까요. 요즘은 프런트에서 이불 여분을 두 장 받습니다. 그리고 23시에 소등합니다. 참고하시라고요."

저 애는 커피를 들고 나왔다. 반듯한 등. 입구에 선 나를 봤고, 반 박자, 그리고 "선배님, 회사에서는 선배님입니다"를 하지 않았다. 대신 그냥 지나갔다. 그게 저 애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긴 문장이라는 걸 나는 알았다.

과장은 커피 머신 앞에서 "요즘 애들 무섭네"라고 했다. 규정하는 말을 또 했다. 나는 그 사람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있었는데 저 애가 이미 다 했다.

팀장님이 나를 부른 건 그날 저녁이었다. 회의실 B. 불이 켜진.

"서준 씨. 소문 알지?"

"…네."

"나도 내 입이 문제였어. 회식에서 그 얘기 꺼낸 거. 미안하다." 팀장님은 정말로 미안한 얼굴이었다. "근데 이게 좀 커졌어. 위에서도 물어봐. 같은 팀 선후배가 출장 가서 방을 같이 썼다는데 문제없냐고. 나는 총무팀 사고라고 했지. 그건 사실이니까."

"사실입니다."

"그래. 근데 서준 씨." 팀장님이 책상에 팔을 올렸다. "나는 규정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규정 위반은 없어. 내가 묻고 싶은 건 — 사실대로 말해 봐. 둘이 뭐야?"

옥상에서 들은 질문이었다. 그때는 한여름이 대답했다. 특이사항 없습니다. 지금은 저 애가 없다. 나 혼자 회의실 B에 있고, 팀장님은 답을 기다리고 있고, 저 애의 사전에서 없다와 아직은 다른 단어다.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일?"

"오늘은 정리가 안 됐습니다. 정리 안 된 걸 말씀드리면 그건 보고가 아니라 오류입니다."

팀장님이 나를 3초쯤 봤다. 그리고 웃었다. "…한여름 씨한테 배웠냐?" 나는 "네"라고 했다. 한 글자.

회사 밖 10미터. 저 애가 경계선 위에 서 있었다.

"팀장님이 부르셨습니까."

"응. 소문 때문에."

"뭐라고 하셨습니까."

"내일 말씀드린다고 했어. 정리 안 된 건 오류라고."

한여름이 나를 봤다. 반 박자. 그리고 아주 작게 입꼬리가 움직였다. 지난주 가로등 밑에서 본 그것.

"…제 문법입니다."

"응. 네 거 빌렸어."

우리는 지하철역 쪽으로 걸었다. 우산 하나 폭. 저 애가 앞을 본 채로 말했다. 회사 밖이니까, 문장을 이어서.

"소문 말입니다. 출장 첫날 밤에 제가 그랬습니다. 소문은 제가 내야 도는데 저는 낼 계획이 없다고. 그런데 이번엔 제가 안 냈는데 돌았습니다. 계산 밖입니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생긴 겁니다."

"소문은 원래 그래."

"압니다. 그래서 정리 중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계산에 넣는 법을요."

"넣을 수 있어?"

"…선배님도 통제할 수 없는 변수였습니다. 넣었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출 뻔했다.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저 애가 회사 안 문법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 대신 물었다.

"그래서 팀장님한테 뭐라고 할 건데, 내일."

"…그건 선배님이 정하십니다. 부르신 건 선배님이니까요."

"네가 대답 못 하게 해서 내가 대답하는 거야."

"압니다.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지하철역 입구. 저 애가 멈췄다. 돌아섰다. 나를 똑바로 보면서, 서울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반 박자 빠르게.

"선배님. 내일 말씀하실 때요."

"응."

"…거짓말은 하지 마십시오. 저는 거짓말한 사람 옆에 못 섭니다."

— 1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