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5화. 정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금요일 아침 9시 10분, 회의실 B.
팀장님은 커피를 두 잔 가져왔다. 하나를 내 앞에 놓았다. 그게 이 면담의 온도였다. 징계가 아니라, 걱정.
나는 밤새 문장을 만들었다 부쉈다. 서른 개. 출장 때부터 저 애 앞에서 서른 개씩 만들어 온 버릇이다. 그런데 이번엔 저 애가 조건을 걸어 놨다. 거짓말은 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서른 개 중에 남는 건 몇 개 안 됐다.
"팀장님. 어제 정리했습니다."
"그래. 말해 봐."
"특이사항, 있습니다."
팀장님의 커피 잔이 멈췄다.
"출장 보고서 특이사항 란에 한여름 씨가 쓴 게 있습니다. 제가 숙박 착오 기록이라고 설명드렸는데, 그건 사실이고, 전부는 아닙니다. 전부는 — 아직 정리 중입니다. 저희 둘 다요. 정리되면 제가 먼저 보고드리겠습니다."
"…정리 중이라는 게 무슨 뜻이야."
"사귀는 사이냐고 물으시면, 아닙니다. 아무 사이도 아니냐고 물으시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 중간을 뭐라고 부르는지 저희가 아직 못 정했습니다. 회사 규정 위반은 없습니다. 출장에서도, 그 뒤로도. 그건 확실합니다."
말하고 나니 회의실이 조용했다. 팀장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봤다가, 나를 봤다.
"…정직하네."
"거짓말하면 옆에 못 선다고 해서요."
"누가?"
"한여름 씨가요."
팀장님이 웃었다. 이번엔 길게. "그 애 진짜." 그리고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규정은 없어. 내가 아까 말했지. 근데 서준 씨, 같은 팀 안에서 그러면 평가가 애매해져. 내가 서준 씨 고과 매길 때, 한여름 씨 고과 매길 때, 둘이 한 조로 낸 성과를 어떻게 나눠. 소문이 문제가 아니라 그게 문제야. 위에서 묻는 것도 그거고."
"…압니다."
"인사팀에서 얘기가 나올 수도 있어. 미리 알고 있어. 나쁜 얘기는 아닐 거야. 그 애 데이터 능력을 탐내는 데가 원래 있었으니까."
인사팀. 나는 그 단어를 받아서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팀장님은 커피를 다 마시고 일어나며 어깨를 한 번 쳤다. "정리되면 보고해. 나한테 먼저. 소문 말고."
회사 밖 10미터.
저 애가 경계선 위에 있었다. 나는 경계선을 넘었다. 그런데 저 애가 먼저 말했다.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들었습니다."
"…뭘."
"면담 내용이요. 팀장님이 오후에 저도 부르셨습니다. 선배님이 하신 말씀을 그대로 전해 주셨습니다. 특이사항 있다고 하셨다고. 중간을 뭐라고 부르는지 못 정했다고."
한여름은 앞을 봤다. 가로등이 아직 안 켜진 저녁. 그리고 반 박자 늦게, 문장을 이어서.
"그건 제가 하려던 말이었습니다. 정리되면 제일 먼저 보고하겠다고 했던 거. 팀장님 말고 선배님께요. 그런데 선배님이 먼저 하셨습니다. 팀장님께."
"네가 대답 못 하게 해서."
"압니다."
"…화났어?"
한여름이 3초 침묵했다. 그리고 나를 봤다. 반듯하게. 출장 첫날 3번 승강장 아래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니요. 순서가 또 바뀌었습니다. 제가 읽던 사람이 저를 읽었고, 제가 보고하려던 걸 선배님이 보고하셨습니다. 순서가 바뀌는 걸 저는 계산에 못 넣습니다. 그런데 —"
한 박자.
"— 이번엔, 넣고 싶습니다."
계산에 못 넣는 것을 넣고 싶다는 문장. 저 애의 사전에서 그건 규칙 개정보다 큰 일이었다.
우리는 지하철역 쪽으로 걸었다. 우산 하나 폭. 그런데 신호등 앞에서 사람들이 밀렸고, 저 애가 반 걸음 내 쪽으로 밀렸고, 재킷 소매가 내 소매에 닿았다. 신호가 바뀔 때까지. 저 애는 그 반 걸음을 되돌리지 않았다. 신호가 바뀌고 나서도.
우산 하나 폭이, 반 폭이 됐다. 저 애의 규칙집에 그 항목이 언제 개정됐는지 나는 모른다. 물어보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팀장님이 사무실 한가운데서 말했다.
"서준 씨, 한여름 씨. 클라이언트 후속 실사. 다음 주 목요일, 1박 2일. 지난번 그 지역."
같은 지방. 같은 매장. 저 애의 등이 반듯한 채로 굳었다.
"이번엔 총무팀 내가 직접 확인했어." 팀장님이 예약 확인서를 흔들었다. "트윈 아니고, 방 두 개. 704호, 705호. 옆방이야. 됐지?"
방 두 개. 옆방. 704호와 705호.
저 애가 3초 침묵했다. 그리고 회사 안 문법으로, 한 글자.
"…네."
키보드 소리가 그날 오전 내내 반 박자 느렸다. 방이 하나일 때보다 두 개일 때가 더 어렵다는 걸, 나는 그 소리로 알았다.
— 1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