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7화. 300미터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PT는 목요일이었고, 우리는 이겼다.
정확히는 청우플래닝이 이겼다. 세 개로 보이고 다섯 개로 계산하는 구조가 먹혔다. 클라이언트 쪽 임원이 "지역 편차를 이렇게 잡은 데는 처음"이라고 했고, 팀장님은 회의실을 나오자마자 내 어깨를 두 번 쳤고, 한여름은 자료를 챙기며 "네"라고만 했다. 이긴 날에도 한 글자다.
PT 끝나고 재보고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기다렸다. 목요일 저녁, 금요일 아침, 금요일 점심. 재보고는 오지 않았다. 대신 저 애는 PT 후속 자료를 만들고 있었다. 지금 적어야 내일 안 적는 애답게. 나는 그걸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결재한 사람은 기다리는 게 일이다.
대신 나는 측정을 시작했다.
회사 밖 200미터부터 문장이 길어진다는 건 실험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그게 거리 문제인지, 회사 문제인지, 아니면 사람 수 문제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변수를 하나씩 바꿔 봤다.
메신저. 사내 메신저에서 한여름의 답장은 평균 4글자였다. "네." "확인했습니다." "3번 폴더요." 그런데 퇴근 후 개인 메신저 — 출장 때 저 애가 "업무 연락용"이라며 등록해 준 — 에서는 평균 14글자였다. 「내일 자료 수정본 오전에 드리겠습니다. 편차 부분 다시 봤습니다.」 열 배는 아니고 3.5배. 나는 그 숫자를 어디에도 적지 않았다. 적으면 저 애처럼 되니까. — 적지 않았는데 외워졌다는 게 문제였다.
엘리베이터. 둘만 탔을 때 — 회사 안이다 — 저 애는 층수 표시등만 봤다. 6층에서 1층까지 한 마디도 없었다. 회사 안은 안이다.
탕비실. 오후 3시, 커피 머신 앞에서 마주쳤다. "드실래요"라고 했더니 "네"였다. 그런데 컵을 받으면서 딱 한 문장이 더 붙었다. "선배님, 회사에서는 선배님입니다." 나는 그 말을 세 번 곱씹었다. 회사에서는 선배님이다. 그러면 회사 밖에서는 — 그 뒤를 저 애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채로 커피를 들고 나갔다.
측정 결과: 거리보다 장소, 장소보다 규칙. 저 애는 회사라는 장소에 규칙을 적용하고 있었다. 자기가 만든 규칙을. 23시 소등처럼.
팀장님의 눈은 그 주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다.
악의는 없었다. 그냥 PT를 이긴 조를 흐뭇하게 보는 눈이었다. 그런데 그 눈이 우리가 나란히 앉은 회의 때마다, 탕비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 박자씩 오래 머물렀다. "둘이 케미가 좋아" 같은 말도 나왔다. 케미. 나는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한여름의 등을 봤고, 저 애의 등은 그 단어에 1밀리미터도 반응하지 않았다.
점심은 그 주에 두 번 더 같이 나갔다. 둘 다 '우연히 늦게 나간' 날이었다. 편의점 벤치. 300미터 밖. 저 애는 거기서 PT 얘기를 했고, 5개 유형 편차 얘기를 했고, 문장이 길었다. 그리고 매번 마지막에 레몬 사탕을 통보했다. 물음표 아니고 마침표.
사탕은 계산 밖이라고 했다. 그러면 벤치는 어느 쪽인가. 나는 그걸 묻지 않았다. 묻는 순간 이 벤치가 회사 안으로 편입될 것 같아서.
금요일 오후, 사무실 창밖이 어두워졌다.
"비 온대요, 저녁에." 누군가 말했다. 나는 우산이 없었다. 3년째 쓰는 접이식 우산은 지난주 출장 캐리어에 그대로 들어 있었고, 캐리어는 집에 있었다.
퇴근 30분 전, 한여름이 내 자리 옆을 지나가면서 말했다. 회사 안이니까, 한 문장.
"선배님, 우산 없으시죠."
"…어떻게 알았어."
"캐리어에 있습니다. 출장 때 넣으시는 거 봤습니다. 캐리어는 집에 있으실 거고요."
두 문장이 더 붙었다. 회사 안인데. 나는 그걸 알아차렸고, 저 애는 알아차리지 못한 얼굴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반듯한 등. 그런데 그 등 옆, 책상 아래 가방 곁에 우산이 세워져 있었다.
두 개였다.
— 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