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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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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6화. 40퍼센트의 근거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첫 야근은 월요일이었다.

회의실 B. 긴 테이블에 노트북 두 대, 프린트한 자료가 산처럼. 팀 사람들은 7시에 다 갔고, 8시에 청소 아주머니가 다녀갔고, 9시에 사무실 본등이 꺼졌다. 회의실 형광등만 남았다. 한여름은 창가 쪽, 나는 문 쪽. 방 배치도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구역은 저절로 나뉘었다.

"전국 확장이면 지역별 편차가 문젭니다. 출장지 매장 데이터를 기준으로 잡으면 수도권에서 어긋납니다."

"편차를 변수로 넣자. 매장 유형 세 개로 쪼개서."

"세 개면 부족합니다. 다섯 개요."

"다섯 개면 PT 시간에 못 담아."

"그러면 세 개로 보여 주고 다섯 개로 계산합니다."

저 애는 회의실에서 문장이 길었다. 200미터 밖이 아닌데. 그러니까 조건이 하나 더 있다는 얘기다. 기획 얘기. 어둠. 그리고 — 회의실? 아니면 야근? 아니면 나와 둘만 남은 공간? 나는 그 변수를 분리하지 못한 채로 다섯 개 유형의 매장을 세 개로 접는 작업을 했다.

10시가 넘었다. 편의점 커피 두 잔. 한여름은 컵을 받으면서 "저는 부탁드린 적이 없습니다"를 했고, 그리고 마셨다. 이제 그 문법에 익숙해졌다.

11시. 형광등 아래 저 애의 옆얼굴을 나는 오래 봤다. 출장 호텔 책상 앞의 그 등이었다. 지금 적어야 내일 안 적는 애. 수첩 대신 노트북, 볼펜 대신 키보드. 그런데 손이 멈춰 있었다.

"막혔어?"

"아니요."

"그럼 왜 멈췄어."

"…생각 좀 했습니다. 30초 정도."

"뭘."

한여름이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서류 파일. 낡은. 모서리가 닳은. 파일을 열어 테이블 위에 밀어 놓았다.

내 글씨였다.

3년 전 리뉴얼 제안서. 원본. 입사 첫 해에 내가 밤새워 썼던, 매장 동선을 고객 체감 기준으로 다시 그렸던 그 제안서. 회사 서버에는 PDF만 남아 있고, 종이 원본은 폐기된 줄 알았다.

"…이거 어디서 났어."

"입사 지원할 때요. 회사 자료실 열람 신청해서 복사했습니다. 규정 위반은 아닙니다. 확인했습니다."

여백에 글씨가 빼곡했다. 내 글씨가 아니었다. 작고 반듯한, 결재 서류 같은 글씨. 도표 옆에 「근거 약함 — 재계산 필요」. 결론 아래 「이 사람은 결론부터 쓴다. 좋다」. 마지막 장 하단에 날짜. 2년 전 10월. 입사 지원 두 달 전.

나는 그 여백들을 읽었다. 저 애가 나를 처음 읽은 흔적을. 2년 전 10월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제안서에 이런 걸 적어 놓고, 그 사람의 회사에 지원하고, 그 사람의 팀에 배정되고, 그 사람과 출장을 가고 —

"40퍼센트라고 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한여름이 말했다. 시선은 파일에 둔 채로.

"정정합니다. 그때는 계산이 틀렸습니다."

"…얼마인데."

한여름은 3초 침묵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다시 열고, 파일을 하나 꺼내고, 프린터로 보냈다. 회의실 구석 프린터가 윙, 하고 돌아갔다. 저 애는 출력물을 가져와서 내 앞에 놓았다.

야근 수당 신청서였다.

"야근 수당 신청서, 오늘 자로 제출하겠습니다. 결재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 종이를 봤다. 그리고 저 애를 봤다. 얼마냐고 물었는데 야근 수당 신청서가 나왔다. 긴장되거나 설레는 상황일수록 실무적으로 건조해지는 애.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이 저 애한테는 —

"한여름."

"네."

"너 지금 도망갔지."

"…결재 부탁드립니다."

나는 신청서에 서명했다. 그러고 나서 그 아래 여백에, 저 애 글씨체를 흉내 내서 작게 썼다. 「검토자 의견: 정정된 수치 재보고 요망.」

한여름이 그걸 읽었다. 읽고, 반 박자, 한 박자, 그리고 신청서를 가방에 넣었다. 서랍이 아니라 가방에.

11시 40분. 자료는 다 정리됐다. 세 개로 보이고 다섯 개로 계산하는 구조. PT까지 사흘.

나는 노트북을 덮고 회의실 불을 껐다. 습관처럼. 출장 호텔의 23시 소등처럼.

어둠.

창밖 빌딩 불빛이 회의실 바닥에 길게 들어왔다. 한여름은 창가에 앉은 채였다. 실루엣만 보였다. 나는 문 쪽에 서 있었다. 이불 두 채 사이만큼의 거리.

"주무십니까." 저 애가 말했다. 출장 그 밤의 첫 문장.

"안 자. 서 있잖아."

"…그렇습니까."

어둠 속에서 한여름의 목소리가 내려왔다. 낮고, 제 박자로, 문장을 이어서.

"그 밤에요. 이불 속으로 들어간 말이요."

"…응."

"뒷말이 있었습니다."

나는 기다렸다. 서울역에서부터, 아니 그 새벽부터 이어 붙인 서른 개의 문장 중에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니었던 그 뒷말을.

"선배님은, 진짜."

한 박자.

"진짜, 느리십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깜빡였다. 2화 새벽의 그 문장이, 세 화를 건너 처음으로 끝을 얻었다. 느리다. 서른 개의 후보 중에 없던 답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 그게 가장 저 애다운 답이었다. 2년 전 10월부터 계산하고 있던 사람한테, 두 달 전에야 얼굴을 안 사람은, 느린 게 맞다.

"…그거 지금 고백이야?"

"보고입니다."

회의실 문이 열렸다. 복도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경비 아저씨가 "아직 계셨어요?"라고 했고, 한여름은 실루엣에서 다시 무표정한 신입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챙겼다. 반 박자 빠른 속도로.

복도에서 저 애가 앞서 걸었다. 반듯한 등. 나는 그 등에 대고 물었다.

"그래서 정정된 수치는 얼마인데."

한여름은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재보고는 PT 끝나고 하겠습니다. 결재하셨으니까요."

— 7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