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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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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4화. 들으셨으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들으셨으면……"

서울역 소음이 그 뒤를 오래 채웠다. 안내 방송, 캐리어 바퀴, 누군가의 통화. 한여름은 캐리어 손잡이에 두 손을 올린 채로, 반 박자를 넘겨 한 박자를 넘겨, 그리고 결재 서류를 읽는 얼굴로 말을 마쳤다.

"보고서에 반영해 주십시오."

"……뭐?"

"출장 보고서요. 특이사항 란에."

나는 3초 동안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들으셨으면 보고서에 반영해 달라. 새벽에 이불 속으로 사라진 말의 뒷부분을 서울역 한복판에서 물어 놓고, 대답으로 나온 게 결재 문법이다. 이게 고백인지, 업무 지시인지, 아니면 저 애만 아는 제3의 장르인지.

"특이사항 란에 뭘 쓰라는 건데."

"들으신 대로요."

"나는 뒷말을 못 들었는데."

한여름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표정은 그대로였고 손도 그대로였는데, 시선만 내 얼굴에서 개찰구 쪽으로 갔다가 돌아왔다. 저 애가 흔들리는 걸 나는 두 달 동안 두 번 봤다. 첫 번째는 어제 아침, 조식 63점. 오늘이 두 번째였다.

"…그러면 못 들으신 걸로 반영해 주십시오."

"그건 못 들었으면, 이잖아. 넌 들으셨으면, 이라고 했고."

"둘 다 반영하시면 됩니다. 보고서는 사실을 적는 문서입니다."

이 대화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서울역 갈림길에서, 2호선과 4호선 사이에서, 저 애와 이 앞뒤 안 맞는 문답을 하고 있는 게 어제의 침묵보다 백 배는 나았다.

"내일 아침까지 쓸게. 특이사항 란."

"네."

"…네가 먼저 물어봤잖아. 들었냐고."

"네."

"그러면 대답을 듣고 싶었던 거 아니야?"

한여름은 3초 침묵했다. 그리고 정확한 한 마디로 받아쳤다.

"대답은 보고서로 받겠습니다."

우리는 같이 개찰구를 통과했다. 저 애는 2호선, 나는 4호선. 갈림길 표지판 아래에서 나는 오른쪽으로 꺾었고, 캐리어 바퀴 소리가 하나만 따라와야 했는데 —

두 개였다.

돌아보니 한여름이 세 걸음 뒤에서 4호선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반듯하게. 무표정하게. 2호선은 반대쪽이다. 저 애도 그걸 안다. 3초 늦게 대답하는 애지만 길을 잘못 드는 애는 아니다.

"너 2호선이잖아."

"…환승하겠습니다."

"4호선에서 2호선으로? 어디서?"

"사당에서요."

사당은 4호선을 여덟 정거장 타야 나온다. 저 애 집에서는 정반대다. 나는 그 계산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대신 걸음을 늦춰서 세 걸음이 두 걸음이 되게 뒀다. 한여름은 두 걸음을 유지했다. 더 좁히지도, 벌리지도 않고.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저 애는 노선도를 봤다. 아주 열심히. 사당까지 여덟 정거장이라는 걸 확인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릴 리 없는데, 노선도를 계속 봤다.

"한여름."

"네."

"환승 안 해도 돼."

"네. 그래도 합니다."

열차가 들어왔다. 우리는 같은 칸에 탔고, 나란히 서서 손잡이를 잡았고, 여덟 정거장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제의 기차 침묵과는 달랐다. 그건 벽이었고, 이건 — 뭐라고 해야 하나. 이불 두 채 사이의 거리 같은 것이었다.

사당에서 한여름은 내렸다. 문이 닫히기 직전에 돌아서서, 꾸벅.

"내일 뵙겠습니다. 보고서, 부탁드립니다."

문이 닫혔다. 유리 너머로 저 애가 2호선 표지판을 향해 반듯하게 걸어가는 게 보였다. 진짜로 환승하러 가는 걸음이었다. 나는 그 등을 보다가, 처음으로 소리 내서 웃었다. 열차 안 사람들이 쳐다봤다.

저 애는 여덟 정거장을 돌아간다. 나한테 대답을 들으려고가 아니라, 대답을 보고서로 받겠다고 해놓고, 그 보고서를 쓸 사람 옆에 여덟 정거장 더 서 있으려고.

다음 날 아침 8시 50분, 내 책상 위에 서류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출장 보고서 초안. 작성자 한여름. 어제 밤 — 아니 새벽에 — 저 애가 썼을 것이다. 지금 적어야 내일 안 적는 애니까. 실사 결과, 재고 오차 원인, 동선 개선 제안. 전부 정확했다. 어제의 우리가 창고에서 부딪히면서도 정확하게 처리한 그 숫자들.

맨 아래, 특이사항 란.

원래는 '없음'이라고 쓰는 칸이다. 3년 동안 나는 그 칸에 없음 말고 다른 걸 써 본 적이 없다.

거기에 한 줄이 있었다.

「704호. 이불 여분 2. 계산 미완.」

나는 그 열한 글자를 오래 봤다. 계산 미완. 어둠 속에서 저 애가 말했던 나머지 10퍼센트. 그건 아직 계산 중입니다. 그 계산이 아직 안 끝났다는 걸, 회사 공식 서류의 특이사항 란에, 결재 문법으로 적어 놓은 것이다.

내 몫의 대답을 쓸 칸이 그 아래 비어 있었다. 검토자 의견.

고개를 들었다. 세 자리 건너 한여름의 책상. 저 애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반듯한 등. 나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키보드 소리가, 평소보다 반 박자 느렸다.

팀장님이 9시 정각에 들어오면서 말했다.

"서준 씨, 출장 보고서 오늘 중으로. 특이사항 없지?"

특이사항 란의 열한 글자와 빈 검토자 의견 칸이 내 책상 위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있습니다."

— 5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