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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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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29화. 경계선 폐지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마케팅 쪽 TF 담당은 팀 막내였다.

"누나 따라가는 거예요? 저 진짜 3번 폴더 못 하는데." 막내가 말했고, 저 애는 "3번 폴더는 서준 선배님이 하십니다. 근거 폴더를 결론 아래 두시는 법을 배우셨습니다"라고 했고, 팀 사람들이 웃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배우긴 배웠다. 열두 장짜리 문서로.

6개월. 나는 그 숫자를 매일 세 번 읽었다. 저 애가 열두 번 읽었다는 공문을. 계산 밖에서 온 것 중에 나쁜 건 없었다고 저 애는 말했는데, 이번 건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멀었다. 기차로 2시간. 논 수백 칸.

클라이언트 쪽 TF 파트너는 윤 팀장이었다.

당연했다. 리뉴얼 전국 확장 건의 지방 거점이니까. 킥오프 미팅에서 윤 팀장은 우리 둘을 보고, 반 박자 웃고, 정중하게 말했다.

"한여름 님. 6개월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 나를 봤다. "— 변수 분도요."

"…어떻게."

"협업 요청서 특이사항 란이요. 저희 쪽에도 사본이 옵니다. 검토자 참석 요망. 그거 읽고 알았습니다." 윤 팀장이 명함을 정리하며 덧붙였다. "가중치가 부럽다고 전해 달라고 했는데, 전달됐나 보네요."

저 애가 3초 침묵했다. 그리고.

"전달됐습니다. 가중치는 100이 됐습니다. 참고하시라고요."

윤 팀장이 웃었다. 좋은 분이었다. 저 애가 분류한 대로. 나는 그 사람이 6개월 동안 저 애와 같은 도시에 있다는 것과, 그 사람이 좋은 분이라는 것 사이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했고, 실패했고, 그 실패를 저 애한테 말하지 않았다. 저 애가 데이터로 이미 거절한 사람을 내 감정으로 다시 변수에 넣는 건, 저 애의 계산을 모욕하는 일이라서.

파견 전 마지막 금요일, 회사 밖 10미터.

저 애가 경계선 위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발밑을 가리켰다. 보도블록 경계선. 두 달 반 전 저 애가 정문 기준 10미터라고 선언했던 그 선.

"개정합니다."

"…또?"

"폐지합니다. 경계선이요. 오늘부로요."

"이유는."

"회사 안 문법이 폐지됐는데 경계선만 남아 있으면 그건 오류입니다. 정리했으니까요. 팀장님께도 보고했고요. 숨길 게 없는데 선이 있으면 선이 거짓말이 됩니다."

저 애는 그 말을 하고 경계선을 밟았다. 넘는 게 아니라 밟았다. 그리고 그 위에 서서 나를 봤다.

"단, 6층 사무실 안에서는 '선배님'입니다. 그건 예의라서요. 문법이 아니라요."

"8층은?"

"8층은 제가 없습니다. 6개월간요."

우리는 지하철역 쪽으로 걸었다. 우산 반 폭 — 아니, 그 폭도 폐지됐는지 저 애가 조금 더 왔다. 재킷 소매가 내 소매에 닿은 채로 걸었다. 신호등이 아닌데. 사람이 밀지 않는데. 저 애가 그 거리를 알고 걷는 얼굴이었다.

"6개월이요."

"응."

"제가 계산해 봤습니다. 주말이 26번 있습니다. 토요일 8시 40분 서울역 출발, 일요일 저녁 6시 20분 도착. 왕복입니다. 26번이면 52장입니다. 기차표요."

"…벌써 샀어?"

"아니요. 표는 2주 전부터만 팝니다. 계산만요."

지하철역 입구. 저 애가 멈췄다. 돌아섰다.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다섯 권째. 그리고 내밀었다.

"마지막 장이요. 이번엔 제가 썼습니다. 파견 가서는 못 드리니까요. 읽지는 마십시오. 아직. 파견 당일 아침에요. 3번 승강장에서요."

"…또 통보야?"

"네. 물음표 아니고 마침표입니다."

나는 수첩을 받았다. 재킷 안주머니. 기차표가 들어 있던 자리. 그 전엔 네 권째 수첩이 들어 있던 자리.

"한여름."

"네."

"6개월 뒤에 8층으로 돌아오는 거지?"

저 애가 3초 침묵했다. 그리고 반 박자 늦게, 아주 작게, 입꼬리도 눈도 아닌 — 목소리가 웃는 채로.

"…그건 계산 밖입니다. 아직."

— 3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