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28화. 6개월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TF 공문을 세 번 읽었다. 세 번 다 같은 지명이었다.
지방 거점 신설. 6개월 파견. 전략기획실 데이터 담당 1명. 담당자 한여름. 8층 발령 첫 주에 저 애한테 떨어진 첫 프로젝트가, 하필 첫 출장의 그 도시였다. 계산 밖이다. 저 애가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리고 계산 밖에서 온 것 중에 나쁜 건 없었다고도.
퇴근길, 회사 밖 10미터. 저 애가 경계선 위에 있었다. 8층은 30분 늦으니까 나는 30분을 기다렸고, 저 애는 6시 40분에 나왔고, 경계선을 넘어왔다.
"공문 보셨습니까."
"응. 세 번."
"저는 열두 번이요. 8층 자리에서요."
"…조건표 그렸어?"
한여름이 3초 침묵했다. 그리고 앞을 본 채로.
"안 그렸습니다. 이번엔."
"왜."
"변수 열의 값이 정해져서요. 어디 있든 100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다섯 열만 남는데, 다섯 열은 전부 가라고 합니다. 전략기획실 첫 프로젝트고, 데이터 담당이 저 하나고, 6개월이면 정규 트랙입니다. 조건표를 그리면 결론이 뻔해서 안 그렸습니다."
"…근데?"
"근데, 가 없습니다. 갑니다."
저 애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봤다. 반 박자. 그리고 저 애답지 않게, 한 문장을 덧붙였다. 근거 없이.
"…그런데 선배님이 가라고 하시면 좀 서운할 것 같습니다."
나는 웃었다. 저 애는 웃지 않았다. 그런데 귀 끝이 붉었다. 승강장에서 본 그 붉음.
"가라고 안 할게. 근데 가."
"…앞뒤가 안 맞습니다."
"너 문법이야. 안 마십니다, 그래도 안 마십니다."
파견은 2주 뒤였다. 저 애는 그 2주 동안 8층에서 TF 준비를 했고, 6층에서 나는 리뉴얼 후속을 했고, 협업 요청서 덕분에 우리는 회사 안에서 공식적으로 만날 이유가 있었다. 8층 회의실. 6층 회의실 B. 저 애는 어디서든 문장이 길었다. 회사 안 문법은 개정됐다. 6층 사무실 안에서만 '선배님'이 남았다.
목요일, 저 애가 협업 회의 끝에 말했다. 8층 회의실에서. 문 열린 채로.
"팀장님께 보고드릴 때가 됐습니다."
"…뭘."
"정리요. 정리되면 제일 먼저 보고드린다고 했습니다. 팀장님이 소문 말고 나한테 먼저, 라고 하셨고요. 저는 100이 됐고, 선배님은 검토자 의견을 쓰셨고, 그러면 정리된 겁니다. 보고 안 하면 그건 오류가 아니라 은폐입니다."
은폐. 저 애 사전에 그 단어가 있다는 게 놀랍지 않았다. 거짓말한 사람 옆에 못 선다는 애다. 보고 안 하는 것도 저 애한테는 거짓말의 한 종류였다.
"같이 가?"
"네. 순서는 제가 먼저요. 제가 시작했으니까요. 2년 전 10월에."
금요일 오후 4시, 회의실 B.
팀장님이 커피를 세 잔 가져왔다. 우리가 둘이 온 걸 보고 한 잔 더. 그게 이 면담의 온도였다.
"둘이 같이 왔네."
"보고드리겠습니다." 한여름이 말했다. 결재 서류를 읽는 얼굴로. 긴장이 최대일 때의 그 얼굴로. "정리됐습니다. 특이사항 란에 적었던 계산 미완이, 완료됐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8시 40분, 지방역 3번 승강장에서요. 최종 수치 100입니다. 검토자 의견은 서준 선배님이 채우셨습니다. 이상입니다."
팀장님이 커피 잔을 든 채로 3초 멈췄다. 그리고 나를 봤다.
"…서준 씨, 통역."
"사귑니다."
네 글자. 저 애 문법이 아니라 내 문법으로. 팀장님이 웃었다. 길게.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봤다가, 우리를 봤다.
"고과 애매해질 일 없네. 이제 다른 팀이니까." 팀장님이 말했다. "잘됐다. 근데 한여름 씨 TF 가면 6개월인데, 그건 괜찮아?"
"…괜찮습니다." 저 애가 말했다. "계산 밖인데, 계산 밖에서 온 것 중에 나쁜 건 없었습니다."
"그건 무슨 통계야."
"마음속 통계요."
팀장님이 다시 웃었다. 그리고 웃음을 거두고 서류 하나를 꺼냈다. TF 공문. 마케팅팀 사본.
"그 TF 말이야. 마케팅 쪽에서도 인원 하나 붙어. 현장 리뉴얼 실행 담당. 누구 보낼지 고민 중이었는데 —"
팀장님이 나를 봤다.
"— 서준 씨, 6층 기획 책임이라 못 보내. 다른 사람 보낼 거야. 미안."
— 2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