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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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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27화. 100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알람은 7시에 울렸다.

한여름은 이미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씻은 머리, 반듯한 등. 두 달 반 전 아침과 같은 자세. 그런데 저 애가 나를 보고 먼저 말했다. 기상 시각이 아니라.

"잘 주무셨습니까."

"…3시간쯤."

"저는 2시간이요. 수첩을 썼습니다. 오늘 치를 미리요. 오늘 적어야 오늘 안 적습니다."

"그건 문법이 이상한데."

"압니다. 오늘은 예외입니다."

조식. 계란 하나, 토스트 한 장, 우유. 저 애는 정확히 담아 와서 정확히 다 먹고, 나를 보며 말했다.

"…점수 안 매기겠습니다. 오늘은."

체크아웃은 저 애가 했다. 카드키를 반납하며 "이불 여분, 잘 썼습니다"라고 꾸벅. 직원이 "두 분, 이번엔 축제도 아닌데 고생하셨어요"라며 웃었고, 저 애는 3초 침묵 후 —

"고생 아니었습니다. 계산 밖이었지만요."

역. 3번 승강장. 8시 32분.

지방역의 승강장은 서울역보다 짧았다. 사람이 적었다. 서울행 첫 열차가 8시 40분이었고, 선로 복구는 새벽에 끝났다고 했다. 저 애가 표지판 아래 섰다. 캐리어는 없었다. 커피도 없었다. 손에 아무것도 없이, 두 손을 가지런히 앞에 모은 채로. 나는 그 앞에 섰다. 우산 반 폭. 아니 — 그보다 조금 안쪽.

"보고드리겠습니다."

저 애가 말했다. 결재 서류를 읽는 얼굴로. 결재 서류를 읽는 목소리로. 긴장이 최대일 때 가장 건조해지는 애의, 가장 건조한 목소리로.

"계산 결과입니다. 시작은 2년 전 10월, 회사 자료실. 경과는 어제 로비에서 보고드렸습니다. 완료는 오늘 아침 7시, 705호 책상입니다. 최종 수치 —"

한 박자.

"— 100입니다."

승강장에 바람이 지나갔다. 저 애의 앞머리가 흔들렸다. 저 애는 그걸 넘기지 않았다.

"90에서 100까지의 10은 제가 계산한 게 아닙니다. 선배님이 수첩 마지막 장에 쓰신 겁니다. 그걸 어제 705호에서 수리했습니다. 수리했으니 제 계산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100입니다. 이상, 재보고 끝입니다."

"…끝이야?"

"아니요. 보고서에는 검토자 의견 란이 있습니다. 그건 제가 못 씁니다."

저 애가 나를 봤다. 반듯하게. 서울역에서 들으셨습니까, 라고 물을 때처럼. 그런데 그때와 다른 게 있었다. 그때는 반 박자 빠르게 물었고, 지금은 —

기다렸다. 제 박자로. 반 박자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검토자 의견 란은 선배님이 채우십시오. 물음표 아니고 마침표입니다."

1800개였다.

두 달 반 동안 매일 서른 개씩. 새벽에 그 말을 듣고 서른 개, 서울역에서 서른 개, 특이사항 란에 서른 개, 가로등 밑에서, 옥상에서, 복도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적지 않았는데 외워졌고, 외워진 것들이 전부 하나로 접혔다고 나는 저 애한테 말했었다. 그 하나가 뭔지는 안 말했다. 결론부터 쓰는 사람이 결론을 안 썼다. 저 애가 100이 아니어서.

지금은 100이다.

"한여름."

"네."

"검토자 의견."

나는 저 애 문법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저 애 문법을 버렸다. 이건 결재 서류가 아니니까.

"네가 2년 전 10월에 시작했으면, 나는 두 달 반 전에 시작했어. 늦었지. 근데 나는 하루에 서른 개씩 했어. 너는 한 줄씩 했고. 그러니까 양으로는 비슷해. 1800개 대 700줄. 그중에 남은 게 하나라고 했잖아. 그거 지금 말할게."

저 애가 숨을 멈춘 게 보였다. 반듯한 어깨가 아주 조금 올라간 채로.

"좋아해. 결론부터."

두 달 반 동안 서른 개씩 만든 문장이 결국 네 글자와 네 글자였다. 결론부터 쓰는 사람이 쓴, 시즌에서 가장 짧은 결론.

승강장이 조용했다. 바람도 멈춘 것 같았다. 저 애는 3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3초. 침묵. 그리고 정확한 한 마디가 나올 차례였다. 나는 그걸 기다렸다. 저 애가 뭐라고 받아칠지. 수리합니다, 인지. 검토하겠습니다, 인지.

저 애의 손이 움직였다.

가지런히 모으고 있던 두 손 중 오른손이, 내 재킷 소매를 잡았다. 소매 끝을. 손가락 세 개로. 두 달 반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우산 두 개의 폭, 하나의 폭, 반 폭, 신호등 앞의 밀린 반 걸음, 복도의 20센티 — 그 전부를 건너서 손가락 세 개가 소매 끝에 왔다.

"…수리합니다."

저 애가 말했다. 소매를 잡은 채로. 얼굴은 반듯한데 귀 끝이 붉었다. 계산이 안 된다던 그 얼굴이, 계산이 안 되는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검토자 의견, 수리합니다. 그리고 —"

한 박자. 반 박자 빠르게.

"— 저도요. 결론부터요. 2년 전 10월부터요."

열차가 들어왔다. 8시 40분 정각. 저 애는 소매를 놓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우리는 같은 칸에 탔고, 창측이 한여름, 통로측이 나. 저 애의 손은 소매에서 떨어졌다가, 팔걸이 위에서, 내 손 옆 5센티에 놓였다. 5센티. 저 애가 그 숫자를 알고 놓은 거라는 걸 나는 안다.

논이 지나갔다.

"논이 규칙적입니다."

"…통계적으로?"

"아니요. 이번엔 —"

저 애가 창밖을 보며, 입꼬리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

"— 선배님이 옆에 계셔서요."

월요일 아침, 8층에서 사내 메신저가 왔다. 열네 글자가 아니었다. 딱 한 문장이었다. 회사 안이니까 — 아니, 회사 안 문법은 개정됐다. 그러면 이건 뭔가.

「선배님. 전략기획실 첫 프로젝트 공문이 나왔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첨부 파일을 열었다. 「지방 거점 신설 TF 구성 안」. TF 근무지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지명을 읽었다.

첫 출장의 그 도시였다. 704호가 있는.

TF 기간: 6개월. 파견 근무. 인원: 전략기획실 데이터 담당 1명.

담당자 란에 저 애 이름이 있었다.

— 2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