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26화. 705호, 하나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이불 여분 있습니까."
저 애가 프런트 직원에게 물었다. 두 달 반 전과 같은 문장. 그런데 이번엔 내가 관자놀이를 짚지 않았다. 나는 옆에 서서 저 애를 봤고, 저 애는 내가 보는 걸 알면서 물었다.
"네, 있어요. 두 장 드릴까요?"
"두 장이요."
"…또 드리네요, 두 분한테." 직원이 웃었다.
카드키가 한 장 나왔다. 저 애가 받았다.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등. 7. 이번엔 저 애가 표시등을 보지 않았다. 나를 봤다. 반 박자, 한 박자, 그리고 문이 열릴 때까지.
705호. 두 번째 출장 때 저 애 방이었던 곳.
문이 열렸다. 침대 하나. 창가. 붙박이 옷장. 704호와 좌우가 바뀐 구조. 저 애가 먼저 들어갔다. 방 한가운데 서서 천천히 한 바퀴, 시선으로 방을 훑었다. 그리고 결재 서류를 읽는 얼굴로 —
"구역 나누시죠."
"…왼쪽?"
"아니요. 이번엔 오른쪽 씁니다. 704호랑 반대라서요."
저 애가 호텔 메모지에 배치도를 그렸다. 침대, 창문, 옷장, 그리고 점선. 두 달 반 전과 같은 점선이었는데, 위치가 달랐다. 방 한가운데가 아니었다. 침대 쪽으로 20센티 치우쳐 있었다.
"…점선이 안 가운데인데."
"1미터 20입니다. 복도에서 개정한 수치요. 그대로 적용합니다."
가위바위보는 안 했다. "규칙이 이미 있습니다. 이긴 사람이 침대인데, 두 달 반 전에 개정해서 제가 침대입니다. 재개정 사유 없습니다." 이불 두 채가 바닥에 깔렸다. 저 애가 깔았다. 반듯하게. 점선에서 정확히 1미터 20 떨어진 자리에.
23시 소등. 저 애가 형광등을 껐다.
어둠. 에어컨 소리. 창밖 차 소리 가끔. 나는 이불 두 채 위에 누워서 천장을 봤다. 두 달 반 전에 복기하던 그 천장이었다. 그때는 오늘 하루가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건지를 복기했고, 지금은 —
"주무십니까."
"안 자."
"저도요."
어둠 속에서 저 애의 목소리가 내려왔다. 낮고, 제 박자로. 그런데 두 달 반 전과 다른 게 있었다. 그때는 어둠이 조건이었다. 얼굴이 안 보여서 길어지는 문장. 지금 저 애는 어둠이 없어도 길다. 그러니까 이 어둠은 조건이 아니라 —
"어둠이 필요해서 끈 게 아닙니다. 23시라서 끈 겁니다. 규칙이라서요."
저 애가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관찰자.
"어둠 없이도 이제 길잖아, 너."
"네. 그래서 오늘 어둠은 다른 용도입니다."
"…무슨 용도."
"수첩 읽는 용도요. 오늘 치요."
저 애는 오늘 한 줄을 읽은 적이 없었다. 늘 지나간 날짜였다. 어제, 두 달 전, 2년 전. 오늘 치를 오늘 읽는 건 처음이었다. 어둠 속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다섯 권째.
「705호. 이불 여분 2. 점선 1미터 20. 선배님 안 주무심. 나도. — 열차 운행 중단은 계산 밖. 그런데 계산 밖에서 온 것 중에 나쁜 건 없었음. 첫 출장도 계산 밖이었음.」
저 애가 수첩을 덮는 소리. 그리고 이불 스치는 소리.
"…나쁜 건 없었다고?"
"네. 총무팀 예약 사고, 소문, 발령, 열차 중단. 전부 계산 밖이었습니다. 전부 선배님 쪽으로 왔습니다. 통계적으로 이상합니다. 그래서 오늘 결론을 하나 냈습니다."
"뭔데."
"계산 밖을 계산에 넣지 않기로요. 넣으려고 하면 자꾸 늦어져서요. 두 달 반 걸렸습니다. 선배님이 느린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느렸습니다. 정정합니다."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깜빡였다. 회의실 B에서 저 애가 나한테 느리다고 한 말을, 저 애가 스스로 정정하고 있었다. 저 애 문법으로 그건 —
"그거 지금 사과야?"
"보고입니다."
회의실 B의 어둠에서 고백이냐고 물었을 때와 같은 대답이었다. 저 애한테 보고는 사과도 고백도 담는 그릇이었다.
대화가 언제 끝났는지는 모르겠다. 에어컨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했고, 저 애의 문장이 짧아졌다 길어졌다 했고, 나는 어느 순간 의식의 경계에 있었다. 잠과 생시 사이. 두 달 반 전의 그 얇은 틈.
"…선배님은, 진짜."
낮은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그때는 뒷말이 이불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은 —
"진짜, 이제 안 느리십니다."
이불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끝까지 왔다. 나는 그게 잠꼬대인지 들으라고 한 말인지 판별할 필요가 없었다. 저 애는 안 잔다고 했으니까. 두 달 반 전에도 안 잤다고 했으니까.
"…들었어."
어둠 속에서 반 박자. 한 박자.
"압니다. 들으시라고 한 겁니다. 이번엔 둘 다 준비 안 했습니다. 하나만요."
에어컨 소리. 그리고 저 애답게, 정확한 한 마디.
"내일 아침 8시 40분, 이 역 3번 승강장에서 100 받겠습니다. 물음표 아니고 마침표입니다."
— 27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