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25화. 4천 200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8시 38분, 3번 승강장.
한여름은 표지판 아래에 서 있었다. 캐리어 없이. 가방 하나. 그리고 커피 두 잔. 두 달 반 전 이 자리에서 시작된 것이 커피 두 잔이었다는 걸, 저 애는 정확히 재현하고 있었다. 순서만 바꿔서.
"안 늦으셨습니다."
"2분 남았잖아."
"2분 남으신 겁니다."
같은 문장. 다른 온도. 나는 커피를 받으며 그 온도차를 느꼈다. 저 애도 느끼는 얼굴이었다. 오늘부터요, 이후의 저 애는 자기 문장을 알고 하니까.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창측이 한여름, 통로측이 나. 출장이 아니었다. 사원증도 예약 문자도 없었다. 저 애가 산 표 두 장, 그게 다였다.
논이 지나갔다.
"논이 규칙적입니다." 저 애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통계적으로요."
"…마음속 통계?"
"네. 이번엔 마음속 통계 맞습니다. 두 달 반 전 그 문장 그대로요. 그때는 농담인 줄 몰랐고 지금은 압니다. 알고 하는 겁니다."
알고 하는 농담. 저 애의 첫 번째였다. 농담인 줄 모르고 하던 애가 알고 하게 되기까지, 논 수백 칸이 걸렸다. 나는 웃었고, 저 애는 웃지 않았고, 그런데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고, 그걸 안 숨겼다.
역 앞 국밥집. 리뷰 4천 200개.
"200 늘었습니다." 저 애가 간판을 보며 말했다. "두 달 반 동안요. 그 안에 제 것도 하나 있습니다."
"…리뷰 썼어?"
"네. 두 번째 출장 다음 날요. '4천 명이 옳았습니다'라고요. 별 5개."
저 애는 국밥을 한 술 뜨고, 잠깐 멈추고, 이번엔 그릇이 아니라 나를 보며 말했다.
"4천 200명이 옳습니다."
호텔은 역에서 200미터였다.
저 애가 그쪽으로 걸었다. 나는 따라갔다. 로비. 프런트. 두 달 반 전 내가 관자놀이를 짚고 팀장님 번호를 누르던 자리. 저 애가 프런트 옆 소파에 앉았다. 방을 잡는 게 아니었다. 로비 소파.
"여기가 계산이 바뀐 자리입니다."
"…704호가 아니라?"
"704호는 계산이 확인된 자리고, 바뀐 건 여기입니다. 프런트 직원한테 이불 여분 있습니까,라고 물은 자리요. 그때 선배님이 저를 보셨습니다. 당황한 얼굴로요. 그 얼굴을 보고 계산이 40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 애가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세 권째. 그리고 네 권째. 로비 소파에 두 권을 올려놓고, 결재 서류를 읽는 얼굴로 말했다.
"계산 경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순서대로요. 다섯 줄입니다."
"…읽어."
저 애가 읽었다. 결재 목소리로. 로비의 소음 속에서.
「2년 전 10월. 서준. 결론부터 쓰는 사람. — 계산 시작.」 「입사 첫날. 세 자리 건너. 커피 두 잔 사 옴. 한 잔은 누구 건지 안 물어봄. — 40.」 「704호. 이불 여분 2. 선배님 숨소리 규칙적. 논 같음. 나는 안 잠. — 40에서 움직임.」 「회의실 B. 야근 수당 신청서로 도망침. 선배님이 도망갔다고 하심. 맞음. — 60.」 「705호 복도. 20센티 당기심. 문턱은 안 넘으심. — 90.」
저 애가 수첩을 덮었다.
"경과 보고 끝입니다. 나머지 10은 오늘 받습니다. 받는 시각은 —"
"시각까지 정했어?"
"네. 서울행 기차 안에서요. 논 지나갈 때요. 논 한 칸에 하나씩 세다가 마지막 칸에서요."
정확했다. 저 애다웠다. 나는 그 계획을 받아들였다. 로비 소파에서 일어났다. 저녁 기차는 6시 20분이었고, 그때까지 세 시간이 남았고, 저 애는 그 세 시간에 뭘 할지도 정해 놨을 것이다.
"선배님."
프런트 직원이었다. 아니 — 저 애가 아니라, 프런트 직원이 우리를 부른 거였다. "두 분, 축제 때 오셨던 분들 맞으시죠? 청우… 뭐였더라." 직원이 웃으며 모니터를 봤다. "오늘은 예약 없으시고요?"
"없습니다." 저 애가 말했다. "왕복입니다."
"아, 그러면 — 저기, 알고 계세요? 오늘 오후에 서울행 열차가 전부 서요. 선로 쪽에 문제 있어서. 아침에 공지 떴는데."
저 애의 얼굴이 멈췄다.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코레일 앱. 공지. 「선로 장애로 인한 상행 열차 운행 중단. 복구 예정 내일 오전.」
"…계산 밖입니다."
저 애가 말했다. 두 달 반 만에 두 번째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앞에서.
직원이 모니터를 보며 덧붙였다. 두 달 반 전과 같은 톤으로.
"마침 방은 하나 남았는데요. 705호."
— 2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