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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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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23화. 인수인계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인수인계 문서는 열두 장이었다.

「3번 폴더 정리 방식 — 서준 선배님용」. 제목부터 그랬다. 저 애는 그 문서를 이틀 만에 썼고, 첫 장에 이렇게 적었다. 「결론: 근거 폴더는 결론 폴더 바로 아래에 둡니다. 이유는 2장부터.」 내 문법으로 쓴 저 애의 문서였다. 결론부터. 나는 그걸 읽다가 두 번 웃었고, 세 번째에는 웃지 않았다. 이틀 뒤면 이 문서를 쓴 사람이 6층에 없다는 걸 3장쯤에서 알아서.

인수인계 2주는 저 애가 회사 안에서 가장 길게 말한 2주였다.

"이 도표는 근거 폴더 B의 3번 파일에서 나왔습니다. 갱신 주기는 격주고, 갱신 담당은 총무팀 김 대리님인데 그분이 자주 늦으셔서 하루 전에 메신저로 미리 부탁드리면 됩니다. 문구는 '안녕하세요 김 대리님, 내일 갱신 부탁드립니다'가 제일 반응이 좋았습니다. 통계적으로요."

"…마음속 통계?"

"아니요. 이번엔 진짜 통계입니다. 12번 보냈고 11번 다음 날 왔습니다."

팀 사람들이 그걸 들었다. 저 애가 회사 안에서 다섯 문장을 잇는 걸. 막내가 "누나 원래 이렇게 말 많았어요?"라고 물었고, 저 애는 3초 침묵 후 "발령 나서요"라고 했다. 그게 저 애의 공식 답변이 됐다. 발령 나서요. 회사 안 문법이 왜 무너지는지에 대한, 전부 사실이면서 전부는 아닌 답.

구내식당은 6층 사람들이 다 가는 곳이다. 회사 안이다. 저 애는 두 달 동안 거기서 나와 나란히 앉은 적이 없었다. 팀 테이블에 섞여 앉거나, 아니면 편의점.

인수인계 둘째 주 화요일, 저 애가 식판을 들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팀 테이블이 아니었다. 창가 2인석. 6층 사람들이 다 보는 자리. 나는 젓가락을 든 채로 저 애를 봤다.

"…여기 회사 안이야."

"압니다. 개정했습니다."

"뭘."

"회사 안 문법이요. 발령 나서요."

저 애는 국을 한 술 뜨고, 잠깐 멈추고, 그릇을 내려다봤다.

"…61점입니다. 국이 짭니다."

63, 68, 61. 저 애의 점수는 늘 근거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오늘은 근거가 있으면서도 어딘가 다른 종류였다. 국이 짜다는 건 사실이고, 그 사실을 회사 안 2인석에서 나한테 말한다는 건 사실 이상이었다.

식당을 나오면서 팀장님과 마주쳤다. 팀장님이 우리를 봤다. 2인석을 봤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안 했다. 대신 지나가면서 딱 한 마디.

"인수인계 잘 되나 보네."

"네." 저 애가 말했다. "결론부터 넘기고 있습니다."

수첩은 다섯 권째가 생겼다. 새것. 책상 왼쪽 모서리. 저 애는 인수인계 중에도 매일 한 줄을 적었다. 이번엔 안 숨겼다. 내가 보든 말든. 등 너머가 아니라 정면에서. 나는 안 읽었다. 아직이니까. 그런데 저 애가 적는 얼굴은 봤다. 매일. 입술이 아주 조금 움직이는 그 얼굴.

인수인계 마지막 날, 목요일 저녁. 회사 밖 10미터.

저 애가 경계선 위에 서 있었다. 손에 뭔가를 들고. 수첩이 아니었다. 봉투. 얇은.

"드리겠습니다."

"…또 통보야?"

"네. 물음표 아니고 마침표입니다."

봉투 안에는 기차표가 두 장 있었다. 토요일 오전 8시 40분. 서울역 출발. 도착지는 —

첫 출장의 그 역이었다.

"…이거."

"계산이 바뀐 곳입니다. 시작한 곳은 회사 자료실인데 거기는 주말에 문을 안 엽니다. 바뀐 곳은 704호인데 방을 잡으면 그건 출장이 아니라 다른 겁니다. 그래서 역까지만요. 역 앞 국밥집이 4천 명 리뷰이고, 왕복이면 저녁에 돌아옵니다."

"…국밥 먹으러 가자고?"

"아니요. 재보고요. 나머지 10을 받으러요. 국밥은 겸사겸사입니다."

저 애는 그 말을 하고 지하철역 쪽으로 걸었다. 우산 반 폭. 나는 봉투를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수첩이 들어 있던 자리. 지하철역 입구에서 저 애가 돌아섰다.

"토요일 8시 40분. 3번 승강장. 커피는 제가 삽니다."

"…내가 살게."

"아니요. 순서가 바뀌었으니까요. 두 달 전에 선배님이 사셨고, 두 번째 출장 때 제가 샀고, 이번엔 —"

저 애가 3초 침묵했다. 그리고 반 박자 늦게, 아주 작게 입꼬리를 움직이면서.

"— 이번엔 제 계산입니다. 100까지 제가 삽니다."

커피를 산다는 말이 두 달 만에 그런 뜻이 됐다.

— 2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