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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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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9화. 첫 장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수첩을 주운 건 나였다.

플랫폼 바닥에서. 펼쳐진 채로. 나는 첫 장을 봤고 — 보려고 본 게 아니라 펼쳐져 있어서 봤고 — 그리고 덮었다. 덮는 데 1초가 걸렸다. 그 1초 동안 읽은 건 한 줄이었다. 「서준. 결론부터 쓰는 사람. — 계산 시작.」 그 아래로 글씨가 더 있었다. 읽지 않았다. 덮었다.

한여름은 열차 문 앞에 서 있었다. 캐리어 손잡이를 잡은 채로. 저 애는 관찰자다. 내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1초 동안 눈이 몇 줄을 갔는지, 저 애는 알았을 것이다.

나는 수첩을 내밀었다. 덮은 채로.

"…첫 줄만."

"압니다."

저 애가 수첩을 받았다. 가방에 넣었다. 서랍이 아니라 가방. 그리고 열차 문이 닫히기 전에, 반 박자 늦게, 딱 한 마디.

"…환승 하십시오."

문이 닫혔다. 저 애는 4호선 표지판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열차 안에 남았다. 나머지 10을 대답하려던 입은 닫혀 있었고, 대답 대신 한 줄이 남았다. 2년 전 10월. 계산 시작.

집에 와서 나는 그 한 줄을 서른 번쯤 다시 읽었다. 머릿속에서.

2년 전 10월이면 저 애가 입사 지원하기 두 달 전이다. 제안서 여백에 「이 사람은 결론부터 쓴다. 좋다」라고 적던 그때. 그러니까 수첩은 제안서와 같은 날 시작된 거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첫 장에 쓰고, 계산 시작이라고 적고, 2년을 매일 —

매일? 나는 그 가정을 검증할 수 없었다. 첫 장만 봤으니까. 그런데 저 애는 지금 적어야 내일 안 적는 애다. 매일 적는 애다. 출장 호텔 책상에서도, 복도 카펫 위에서도. 그 수첩이 2년 치라면, 첫 출장 이전의 수첩은 나를 모르는 채로 쓴 나에 관한 기록이다.

읽고 싶었다. 그리고 읽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저 애가 등을 계산해서 보여 준 것처럼, 수첩도 보여 줄 때 보여 줄 것이다. 첫 줄은 사고였다. 사고는 계산 밖이다.

다음 날, 회사.

한여름은 8시 50분에 자리에 있었다. 반듯한 등. "안녕하십니까." "응." 회사 안 문법. 키보드 소리는 제 박자였다.

그런데 하나가 없었다.

수첩. 저 애 책상 왼쪽 모서리에는 항상 그 손바닥만 한 수첩이 있었다. 3년 — 아니 두 달 — 동안 나는 그걸 의식한 적이 없었는데, 없어지고 나서야 있었다는 걸 알았다. 저 애는 회사에서 수첩을 안 꺼냈다. 하루 종일. 점심에도, 3번 폴더를 정리할 때도.

지금 적어야 내일 안 적는 애가 오늘 안 적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나는 저녁까지 생각했다. 내가 봤으니까 못 꺼내는 건지, 아니면 오늘은 적을 게 없는 건지. 후자는 아닐 것이다. 사당역 플랫폼에서 수첩이 떨어진 날에 적을 게 없을 리가 없다.

회사 밖 10미터. 보도블록 경계선.

저 애가 거기 서 있었다. 나는 경계선을 넘었다. 저 애가 먼저 말했다. 서울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반 박자 빠르게.

"읽으셨습니까."

"…첫 줄만. 어제 말했잖아."

"그 아래로 눈이 갔습니다. 0.5초 정도요."

봤다. 저 애는 그것까지 봤다.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하지 마십시오. 저 애 옆에 서려면.

"갔어. 근데 안 읽었어. 글씨가 있다는 것만 알았어."

한여름은 3초 침묵했다. 가로등 아래서. 그리고 앞을 본 채로, 문장을 이어서.

"오늘 수첩을 안 꺼낸 건, 선배님 때문이 아닙니다. 제 계산 때문입니다. 첫 장을 보셨으면 나머지 장이 뭔지 추론하셨을 겁니다. 추론한 상태에서 제가 수첩을 꺼내면, 선배님은 제가 뭘 적는지 보게 됩니다. 등 너머로요. 그건 보여 드리는 게 아니라 들키는 겁니다."

"…그래서 안 꺼낸 거야?"

"네. 보여 드릴 준비가 안 돼서요."

준비. 저 애는 수첩을 나한테 보여 줄 계획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 계획이 사당역 플랫폼에서 순서가 틀어진 것이다. 사고로. 계산 밖에서.

"나머지는 읽지 마십시오. 아직."

"안 읽어."

"…아직, 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저 애의 사전에서 없다와 다른 단어. 나는 그 단어를 받았다. 지하철역까지 우산 하나 폭 — 아니, 반 폭. 신호등 앞에서 저 애가 반 걸음 내 쪽으로 왔다. 사람이 밀지 않았는데. — 그 신호등의 반 걸음은 밀린 것이었고, 오늘의 반 걸음은 온 것이었다. 같은 거리, 다른 항목.

— 2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