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8화. 나머지 10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8시 정각, 로비.
한여름은 이미 와 있었다. 씻은 머리, 반듯한 등, 캐리어. 두 달 전 아침과 같은 자세인데 다른 게 있었다. 저 애가 나를 보고, 반 박자 늦게, 딱 한 마디를 더 했다.
"…잘 주무셨습니까."
두 달 전에는 기상 시각이 돌아왔었다. 오늘은 안부가 왔다. 저 애가 아침에 문장을 붙인 건 처음이었다. 나는 "응. 너는?"이라고 했고, 저 애는 "3시간이요"라고 했다. 2시에 들어가서 5시에 깬 것이다. 수첩을 썼을 것이다. 문 아래로 메모지를 밀어 넣기 전에.
조식은 여전히 민망한 규모였다. 계란 하나, 토스트 한 장, 우유. 저 애는 정확히 담아 와서 정확히 다 먹었다. 그리고 "68점입니다"라고 했다. 두 달 전엔 63점이었다.
"5점 올랐네."
"계란이 덜 익었습니다. 그게 5점입니다."
근거가 있었다. 두 달 전 63점에는 근거가 없었다. 그날 아침의 저 애는 근거를 붙일 여유가 없었던 거다. 오늘은 있다. 그 차이가 5점.
창고 실사는 9시. 이번엔 부딪히지 않았다.
같은 선반에 손을 뻗을 때 저 애가 반 박자 먼저 뻗었고, 나는 그걸 알고 반 박자 늦게 뻗었다. 좁은 통로에서 방향이 겹칠 때 저 애가 "먼저 가시죠"를 하지 않았다. 대신 옆으로 반보 비켰고, 그 반보가 두 달 전보다 가까웠다. 맨 위 선반 차례에 저 애가 까치발을 들었고, 나는 이번엔 그냥 꺼내줬다. 저 애는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사다리는 안 끌고 왔다.
점장님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
"두 분, 저번엔 서먹하더니 오늘은 손발이 척척이네?"
한여름이 3초 침묵했다.
"…컨디션 양호입니다."
두 달 전의 난조가 양호가 됐다. 점장님은 그게 뭐가 웃긴지 모르는 얼굴로 웃었고, 나는 뭐가 웃긴지 아는 얼굴로 웃지 않으려고 애썼다.
서울행 기차. 창측이 한여름, 통로측이 나.
이번엔 침묵이 아니었다. 저 애는 두 시간 동안 꼬박꼬박 대답했다. 길게. 제 박자로. 터널을 지날 때 저 애의 문장이 반 문장쯤 더 길어지는 걸 나는 알아챘고, 저 애도 알아챈 얼굴이었다. 오늘부터요, 이후의 저 애는 자기 조건을 안다.
논이 지나갔다.
"두 달 전엔요." 저 애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여기서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규칙적이라는 말도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
"응."
"— 선배님이 못 들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들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번갈아 했습니다. 정확히 번갈아서요. 논 한 칸에 하나씩."
논 한 칸에 하나씩. 저 애는 그 새벽의 문장을 논으로 세고 있었던 거다. 들었냐고 서울역에서 물었을 때, 그 질문은 논 수백 칸을 지나온 질문이었다.
서울역. 개찰구. 갈림길.
저 애는 2호선, 나는 4호선. 두 달 전 저 애가 4호선 쪽으로 세 걸음 따라왔던 그 자리. 오늘은 —
내가 2호선 쪽으로 걸었다.
한여름이 멈췄다. 돌아봤다. 캐리어 손잡이에 두 손을 올린 채로.
"선배님은 4호선입니다."
"환승할게."
"…어디서요."
"사당에서."
저 애가 그 계산을 했다. 2호선으로 사당까지 가면 4호선으로 환승하는 건 맞다. 그런데 내 집에서는 정반대다. 두 달 전 저 애가 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돌아가기. 저 애는 그걸 3초 동안 계산하고, 말했다.
"…환승 안 하셔도 됩니다."
"응. 그래도 해."
플랫폼. 나란히. 손잡이 두 개. 정거장이 지나갔다. 저 애는 노선도를 보지 않았다. 나를 봤다가, 창을 봤다가, 나를 봤다. 여덟 정거장 동안.
사당역이 다가올 때 저 애가 말했다. 열차 소음 속에서, 반 박자 빠르게.
"90이요. 오늘 아침 메모."
"응. 봤어."
"나머지 10은 제 계산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뜻이야."
"90까지는 제가 계산했습니다. 2년 전 10월부터요. 40에서 60으로, 60에서 90으로. 변수를 추가하면서요. 그런데 마지막 10은 제 변수가 아닙니다. 선배님 변수입니다. 선배님이 정하시는 부분이라서, 제가 계산할 수 없습니다."
열차가 사당역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기 전, 저 애가 나를 똑바로 봤다.
"그래서 재보고를 못 했습니다. 90은 보고가 아니라 오류니까요. 100이 돼야 보고입니다. 나머지 10을, 선배님이 —"
문이 열렸다.
나는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 서른 개가 아니었다. 하나였다. 두 달 동안 만든 서른 개가 전부 이 하나로 접혀 있었다. — 그 하나를 여기 적지 않는 건, 저 애보다 먼저 말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저 애의 가방이 열차 문틀에 걸렸고, 가방 입구에서 수첩이 미끄러졌고, 손바닥만 한 그 수첩이 플랫폼 바닥에 떨어지면서 펼쳐졌다.
첫 장이 보였다.
날짜가 적혀 있었다. 2년 전 10월. 그 아래, 저 애의 작고 반듯한 글씨로 한 줄.
「서준. 결론부터 쓰는 사람. — 계산 시작.」
— 1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