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담
홈

출장지의 방은 하나였다

17화. 개정안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메모지에는 이번에도 배치도가 있었다.

704호, 705호, 그리고 그 사이 복도. 복도에 점선이 아니라 실선으로 사각형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글자가 있었다. 「공용 구역」.

"704호는 선배님 구역입니다. 705호는 제 구역입니다. 복도는 공용입니다. 문턱은 넘지 않습니다. 양쪽 다요."

"…복도에서 뭘 하는데."

"대화요. 23시부터요."

23시 소등이 아니라 23시 대화. 저 애는 자기 방 문 앞 복도 바닥에 앉았다. 등을 705호 문틀에 기대고. 나는 704호 문 앞에 앉았다. 등을 내 문틀에. 복도 폭 1미터 60. 그 사이 카펫. 호텔 복도 조명은 어둡지 않았다. 어둠은 아닌데, 호텔 밤이었다. 조건이 반쯤 성립하는 공간.

"두 달 전에요."

저 애가 말했다. 앞을 본 채로. 문장을 이어서.

"이불 두 채 사이 거리를 잰 적이 있습니다. 새벽에요. 선배님 주무실 때. 1미터 40이었습니다."

"…잤어?"

"기억으로요. 침대에서 바닥까지 눈으로 재면 그 정도 됩니다. 오늘 복도 폭은 1미터 60입니다. 20센티 멀어졌습니다."

20센티. 저 애는 그 숫자를 두 달 동안 가지고 있었다. 방이 두 개라서 됐지, 라고 팀장님이 말했을 때 저 애의 등이 굳은 이유가 그거였다. 20센티.

"그럼 내가 당길게. 20센티."

나는 문틀에서 등을 떼고 복도 쪽으로 20센티쯤 앉은 자리를 옮겼다. 문턱은 안 넘었다. 704호 문턱은 여전히 내 뒤에 있었다. 저 애가 그걸 봤다. 반 박자. 그리고 저 애도 20센티. 705호 문턱을 넘지 않은 채로.

1미터 20. 두 달 전보다 가까워졌다. 복도에서.

"규칙 위반 아니야?"

"아닙니다. 문턱 기준입니다. 문턱은 그대로입니다."

복도 대화는 두 시간을 갔다.

이불 여분 없는 밤에 저 애는 문장이 길었다. 실사 얘기, 17퍼센트, 점장님이 세 번 내온 음료수. 그리고 회식 얘기, 소문 얘기, 팀장님 면담. 저 애 쪽에서 본 지난 두 달을 나는 처음으로 들었다. 저 애가 무용담을 말할 때 무슨 계산을 했는지, 탕비실에서 3초를 세는 동안 뭘 골랐는지.

"요즘 애들은, 이불 여분을 두 장 받습니다. 그거 말입니다."

"응."

"후보가 세 개 있었습니다. 3초 동안요. 첫째는 '요즘 애들은 그런 말 안 합니다'였고, 둘째는 침묵이었고, 셋째가 그거였습니다. 셋째를 고른 이유는 —"

"이유는?"

"…선배님이 입구에 서 계셨습니다. 3초를 세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웃길 만한 걸로 골랐습니다."

나는 카펫 위에서 소리 내서 웃었다. 저 애는 웃지 않았다. 그런데 웃기려고 골랐다고 했다. 저 애의 3초 안에 내가 들어 있었다. 탕비실 입구에서 3초를 세던 나를, 저 애는 등을 보인 채로 계산에 넣고 있었다.

1시가 넘었다. 복도에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저 애가 수첩을 꺼냈다. 손바닥만 한, 그 수첩.

"내일 동선이요. 지금 적어야 내일 안 적습니다."

볼펜 소리가 복도에 났다. 사각. 사각. 두 달 전 방 안에서 듣던 소리. 그때는 등 너머였고 지금은 정면이었다. 저 애가 수첩을 쓰는 얼굴을 나는 처음으로 봤다. 반듯한 등만 봤었는데, 얼굴은 등보다 조금 덜 반듯했다. 입술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적으면서 읽는 것 같았다.

"…뭘 그렇게 봅니까."

"수첩 쓰는 얼굴."

"…처음 보십니까."

"응. 등만 봤어."

한여름이 볼펜을 멈췄다. 반 박자. 그리고 수첩을 덮지 않은 채로 말했다.

"등은 계산해서 보여 드린 겁니다. 얼굴은 계산이 안 됩니다."

두 달 동안 반듯했던 그 등이 설계였다는 걸, 나는 복도 카펫 위에서 알았다. 관찰자는 관찰당하는 각도까지 정한다.

2시, 저 애가 일어났다. "23시부터 3시간입니다. 개정안 소진입니다." 705호 문턱 앞에서 돌아섰다. 나도 일어났다. 1미터 20. 문턱 두 개.

"내일 8시."

"네."

문이 닫혔다. 두 개.

나는 704호 침대에 누워서 벽을 봤다. 벽 너머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났다. 그런데 이번엔 그 조용함이 두 달 전과 달랐다. 저 벽 너머에 20센티를 당긴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아침 7시 40분, 문 아래로 뭔가 밀려 들어와 있었다.

호텔 메모지. 반으로 접힌. 저 애의 글씨.

「어젯밤 복도 대화, 특이사항 란 반영 예정. 계산 진행률 90퍼센트.」

90. 어둠 속의 40, 조건표의 60, 그리고 오늘 아침의 90. 저 애는 숫자로만 말하는 사람인데 그 숫자가 두 달 동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이제 안다.

나머지 10.

그건 어디 있나.

— 1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