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못 풀었어
1화. 하나는 못 풀었어
이 작품은 AI로 생성되었으며 사람이 검수·수정했습니다.
새벽 2시에 휴대폰이 울렸다. 게임 계정 잠김 알림.
내가 일하는 회사의 게임이었다. 커뮤니티 매니저가 자기 회사 게임 계정을 해킹당하면 그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다. 나는 침대에서 튀어나와 노트북을 켰고, 알림에 적힌 보안 대응 링크를 눌렀다. 회사가 보안 외주를 맡긴 스타트업 — '널셋'이라는 이름은 사내 공지에서 본 적 있었다 — 의 긴급 복구 영상통화였다.
연결됐다.
화면에 남자가 있었다. 모니터 불빛만 켜진 어두운 방. 은발이라기엔 회색에 가까운 머리, 헤드폰을 목에 걸고, 그리고 — 웃고 있었다. 새벽 2시에 해킹 사고를 처리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안녕. 지우 씨 맞지? 널셋 노이안이야."
반말이었다. 가벼운, 문장 끝이 올라가는.
"네, 맞는데요. 저 계정이—"
"알아. 공격자가 지우 씨 비밀번호 세 개 뚫었어. 네 번째 뚫기 전에 내가 먼저 잠갔고." 그가 화면 밖 어딘가를 클릭했다. "그러니까 지금 지우 씨 계정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그게 안심하라는 말이에요?"
"응, 반은." 그가 씩 웃었다. "네 비밀번호 다 알아. 근데 하나는 못 풀었어."
나는 노트북 앞에서 굳었다. 비밀번호를 다 안다는 남자가 새벽 2시에 웃으면서 그 말을 하고 있었다. 불쾌했다. 명확하게. 그리고 — 이상하게, 동시에 — 안심이 됐다.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숨기는 사람이 아니니까.
"…힌트 줄래?" 그가 덧붙였다.
"뭐라고요?"
"농담이야." 한 박자. "…반은."
복구는 20분 걸렸다.
그는 설명하면서 작업했다. 공격 경로, 뚫린 지점, 막은 방법. 게임 용어가 섞였다. "여기가 세이브 포인트고, 공격자는 여기서 리스폰을 노렸는데—" 이해가 됐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그 언어를 아니까.
마지막에 그가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렸다.
"자, 봐. 지금 내가 가진 접근권 전부." 목록이 떴다. "이거 전부 반납. 지금." 클릭. 목록이 비었다. "그리고 이건 재설정 링크. 지우 씨가 새 비밀번호 만들면 그건 나도 몰라. 알 방법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을 거야."
"…그걸 왜 저한테 보여 줘요?"
"안 보여 주면 지우 씨가 계속 불안하니까." 그가 헤드폰을 만졌다. "다 안다는 사람이 옆에 있는 거, 별로잖아. 그러니까 이제 안 알아. 이게 룰이야."
룰. 그는 그 단어를 게임 용어처럼 썼는데, 게임 용어가 아니었다.
"아, 그리고 못 푼 하나."
통화를 끊기 직전에 그가 말했다.
"지우 씨 계정 구석에 암호화된 메모가 하나 있어. 10년 전 날짜. 다른 건 다 열리는데 그것만 안 열려. 옛날 방식이라 지금 툴로는 안 되고, 힌트 없이는 못 풀어." 그가 화면을 봤다. 웃음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안 풀어. 지우 씨 거니까. 근데 궁금하긴 하네. 제목이—"
"제목이요?"
"'to. ian'."
나는 그 이름을 오래 봤다. 이안. 10년 전. 학생 때 하던 온라인 게임 길드. 길드원 중에 이안이 있었다. 밤마다 던전을 같이 돌던, 얼굴도 나이도 모르던, 채팅으로만 존재하던 사람. 내가 길드를 떠나면서 뭔가를 남겼던 기억이 — 있었다. 뭘 남겼는지는 기억이 안 났다. 이안에게 남겼다는 것만.
화면 속 남자를 봤다. 노이안. ian.
"…이안? 당신이?"
그가 웃었다. 이번엔 씩, 이 아니었다.
"레벨 1 클리어. 보상은 다음에 만나서 줄게."
화면이 꺼졌다.